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날 어느 마을에 이씨 성을 가진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는 무척 가난하여 형편이 어려웠지만 마음씨는 아주 착하였다. 어느 해 비가 내리지 않아 마을사람들은 농사걱정에 안절부절못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그런 근심을 씻어주기라도 하듯 하늘에서 비가 내렸다. 사람들은 시원히 내리는 비를 보기 위해 하나 둘 모여들었다. 이씨도 시원스럽게 내리는 비를 보고 있었다. 한참을 보고 있던 이씨의 눈에 이상한 것이 들어왔다. 물위에  무엇이 떠내려 오는 데 건져보니 개미집이었다. 흙더미에 개미들이 우글거렸다. 사람들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였지만 이씨는 개미집을 땅에다 잘 두고 먹을 것을 놓아주었다.

그런 일이 있은 지 며칠 후 아침에 눈을 뜬 이씨는  마당에 나와보고 깜짝 놀랐다. 한 섬 가량의 쌀이 누가 퍼다 부은 것처럼 있었던 것이었다. 다음날 또 그 다음날에도 그런 일이 계속 일어났다. 이상하게 생각한 이씨가 잠을 자지 않고 지켜보았지만 사람의 그림자는 찾아 볼 수 없었다.

그렇게 몇 해가 지났다. 가난했던 이씨는 부자가 되었다. 그런데 그때쯤에 흉년이 들어 고을에 식량난이 극심하게 되었다. 관가에서는 이에 대처하기 위해 모아 두었던 의창이라는 곡식 창고의 문을 열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의창의 문을 열자 곡식이 하나도 없는 것이었다. 관가에서는 곧 범인을 잡기 위해 수소문하였다. 마을 사람들은  빠른 시일에 부자가 된 이씨를 의심하였다. 관가로 끌려간 이씨는 자신이 모은 재산의 과정을 설명하였다. 그러나 관가에서는 그 말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 매를 맞고 맞으면서도 이씨는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때였다.
  "죄 없는 이에게 매를 거두시오."
어디선가 근엄하고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런 정체불명의 소리를 들은 관가 측은 확실한 증거 없이 매질을 하는 것이 이치에 맞지 않음을 느끼고 이씨를 풀어주었다.

집으로 돌아온 그날 밤 이씨는 이상한 꿈을 꾸었다. 집 마당에 개미떼가 잇달아 고맙다는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물에 떠내려가는 개미집을 구한 것에 대한 감사였던 것이다. 그 개미들이 의창의 쌀을 하나씩 물어 이씨의 집에 옮겼던 것이었다.

그 후 이씨는 쌀이 의창의 쌀인 것을 알고는 고을에 베풀려고 하였다. 그는 먼 훗날에 다시 가뭄을 당하지 않게 하기 위해 방죽을 쌓았으면 하는 생각을 하였다. 그리하여 사람들에게 방죽을 짓게 하고는 그 대가로 쌀을 나눠  주었다.

비록 그의 쌀은 다 없어졌지만 그 후 고을은 풍족하게 되었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