배를 타고 고현항을 들어오다 보면 앵산 자락 바닷가에 한내마을을 방풍 역할을 하고 있는 숲이 보인다. 이 숲이 바로 모감주 숲이다. 이름조차 생소한 모감주 숲은 바닷가 해변 몽돌에 뿌리를 내리고 갯바람을 마시며 자라왔다. 나무의 몸통은 그리 크지 않고 제멋대로 자란 나무가 하늘을 찌를 듯 키만 크다.

이른 봄이되면 타원형의 잎이 나고 그 잎 사이에서 황백색의 꽃이 핀다. 꽃은 향기가 짙어 벌나비가 꿀을 찾아 모여든다. 꽃이 지고 나면 콩알보다 약간 큰 열매가 열린다. 열매는 윤이 반질반질하다. 이 열매를 염주 알이라 하고 나무는 모감주라 한다. 여주(念珠)나 모감주(薰感珠)가 같은 뜻을 가지고 있다. 염주는 깊이 생각하는 구슬이고 모감주는 감정을 넣어서 깊이 생각하는 구슬이다. 모감주에서 나는 열매는 곱고 윤이 나며 신령스러워 염주나 목주로 사용한다.

전해져 오는 말에 의하면 한내 모감주 숲은 신라시대 경상남도의 4대 사찰에 속할 만큼 컸던 하청의 북사라는 절이 앵산에 있었다. 강원도의 어느 큰절에서 이 절을 찾아온 노승이 모감주나무를 가지고 와서 여기에 심었다고 한다. 모감주나무의 숲을 볼 때 거목(巨木)이거나 오래 된 것 같지 않지만 한내 바닷가에 모감주숲이 있었다는 기록과 촌로들의 말에 의하면 태고 때부터라고 한다. 이 나무는 한내마을과 역사를 같이 하고 있으며 나무 밑은 마을의 공동 일터로 사용하는 마을의 사랑방 역할을 해 왔다고 한다.

또한 멸치를 말리는 어장터로 그물을 손질하고 어구를 보관하는 장소로도 사용해 왔다. 특히 여름 피서지로 많은 관광객이 모여드는 곳이다. 모감주 숲은 마을의 수호신으로 풍어를 기원하던 별신굿의 아래 당산 역할을 했다. 온 동민이 바닷가 모감주 숲에서 동민의 안락을 기원했다. 모감주는 강원도 어느 지방에 분포되어 있는 나무로 남녘에서는 거제 한내 해변에서만 볼 수 있는 희귀한 나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