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실은 조선조의 과학자로서 본관은 아산이었습니다. 기생의 소생으로 태어난 장영실은 경상도 동래현의 관노 출신이었는데, 그는 어렸을 적부터 호기심이 많고 사물에 대한 관찰력이 뛰어났으며, 기계의 원리 파악에 남다른 재주가 있었습니다. 또 기계 등을 만들고 고치는 일에 능통했으며, 무기나 농기구를 제작하고 수리하는 등 금속을 다루는 일에 능숙하였습니다. 장영실은 비록 관노 출신이었으나 그는 탁월한 재능이 한양의 조정에까지 알려지게 되어 세종의 특명으로 발탁되어 궁중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장영실이 관직에 오르게 된 것은 세종 때였습니다. 세종은 제련 및 축성, 무기, 농기구의 수리에 뛰어난 장영실을 가까이 두어 자신이 이루고자 했던 사업 중의 하나인 천문의기 제작사업을 비롯한 과학진흥사업에 참여시키고자 하였습니다. 그러나 엄격한 신분제가 행해지던 당시에 노비출신인 자를 궁중에 두어 관리로 등용케 한다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었기에 모든 문무 대신들의 반대는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세종은 장영실과 같은 뛰어난 재능의 소유자를 놓치고 싶지 않았기에 대신들을 설득하여 결국 장영실을 관리직에 등용시켰습니다. 
 
세종 14년인 1432년에는 대대적인 천문․기상의기 제작 사업이 세종의 명에 의해 시작되었습니다. 장영실은 당시 중추원사였던 이천을 도와 간의대 제작에 착수하는 한편 여러 가지 천문의기 제작을 감독하였습니다. 그로부터 1년이 채 안된 세종 15년(1433)에 장영실은 그 능력을 인정받아 5품이던 상의원 별좌에서 4품인 호군(조선시대 5위의 정 4품 무관)에 오르는 영예를 안기에 이르렀습니다. 이해에 혼천의 제작에 착수하여 이듬해인 1434년에 이를 완성하였는데 혼천의는 선기옥형 또는 혼의라고도 불리는 일종의 측각기로 적도좌표를 관측하고, 천체의 위치를 측정하는데 쓰였던 의기였습니다.

세종시대에 중국은 송나라였는데 당시 송에서는 자동시보장치 물시계가 있어 정확한 시간을 측정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조선에는 이러한 기기가 없음을 세종은 항시 안타까워하였습니다. 장영실은 모두 3종류의 물시계를 만들었는데 그 첫 번째 것은 세종 6년인 1424년에 만든 것으로 이것은 자동시계가 아닌 단순하게 물방울이 떨어지는 양을 측정하여 시간에 따른 부피 증가고 시간을 알 수 있는 장치였습니다. 그 뒤 10년 후인 1434년에 만든 것이 두 번째 물시계인 ’자격루' 입니다. 이것은 자동시보 장치가 붙어 스스로 움직이는 물시계였습니다. 즉, 경루와 같이 눈금으로 시간을 알 수 있는 물시계에 시, 경, 점에 따라 종, 징, 북이 울리고, 인형이 나타나 몇 시인지 알려주는 것으로 경복궁 남쪽의 보루각에 설치되었던 시계였습니다. 그 구성은 4개의 파수호, 2개의 수수호, 12개의 살대, 동력전달장치 및 시보장치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또, 이천 등과 함께 금속활자의 주조사업에도 심혈을 기울여 조선시대의 활판인쇄기술을 대표하는 갑인자와 그 인쇄기를 완성하였습니다.

그러나 1442년(세종 24년)에 그의 감독으로 제작된 왕의 가마가 오래가지 못하고 부서지는 사건이 일어나 장영실은 파면 당하고 말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