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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작품

제목 [단편]배타령
작성자 박남욱[中1] 작성일 2003-11-29
작성일 2003-11-29
어떤 이가 기형한 절벽의 문자박에 치는 부분 위를 딛고 서 있었다. 정말 그 절벽은 기암이라, 어떻게 이것이 형성이 되었는지 모를 일이다. 그것은 흡사 노인의 얼굴, 또는 얼굴에 해당하는 부분의 코를 중심적으로 보자면 배에 가까운 모양이었다. 그 이는 얼굴에 슬픔을 가득 저미고 있었다. 아니, 그것은 슬픔이 아닐 지도 모른다. 그것은 단지 고뇌에 지나지 않을지도…….
그 이는 무언가를 깊이 회상하는 듯 보이었다, 얼굴의 눈 가 사이에 잔주름이 양껏 난 것을 보면. 그는 말이 한동안 없었다. 무얼 생각하는지 육지조차 보이지 않는 수평선 내달음 쪽으로 눈을 돌려 그대로 고정을 하여 일개의 미동조차 허용치 않았다. 그저 목에 비스듬히 매고 있던 사진기만을 어루만지며 쓸쓸한 추억을 머릿속에서 다시금 담는 듯 하였다.
“……”



파도가 아기자기 몰려와 개울물 치듯 형벽을 한 번 흩고 지나가는 한반도 한 구석의 외딴 곳, G섬. 그 곳에는 숲이 한득 우거져 있고, 기암 절벽이 매우 절경을 이루었다. 그 곳의 숲 향기는 청아하다. 아니, 청아하였다. 예전까지는. 굳이 공기가 더러워졌다는 말은 아니다. 공기는 여전히 그 섬의 반절을 뒤덥는 나무 때문인지 이직까지는 맑다. 그러니까, 오염되었다고 하는 것은 단지 그 섬 위의 것들이 맞는 표현이겠군.
이 일은 천천히 이루어졌다. 예전에서부터 주욱. 무어가 그랬는지는 모르겠으나, 그것은 변함없는 사실이고, 되돌리는 수가 없고, 그걸 바라는 이도 없는 오랜 한반 역사의 한 구절일 뿐이다. 허나 예전이라고 해 봐야 그리 먼 옛날도 아니다. 요 근래, 몇십 년 만에 일어난 일이랄까?
여느 섬이 그렇듯이, 그 곳에서도 마찬가지로 고기잡이로 밥줄을 연명하는 이들이 한둘이 아니다. 그렇기에, 바다가 마주닿아 있는 곳에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나무로 만든 배였다. 그러나 세월이 기어가고, 날아가면서 나무배는 한낯 숱만이 되었고, 이제는 철선(鐵船)만이-비록 소형 어선이긴 하나- 그 자리를 대신했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온전한 나무 배가 한 척 있으었으니, 어느 노인이다. 그 노인은 마을에서도 마찬가지로 산 한 등성이를 넘어야 가는 곳에 살고 있었다. 그의 배와도 마찬가지로.
그는 수십년간 이곳에서 살아왔다. 그렇기에, 이 섬과 함께 주름을 판 것도 한두개가 아니라 이 때 까지 살고있는 것이다. 그곳에서의 사람들은 점점 떠나갔고, 철제 배도 마찬가지로 그들을 쫄래쫄래 따라가 큰 H 항구 등으로 정박할 따름이다. 결국, 노인은 그 섬에서 홀로 남은 이가 되었다.
어부는 바다와도 같이 늙는다. 배와도 마찬가지로, 함께 바다를 대한다. 그렇기에 그는 이 섬과 바다를 떠날 수 없었던 것이다.
매일같이 똑같은 하루의 반복은 계속되었다. 아침 뒤늦게 일어나서 배를 풀고, 고기를 조금 잡아서 산에서 나는 나물을 조금 캐다가 밥과 같이 먹는 것. 그리고는 하늘이 시벌겋게 불타면, 그는 잠시 어둠으로 빠지는 것이다. 마치, 다람쥐 챗바퀴 굴러가듯 그의 생활은 둘도 없었다. 오직 하나의 길 뿐…….
오목조목하게 파인 그의 주름에는 보드라움이 있었다. 비록, 살결이 거칠긴 하였으나 그 속에는 체온이 있었고, 그것이 쌔근쌔근 잠자고 있었다. 그것은 그가 수십년간 바다와 함께 길러 온 뻑뻑하게 되어 촉감조차 없는 굳은 살일 것이다.
그러한 그의 생활에도 하루, 크나크다면 그렇고, 아니다면 아니다 할 변화가 다가왔다. 가까운 육지에서 어느 기자가 어찌어찌 수소문하여 노인을 찾아 온 것이다. 그 신문기자, H는 노인이 있다 하던 집을 향하여 발걸음을 하였다. 본시 그의 목적은 취재였으나 어느 뚱뚱한 사람이 항구의 정박장에서 그의 옆구리를 퍼어런 종이 다발로 찔러주고 말하기를,
‘G 섬에 가게 된다고 들었네. 내가 그 땅을 구입할 테니 그 노인만 쫒아보내 주게. 골프장을 크게 할 생각이니 말일세.일이 성사되면 곱절로 주겠네.’
라는 내막에 그의 청을 무시또한 할 수 없음이다. 하여, 그는 노인을 설득시켜 이 섬에서 나가이게 하기 위함도 그 속에 들어 있었다. 또한 그 노인이 육지로 온다면, 큰 기삿거리가 됨에도 물론이고.
어느덧 그는 산등성이를 넘어 개울물 낮게 흐르는 그 노인의 초가집에 이르렀다. 사립문을 푸석 열고 들어가니, 노인이 조용히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는 식사 중 무어라 말하기는 좀 무엇 하여 끝나기를 기다렸다. 마당에서 우두커니 그 노인을 바라보고 있자 하니, 얼굴에는 반지르르하게 무언가 흐르고 있었고, 푸석한 머릿결 또한 그로 하여금 꺼리게 하였다.
시나브로 노인의 식사가 끝났음을 알리는 듯 한 수저 놓은 소리가 ‘째르릉-’하고 경쾌하게 들렸다. 그가 문자방으로 들어오려는 순간, 노인은 그 자리에서 벌떡 누웠다. 그리고는 코를 골며 자는 것이었다. 또 기자는 할 수 없이 노인이 꺼려서라도 타는 하늘을 보며 바로 옆의 돌담에 앉아 턱을 괴이고 사색에 잠겼다. 여러가지로 생각이 많음이 당연하였다. 밥은 어떻게 떼울 것인가. 또 어디에서 잘 터인가. 날씨가 그리 쌀쌀치 않아 앝은 옷으로 버텨내기는 할 수 있겠건만, 흙을 옷에 뭍히기는 싫었다. 그러더니 뒤에서,
“곳간 문이 열려있으니, 그리 들어가 자게!”
란 소리가 나옴을 느꼈다.

다음날 아침, 그는 동이 터옴과 동시에 일어났다. 그 섬에서의 아침은 그렇게 조용한 것이 아니었다. 앝게는 산새소리가 마당에 슬쩍 깔리고 나무들이 미풍에 사각사각거림에, 그는 들고있던 사진기로 이 경치를 찍으러 하다가,
‘괜히 필름 낭비야’
라 하며 랜즈를 덮었다.
아직 노인은 자고 있었다. 어부들은 원래 빨리 일어나는 법이라 들었던 그는, 그 노인을 깨우고 싶은 욕망이 들끓었건만, 그것은 예가 아니란 생각에 그만 멈추었다.
몇 시간이 지났을까. 그냥 그것은 무료함에 치를 떨 만큼 길었다. 그러는 중, 노인은 깨었다. 그는 기지개를 폈다. 그리 훤칠하도, 땅딸막도 않은 키가 그리 거슬리지는 않았다. 그러나, 옷매무새가 깔끔하지 못함에 그는 깔끔한 제 옷에는 가까이하기 싫어, 결단코 가까이하지 않겠노라고 다짐을 하였다. 그러나 취재를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지라, 질문을 하나 던지기로 하고, 필기구를 꺼내었다. 순간, 좋은 질문이 스쳐갔다.
“J 신문에서 나왔습니다. 질문 하나 대답해 주십시오.”
잠시 말을 끊었다. 그래야 고상해 보이지 않을까 싶어서이다. 그리고 ‘음’ 하며 무언가를 구상하는 듯 하더니, 또 앞에 이어 말하길,
“왜 고기잡이를 하십니까?”
하였다.
이것에 대하여 대답을 하지 못하면, 그를 이 섬에서 몰아 낼 꼬투리를 잡는 것이고, 대답을 한다면, 그것은 필히 장황할 것이므로 기삿거리에 도움이 되리란 계산에 의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노인은, 아무 응수 없는 것으로 그것을 대신하였다. 그는 다시한번 물었다.
“왜 고기잡이를 하시는지 대답해 주십시오!”
라고 거의 소리치듯 말하였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노인은 그는 있느냐 마느냐는 관심에도 없다는 듯 듣기조차 허용치 않는 것 같다.
노인은 서서히 채비를 하였다. 아마도 어획을 위한 것이리라. 그의 어획량이 곧 그의 밥이었기에 그는 밍기적밍기적 거릴 시간의 여유조차 허용하지 않도록 그의 자신에게 심한 매질을 하는 것 같았다.  아니면 정 반대이거나.
바닷가로 노인은 나갔다. 아직도 성한 발걸음이다. 바다와 힘겨루기를 몇날몇일 했어야지, 그의 몸은 여간 단련되있지 아니한 것이 아님이다. 노인을 좆아 신문가지는 따라갔다. 나이에 의한 것은 전혀 굴레가 되지 않음을 실감하였다. 젊은 신문가사보다도 적게 잡아야 일흔은 되어 보이는 노인이 곱절 빨랐기 때문이다. 특히 산등성이에서 그러하였다.

노인은 귀여운 강아지마냥 목줄로 매어져있는 나무 배를 풀고서 어획 할 그물의 구멍을 살피었다. 그것은 말없이 진행되었다. 노인은 그러하면서 주름 하나하나가 더욱 깊숙히 패였다. 또한 입꼬리는 서서히 아래로 나아가 묵직하게 되었다. 구멍을 살파는 동공 하나가 그렇게 깊숙하기는 이레 없는 것도 같았다.
기자는 이제 말을 걸기도 무어를 하여 그냥 기다리게 되었다. 배의 정비까 끝나면 말을 걸 심산으로, 사진기도 서서히 준비를 하게 되었다. 노인을 도와 주고는 싶었다만, 어찌 해야 할 지를 몰라 이리저리 왔다갔다 거리었다. 아니, 한낯 그것은 예인지도 몰랐다. 그러나 예가 무어든 간에 그것은 노인의 마음을 더욱 심란하게 해 주는 결과밖에 되지 않음으로 보였다.
어느덧 노인은 이제 돛을 미봉책으로 간단히 꿰매었다. 이제는 늙은 배이건만, 그가 왜 이 배를 버리지 아니하는지 그것을 보고 있던 기자는 이해하였다. 덧댄 것이 한두군데임은 말할 데도 없고, 돛에 꽃혀 있는 수많은 생선가시들이란. 장관을 이룰 수 밖에.
순간 그는 생각을 추스리고 명분을 찾았다. 하여 그는 질문을 또다시 시작하였다. 노인은 아직 돛을 만지고 있는 가운데,
“아직 어부살이는 왜 하시는 겁니까, 요즈음 도시세상에? 육지로 나가자면 못 할 일이 없을 텐데요. 그곳에선 병원도, 식당도, 양로원도 있습니다.”
“…….”
그래도 노인은 말이 없었다. 그저 배만을 묵묵히 점검할 밖에는…….

다음날도, 또 다음날도 그러하였다. 그 신문기자는 물음을 던지었고, 그 노인은 그저 침묵으로 그것을 응수하였다. 항상 그런 식이다. 그러다가 하늘이 불에 저미는 때이면, 노인은 어디선가 물고기와 나물을 함께 짊어지고 돌아와 밥을 먹는 것이다. 그럴 때이면 그도 노인이 주는 밥을 얻어 먹을 밖에는 없었다.
다음 날이 밝았다. 여전히 신문기자는 노인이 배를 대는 곳으로 쫄래쫄래 따라가 질문을 던지는 참이다. 하나 오늘은 그도 그저 침묵을 지킨다. 그러자 노인이 궁금하기도 하였던가, 아니면 상대하여 줄 마음이 나서인가,
“아이가……아이의 웃음이 왜 불행해 보이지 않는 줄 아나?”
“……”
노인은 배 밑창의 구멍들을 촘촘히 보면서 그에게 말을 걸었다. 그로서는 이번이 제대로 된 대화이었다. 이제까진 딱 두 마디의 명령어투밖에는 들어보지 못했던 것이다.
노인의 시선이 이제는 노를 향했다. 노를 두 손으로 받혀들고 눈으로 촘촘히 흩으면서 말을 이었다.
“그것은 그들에게 목적이 없기 때문이라네. 그러나 그들에겐, 고통이 없기 때문에 행복도 없다네. 참 안됀 일이지, 고통이 없으니. 행복이 없으니…….”
“…….”
받아 적으려던 그는 차마 그럴 용기가 나지를 않았다. 이러한 말을 자신만이 듣는다는 것은 부당타고 생각하였으나 그것을 필기할 힘이 없었다. 손이 덜덜 떨린다. 양 손으로 쉬어 보려 하여도, 그저 마음속으로만 그 말을 음미하는 데에 정신이 팔렸는지 도통 필기하려는 노력의 구석이 보이지조차 않는다. 그러나 그에겐 마음의 속에 같혀 있던 무언가 더러운 것이 도려지는 느낌이었다. 아프지만 상큼한, 그러한 느낌…….
“내가 돛을 올리는 이유? 석 일 동안 자네는 느끼지 못했나 보이.”
그리고는 한숨이다. 정비가 끝났는지 한 손에는 노, 한 손에는 그물을 집어들었다.
“그것이야 말로 내가 살아가는 이유이기 때문이지. 내가 살아가는 이유…… 나 살려고 그러는 게 아닌, 내 친구를 보러 가는 게야. 내 친구 바다를 말이지. 아니면 그 녀석이 혼자 심심해하거든! 그 놈을 보고서라도 같이 놀아줘야 않겠나. 허허!”
이제 노인은, 그와 말하는 것에 재미를 붙였는지, 그렇게 쌀쌀맞았음에도 불구하고 오늘은 왠지 포근하다. 허기사 몇 년 동안 자연하고만 살았는데 별 수 있으랴!
“자네, 땀에 흠뻑 젓은 밥을 먹어 본 일이…혹 있는가? 그렇다면 내 기분을 쉬이 이해를 할 것인데?”
“……없습니다. 아직까지는…….”
노인이 어떠한 감동으로 계속 말을 이었다. 작게 홋잣속처럼 중얼거리길,
“언젠가는 한 번 먹어 보게나. 꽤 맛있을 게야. 아니, 필연적으로 먹어야 되는 지도 모르지. 암! 그렇구말구, 그건 반드시 먹어봐야 하지 않겠나!”
확신에 찬 어조이다.
노인이 배에 털썩 소리내며 앉았다. 그리고 노 한 짝을 바투 잡아 쥔다. 그와 동시에 그 신문기자는 벌떡하니 일어났다. 그리고 필기구를 팔과 함게 아래로 추욱 떨군다. 그리고 허리줌에 놓여 있는 사진기를 들고 대충 한 방이다. 그러나 그의 정신은 노인을 응시하는 데에 있지, 이미 사진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뼈 한 구석에 노인의 얼굴을 아로새겼다. 주름 한 자루, 한 자루도 정성스러이…….
둘은 무심코 하늘을 봤다. 거무죽죽하다. 대화에만 정신이 팔려 사방이 어둔지도 몰랐나 보다. 그러나 아미 주위는 검붉은 빛이 도는 게, 여간 심상한 것이 아니다. 십중팔구 한 바탕 폭풍이 불어닥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미 그 둘은 그러한 폭풍 따위에는 신경을 쓰지 않게 되었다. 어부에게 제일 차질이 되는 것이 폭풍임에도, 노인은은 평소와 다름이 없었다.
신문기자는 물끄러미 노인만을 응시하였다. 노인의 얼굴엔 이미 죽음 따위의 걱정은 그에 미칠 바가 아니었다.
노를 힘차게 젓는다. 노인 혼자서 노를 힘차게 젓는다. 잔물결이 서서히 섬 변두리를 반기려고 퍼져가고 있었다. 원을 그리면서, 하나하나 퍼져가고 있다.
“촐싹촐싹-”
마치 앝은 파도와도 상당 흡사하다. 아니, 그것은 그 형태만 흡사한 것이 아니라, 자연의 위대함이 파도에 한아름 담기어 있는 것처럼 그것은 치혜로 풍만한 위대함이 새겨져 있다. 이미 그것은 단순한 파동이 아니다. 그러는 사이에 노인은 멀리 나갔는지 더 이상 뵈지 않게 됨이다.
어딘지 모를 곳에서 흥얼흥얼 노랫소리가 퍼진다. 걸걸하고 뚝배기 깨지는 소리였지만, 그 쪽으로 귀를 향함은 왜일까. 재산골 배타령의 흥견지 모를 곡조가 조용한 정오의 섬을 때렸다.

“어기야디여-차  
어허야디여-어기여-차
뱃놀이가-잔다  
부딫히는 파돗소-리
잠을 깨-우니  
들려오-는 노젓는 소-리
처량도 하-구나  
어허야디여-차
어허야디여-어기여-차
뱃놀이가-잔다……”

귀에서 노인의 그 곡조가 계속 맹맹거렸다. 아니, 그것은 정말 섬을 은은하게 울리우게 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 소리가 다할 때 까지. 고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될 정도로 멀게 될 때 까지 섬은 그렇게 노래하고 있었다. 아니, 적어도 그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노래하는 섬…….




그의 눈에 과거가 슬금슬금 비춰지며 지나갔다. 천천히, 혹은 빠르게.
아직 그 이는 망망대해의 깊은 빛에 빠져 원체 헤어날 줄을 모른다. 그게 잘 된 것인지 안 된 것인지는 모르겠다만.
그의 입에서 뿜어여나오는 것은 다름아닌 한숨이다. 그리고 잠시 주춤하는 낯빛이 비치더니, 곧장 사진기를 잡아 쥐고 끈을 ‘뚝’ 하고 끊는다. 하며, 바다로 힘나게 던진다. 곧,
“풍덩-”
이다. 그는 눈을 감더니, 흙먼지가 나도록 털썩 주저않곤 마음에서 들려오는 노랫소리에 몸을 그대로 맡기며 탔다. 그런데 그의 입에서 빼꼼히 나오는 노래 곡조가 하나 있었다. 그 섬에는 그 혼자였다. 그랬건만 어찌 된 영문인지 노랫소리는 두 가닥이다. 하나는 굵고 음이 묵직한 것이요, 하나는 뚝배기 ‘뚝,뚜둑’ 하며 가래가 걸걸한 소리였다. 아니, 노랫소리는 세 가닥이었는지도……
뒤에서 살포시 슥삭이는 소리. 그러나 그것은 분명 노래 곡조임에도 틀림이 없었다. 그 곡조들은 기암절벽 위에서, 기형의 모양에서, 그리고 바다에서 앝게 졸졸 흘렀다. 섬은 노래하고 있었다. 얕고 고운 음이었다. 마치 실개천이 섬을 한 바퀴 돌아나가듯, 그 노래의 흥얼거림 또한 한 데 어우러져 섬을 한 바퀴 휘돌고 있었다.

“어기야디여-차  
어허야디여-어기여-차
뱃놀이가-잔다…….”

‘부시럭, 부시럭’하고 뒷곁 풀숲에서 움찔움찔 거리는 것이 있었다. 하이얀 새 놈이었다. 아주 조그마한 새 놈……. 그 녀석이 날개를 퍼덕이고 있는 것이다. 지금 바로. 그것은 비둘기란 놈이 틀림이 없다. 아주 새하얗고 조그마한 비둘기이다. 그런데 그 놈이 이제 날아오르려 한다. 날개짓이 서툰 걸로 봐서는 날갯죽지를 이용해 난 적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한 비둘기 놈이 훨훨 날아오르려 한다. 비상(飛上)의 꿈을 펼치려 한다.
‘툭’ 하는 소리와 동시에 그 놈은 날아올랐다. 티끌 한 점 뭍지 않고 날아오르는 조그마한 비둘기……. 그 녀석이 지금 하늘로, 하늘로 날아오르는 것이다!
‘날아라, 비둘기야. 멀리멀리 날아라! 내 마음을 싣고…….’
그 때 동안에도 노랫소리는, 섬 변두리를 따라서 졸졸 흐르는 재산골의 배타령 곡조가 구슬프면서 보람되게, 흥겨브면서 서럽게 울리우고 있었다.
해가 중천이다. 아마도 정오인 듯 싶다. 그 때도 정오였다. 그래 맞아, 그 때도 정오였지. 마자막 출항을 나간 때가……. 그 이의 입꼬리가 살작 추켜올려졌다.

“……부딫히는 파돗소-리
잠을 깨-우니  
들려오-는 노젓는 소-리
처량도 하-구나  
어허야디여-차
어허야디여-어기여-차
뱃놀이가-잔다…….”

어느 새 희고 흰 비둘기는 보이지 않았다. 그 녀석은 과연 귀천(歸天)했을지? 만물의 얼굴이 바다에 비쳐 하늘하늘 흔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