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래 연산동 뒷산에 신라 때 지었다고 하는 마하사에는 16나한이 안치되어 있으니 이 나한에 대하여 한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선조 초의 일이라고 한다. 어느 해 이 절 공양중이 동짓날이 되어 새벽 일찍이 동지 팥죽을 쑤려고  화로에 묻어둔 불덩이를 찾았으나 불이라곤 없었다. (옛날에는 성냥이 없고 불쇠 또는 불덩이를 묻어 놓고 사용하였다.) 그래서 안타까운 나머지 먼저 팥을 씻어 솥에다 안쳐 놓고 불씨를 얻으려고 아랫마을 갓직이 집으로 갔더니 갓직이 말이 조금 전에 상좌가 불을 얻으러 왔기에 불을 주고 또 먼저 쑤어 놓은 우리 집 팥죽을 주었더니 먹고 갔다고 했다. 

절에는 상좌도 없을 뿐더러 불을 얻으러 보낸 일이 없으므로 공양중이 이 말을 이상하게 여기어 절 부엌으로 돌아와 보니, 화로에 불덩이가 벌겋게 들어 있었다. 이것을 본 공양중은 참으로 이상한 일이라 하고서 그 불로 동지 팥죽을 쑤었다. 

그리하여 죽을 퍼서 나한전에 올리려고 가자 십육 나한 중에 오른쪽에서 셋째 나한의 입술에 팥죽이 묻어 있는것이 아닌가, 그제야 공양중은 이것은 나한님이 불 없는 것을 보시고 동자로 변하여 아랫마을 갓직이 집으로 가서 불씨를 얻어다 죽을 쑤게 한 것인 줄 알았다고 한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몇 십 년 전까지도 그 나한님의 입술에는 동지 팥죽이 묻어 있었다고 전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