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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작품

제목 친구같은 동생에게
작성자 이진희 작성일 2024-04-22
작성일 2024-04-22

은주에게

거의 15년 가까이 봐온 사인데 이렇게 편지글을 써보기는 처음이다, 그치?

이곳으로 이사왔을 때가 우리 아들이 8살이 되었을 때고 지금 스물여섯 살이 되었으니까 한곳에 정착해서 참 오랜시간 살고 있다고 생각해. 그 긴 세월 동안 참 우여곡절도 많았지? 지나고나서야 별것 아닌 것 같았지만 당시에 너랑 나 참 힘들었던 것도 사실이고 말이야.

지금 생각해보면 오랜 시간 여전히 잘 지내는 걸 보면 우리 둘 다 잘 버틴 거 같아 대견하더라고. 그 긴 세월 동안 크고 작은 문제를 잘 버티고 때로는 달래주기도 하고, 상담을 하기도 하고, 울분을 뱉어낼 때에도 네가 옆에 있어서 무척 든든했어. 그리고 겨우 한 살 차이지만 날 언니로 받아주고 마음으로 응원해주는 네가 있어서 얼마나 다행이고 고마운지 몰라.

우리 친정 엄마가 오랜 시간 아픈 터라 난 친정 엄마 음식에 대해 기억이 별로 없잖아.

명절이나 김장철마다 네가 맛보라며 가져다주는 그 많던 음식을 떠올려 보면 어떤 의미로는 네가 우리 친정 엄마 같다는 생각에 웃으면서 남편에게 네 자랑을 하기도 했어. 솔직히 딸에게 친정 엄마의 존재는 무척 그립고도 큰 존재이잖아. 한편으로 사위 대접 받아 본 적이 언제인가 싶다는 남편의 말에 속상하기도 했지만 네가 가져다준 음식들을 자랑하며 비록 우리 엄마는 이런 음식을 해다 주지 못하지만 내겐 친정엄마 이상으로 나를 잘 챙겨주는 동생이 있다고 자랑하며 으쓱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야. 그때마다 나는 늘 네게 고마워한단다. 인간관계가 협소한 내게 있어 너는 좋은 친구임과 동시에 좋은 이웃사촌이며 친정엄마 같은 존재라는 걸 네가 알아줬으면 해. 거창하게 말하지 않고 한 마디로 설명하자면 내가 가장 좋아하는 동생이라는 걸 네가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 오죽하면 우리 신랑이 둘이 사귀는 사이가 아니냐고 물었을까.

요즘 한창 간호조무사 수업을 듣느라 힘들텐데 네 건강이 걱정되어 안부를 물을 때마다 언니, 전 괜찮아요~ 봐요, 내가 씩씩한 거 빼면 시체잖아요?’라고 호기롭게 말하는 널 보면서 참 용기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 됐어. 배울 점도 많고 말이야. 어찌보면 널 보면서 나는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단다.

얼마 전 암 수술을 하면서 힘들어하는 널 보며 마음이 심란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참 복잡하더라. 내가 너 보다 먼저 암 수술을 받은 입장에서는 네 걱정이 클 수밖에 없더라고. 아직은 좀 더 조심해야 하는데 혹시라도 네가 잘못될까 봐 조마조마해. 그러다 보니, 잔소리가 좀 늘었을 수도 있겠다 싶더라고. 네가 혹시라도 내 걱정에 대한 말을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항암보다 표적 치료는 아무것도 아니라며 수다를 떠는 널 떠올릴때마다 아직도 네게 배울 점이 있다는 생각이 들고, 한편으로는 언니로서 조금 부끄럽기도 하더라. 난 아프고 나서 응석받이가 됐는데 너는 한층 성숙한 사람으로 자라난 것 같아서 자랑스럽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하고 그랬어.

살면서 인생에 단 한 명의 진정한 친구가 있다면 그 사람의 인생은 성공한 삶이라는 말이 있어. 또 친구란 두 개에 몸에 깃던 하나의 영혼이라는 말도 있잖니? 어찌보면 너와 내가 그런 진정한 친구가 아닐까 싶더라고. 내성적이고 낯가림이 심한 내게 어떻게 너처럼 든든한 동생이 생긴 것인지 다시 생각해봐도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 공부도 좋지만 건강 생각하면서 잘 할 것이라 믿어

다음 주에 만나기로 했지만 늦은 밤 너에 대한 편지를 쓰고 나니 복잡한 마음이 정리가 되고 차분해진다. 앞으로도 늘 한결같은 모습으로 잘 지내보자, 동생아.

                                                                          

                                                                                          너를 사랑하고 존경하는  이웃사촌 언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