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적을 소탕하여 동지나해 일대의 해상권을 장악한 장보고는 당나라와 신라, 그리고 일본을 잇는 국제 무역을 주도해 나갔습니다. 청해진이 점점 번창하여 무역의 중심지가 되었습니다. 그는 또 중국 산동성 적산촌에 ‘법화원’이란 절을 세워, 그 지역에서 살고 있는 신라인들의 결속을 다지고 마음을 안정시킬 수 있는 정신적인 의지처로 삼도록 했습니다.
장보고는 그 자신이 보잘 것 없는 평민 출신이었으므로, 신라의 골품제와 같은 신분제와 상관없이 능력 있는 인재들을 널리 받아들여 그들이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터전을 마련해 주기도 하였습니다. 

어느덧 장보고는 강한 군대와 많은 배를 갖게 되었고, 무역을 통해 경제력을 키워 하나의 큰 지방 세력으로 성장하였습니다. 따라서 자연히 나라 정치에도 관계하게 되었습니다.  836년 흥덕왕이 죽자 왕족끼리 왕위 다툼이 일어났습니다. 이 때 왕위 다툼에서 밀려난 김우징이 청해진으로 피난을 와서 그에게 도움을 요청하였고, 장보고는 그를 정중히 받아들였습니다. 

그 뒤 다시 왕위를 둘러싼 분쟁이 일어나 희강왕이 피살되고, 민애왕이 즉위하는 정변을 틈타 장보고는 군사를 이끌고 신라 왕실로 쳐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청해진에 피난 와 있던 김우징을 왕(신무왕)으로 세우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하지만 왕위에 오른 신무왕은 1년 만에 병이 나서 죽고 그의 아들이 뒤를 이어 문성왕으로 왕위에 올랐습니다.

어느 날 장보고는 문성왕을 찾아가 간청하였습니다.
  “마마, 신의 딸은 태자 경응과 정혼한 사이이니, 속히 결혼식을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이에 문성왕이 장보고의 딸을 왕비로 삼으려 하자 중앙귀족들이 모두 반대하였습니다.
  “장보고가 아무리 힘이 막강하다하나 그는 본시 천민입니다. 천민의 딸이 왕실과 결혼 한다는 것은 절대 불가한 일입니다.”   
  “뭐라고? 귀족 놈들이 반대를 한다고? 어디 두고 보자, 이놈들!”
딸을 왕비로 맞아들이겠다는 약속이 대신들의 반대로 실현되지 않자, 불만을 품은 장보고는 반기를 들고 일어섰습니다. 장보고는 군사들에게 출동 준비를 내렸습니다. 이 소문은 금방 대궐로 전해졌습니다. 문성왕은 당황했습니다. 어느 누구보다도 왕 자신이 장보고의 힘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큰일 났다. 장차 장보고를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이냐?”
불안에 찬 왕실은 결국 예전에 장보고의 부하였던 염장이라는 사람을 시켜 그를 죽이도록 하였습니다. 명을 받은 염장은 거짓으로 장보고에게 투항한 척하다가, 장보고를 살해하고 말았습니다. 

장보고가 암살된 뒤, 청해진 세력은 장보고의 아들과 부장 이창진에 의해 얼마간 유지되어, 일본과 교역을 계속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곧이어 염장을 비롯한 중앙 정부의 군사들이 공격해 와, 청해진은 완전히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문성왕 13년(851)에 청해진의 주민을 벽골군(지금의 전라북도 김제)에 강제로 옮기고, 청해진을 없애버렸습니다.
 
장보고는 뜻밖의 죽임을 당했으나, 8세기 후반 이래 신라인의 해상 활동을 대표하는 큰 상인이자 무역왕이었습니다. 그는 국제적 인물이었으므로 우리나라의 ‘삼국사기’, ‘삼국유사’ 외에도 중국의 ‘신당서’, 일본의 ‘속일본기’ 등의 자료에서도 그에 대한 기록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현재 완도읍 장좌리 앞 장군섬 꼭대기 숲에는 장보고 장군의 위패를 모신 당집이 있습니다. 장좌리 주민들은 해마다 정월 대보름날에 이 곳에서 장보고를 기리며 제사를 모시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