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조 왕건이 세운 고려는 호족연합적 성격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왕건은 각 지방의 호족 세력들을 포섭하기 위하여 각 호족들의 딸들을 왕비로 맞이하였고 그리하여 일생 동안 29명에 이르는 많은 후비를 두었고 25명의 왕자와 9명의 공주를 얻었습니다.

태조 왕건이 세상을 떠나자 많은 왕자들은 지방 호족들을 배경으로 각각 왕위를 노리면서 다툼이 일어났습니다. 각 왕비들은 자기가 낳은 왕자가 왕위를 계승하기를 원했기 때문에 여기에 가담하였습니다. 그 중에서도 왕건에게 두 딸을 바치고 혜종에게도 딸을 바치면서 두 임금의 장인이 되어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고 있던 왕규가 이 권력을 바탕으로 혜종을 폐위하고 외손자를 왕위에 앉히려고 음모를 꾸몄습니다.

혜종 2년, 왕규는 본격적으로 혜종을 암살하는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음모는 박술희와 왕식렴에 의해 좌절되었는데, 이 사건을 우리는 왕규의 난이라고 합니다. 왕규의 사건을 기점으로 혜종은 기분이 좋다가도 공연히 화를 내는 등 종잡을 수 없는 성격으로 변해갔습니다. 그러다가 원인 모르게 갑자기 죽자 23살 된 정종이 왕위에 오르게 됩니다.

혜종 다음으로 왕위에 오른 정종은 혜종의 이복동생입니다. 정종은 궁전에서 풍파를 일으킨 왕규를 없애고 궁중의 기강을 바로잡았습니다. 그리고 귀족들의 세력이 뻗치지 못한 서경으로 천도할 것을 결심했습니다. 하지만 정종도 오래 왕위에 있지 못하고 임금에 오른 지 4년 만에 승하하였습니다.

정종 다음으로 왕위에 즉위한 사람은 정종의 아우인 광종입니다. 광종은 왕위에 오르자마자 왕권을 강화하고 중앙집권체제를 다지기 위해 애를 썼습니다. 태조 왕건의 신하였던 사람들도 쓸모가 없으면 가차 없이 벼슬에서 깎아내렸고, 왕자들도 말썽을 부리면 제거해 버렸습니다.

광종은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 노비안검법과 과거제도를 실시하였습니다. 후삼국 시대 전쟁에 참가하였던 호족들은 전쟁 중에 잡은 포로들을 노비로 삼았는데 이 노비들이 호족들의 경제적, 군사적 기반이 되어 왕권을 위협했습니다. 이에 광종은 재조사하여 억울하게 노비가 된 자들을 풀어줌으로써 호족세력을 약화시켰습니다. 이것을 바로 노비안검법이라고 합니다.

과거제도는 후주 사람인 쌍기의 건의에 의해서 실시되었습니다.
  “나라가 발전하려면 훌륭한 인재를 바로 뽑아 일을 맡겨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거 시험을 실시하여야 합니다.”
과거 제도는 공신의 자제를 우선적으로 등용하던 종래의 관리 등용제도를 억제하고, 새로운 관리 선발 기준을 마련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과거시험을 보지 않고도 관리가 될 수 있는 호족과 외척세력들은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광종은 이에 굴하지 않고 재위 9년째인 9월 15일 첫 시험을 실시하였습니다. 과거제도의 실시로 백성들의 벼슬길이 열리자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하였고, 사회는 한껏 활기를 띠었습니다. 그러면서 고려는 차츰 동아시아의 강국으로 성장해 갔습니다.

광종 다음에는 경종이 왕위에 올랐습니다. 경종은 정치는 뒷전으로 미루고, 사치와 놀이를 일삼았습니다. 그러나 왕은 관리들의 봉급을 정하는 ‘전시과’제도를 두었습니다.

경종 다음으로 성종이 즉위하게 됩니다. 성종은 고려의 제도와 문물을 크게 정비한 왕이었습니다. 성종은 광종과 같이 왕권을 강화하면서 한편으로는 신하들이 국정을 주도하는 유교 정치를 실현하고자 하였습니다. 그래서 최승로의 시무 28조를 채택하여 유교의 진흥과 과도한 재정 낭비를 가져오는 불교 행사의 억제를 요구하고, 태조로부터 경종에 이르는 5대 왕의 치적에 대한 잘잘못을 평가하여 교훈으로 삼도록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