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를 세운 태조 왕건(王建)은 877년 정월 14일, 동이 틀 무렵에 개성 근처의 예성강 부근에서 태어났습니다. 나라를 건국한 시조들의 탄생일화가 있듯이 왕건에게도 탄생일화가 있습니다. 

어느 날, 풍수가로 유명한 도선대사께서 장차 고려를 건국 할 왕건이 태어날 것을 미리 예견하여 왕건의 부모님에게 이렇게 이야기 하였습니다.
  “집터를 좀 널찍하게 닦고, 36채의 큰 집을 지으십시오. 그리고 아들을 낳으면 ‘건’(세울 건(建))이라고 지으시오!”

왕건이 태어날 당시에는 신라의 왕위 다툼으로 전국적으로 혼란에 빠져있었습니다. 그리하여 지방의 호족들이 각처에서 일어나 중앙 정부의 통제에서 벗어나면서 반 독립적인 세력으로 성장하였습니다. 왕건의 아버지인 왕륭도 여기에 속하는 호족 출신으로서 무역에 종사하여 재력과 무력을 축적한 해상세력이었습니다. 왕건이 점점 자라서 20세가 되었을 때는 애꾸눈으로 유명한 궁예가 강원도에서 한강 일대까지 그 세력권을 펼쳐 나가고 있었습니다. 왕륭은 아들 왕건과 함께 궁예의 부하로 들어가서 충성을 다 할 것을 맹세하였습니다.

왕건은 여러 전쟁터를 종횡무진 돌아다니며 큰 공을 세우기 시작하였고 후백제의 견훤과 여러 차례 싸워 백전백승을 거두었습니다. 이에 왕건은 궁예가 가장 신임하는 신하이자 장수가 되었습니다.

905년 궁예는 철원으로 도읍을 옮긴 후 자신의 세력을 과신하며 주위를 의심하기 시작하였습니다. 특히 ‘미륵관심법’이라고 하여 자기 마음에 들지 않으면 “너의 마음을 나는 볼 수 있다” 라면서 사람들을 죽이기 시작하였습니다. 이에 불만을 품은 홍유, 신승겸, 배현경, 복지겸 등은 왕건을 찾아가 궁예를 폐하고 왕건을 임금으로 추대하였습니다. 그리하여 918년 왕건은 네 장군과 1만 명의 군사를 이끌고 궁궐을 포위하였습니다. 이미 폐인이 된 궁예를 따르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왕건은 918년 6월 왕위에 오른 뒤, 나라 이름을 고려로 고치고 수도를 송악으로 다시 옮겼습니다. 왕건은 무력과 회유책을 쓰면서 각 지방에 있는 호족세력들을 포섭하는 한편 후백제 견훤과의 대결을 준비하였습니다.

한편 이시기에 후백제에서는 견훤의 장남인 신검이 견훤을 금산사에 가두고 쿠데타를 일으켰습니다. 이에 견훤은 자기 아들을 피해 고려 왕건에게 망명의 뜻을 알렸습니다. 견훤의 망명은 신라 경순왕에게는 충격이었습니다. 935년 신라의 경순왕은 허울뿐인 신라를 뒤로 하고 견훤과 마찬가지로 태조 왕건에게 망명하였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936년 9월 왕건은 견훤의 아들 신검으로부터 항복을 받아내면서 고려를 건국하게 되었습니다.

고려를 건국한 태조 왕건은 자신에게 반기를 든 호족세력을 억압하는 한편, 자신을 지지하는 호족들에 대해서는 혼인정책과 사심관제도를 통해 타협과 연합을 하면서 왕권의 안정을 꾀하였습니다. 특히 왕건은 각 지방 호족 출신 관료들의 딸과 혼인함으로써 그들과의 결합을 한층 굳건하게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혼인정책은 나중에 왕위 다툼을 야기하는 불씨를 가져 왔습니다.  

태조 왕건은 고구려의 옛 땅을 회복하고자 지금의 평양을 서경으로 삼았습니다. 거란에 멸망한 발해의 유민들이 망명해 오자 이들을 따뜻하게 맞아들이는 등 민족 융합의 일대 전기를 마련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태조 왕건은 ‘훈요십조’를 전하여 후대 왕들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