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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름 중 하나, 들풀
작성자 유예지 작성일 2004-01-27
작성일 2004-01-27
친구야. 이번 1월엔 들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어. -20℃까지 내려가는 날씨 탓에 그 흔한 들풀까지 볼 수 없다는 건 정말 슬픈 일이 아닐 수 없잖아. 봄이면 지천으로 예쁘게 피어나지만 겨울엔 이렇게 보기도 힘드니, 눈을 보는 것도 즐겁고 신나지만 봄이 빨리 왔으면 하는 생각이 드는 데.... 너는 어때?
친구야. 내가 얼마전에 아주 기막힌 일을 경험했단다. 그 '기막힌' 일이란 바로 내가 이야기 하고 싶은 들풀이 백과사전에 나오지 않았다는 거야. 우리집에는 아주 두꺼운 백과사전이 서른 한권이나 있는 데, 가나다 순으로 되어있어. 그래서 기가 막혀서 야생화로도 찾아보았는 데 역시 나오지 않았단다. 웬지 들풀과 야생화가 우리나라에서 천대를 받는 것같아서 마음 한구석이 아팠어.
우리 이름들은 대부분이 한자로 지어져 있지? 네 이름은 어떻게 되어있니? 한자 아니면 한글? 아니면 둘 다 섞여서?
많은 들풀들은 재미있게도 자신의 이름은 자신의 모습이나 사는 곳, 숨겨진 특성에 따라서 지어져.
예를 들면, 노루귀라는 들풀은 노루의 귀를 닮아서 붙여진 이름이고, 쇠무릎이라는 들풀은 소의 무릎을 닮아서 지어졌다고 해. 그리고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애기똥풀 역시 줄기나 잎에 상처를 내보면 노란 액체가 꼭 아기의 똥같아서 생긴 이름이고, 찔레는 줄기에 가시가 많아서 찔리기 쉬워서 찔레 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단다. 닭의 장풀이라는 들풀을 아니? 그 들풀은 꽃이 파란색을 띠고 있는 데, 닭장주변에서 많이 찾을 수 있다고 해서 닭의 장풀이라고 부른단다. 정말 재미있지 않니? 하지만 추석 때 산소 가다가도 무리지어 피어있더라구. 아마 옛날에는 닭장에서 많이 찾을 수 있었나 봐.
그리고 특이한 들풀이나 이름이 아주 많은 들풀도 있어. 내가 아는 들풀 중에는 새팥 이라는 들풀이 있는 데 추석 때 산에서 보니,아무리 봐도 팥하고는 연관이 없어보였어. 노란 꽃이 조금 특이하게 생겼는 데 뭐가 팥이라는 건지.
그런데 나중에 알고보니까, 새팥은 콩과에 속하는 들풀이어서 씨앗이 꼬투리에 생긴대. 아마도 씨앗이 팥처럼 생겼나봐. 언젠가 새팥 씨앗을 받고 싶어.
제비꽃, 참 많이 보는 들풀이야. 너도 많이 보지? 봄에... 그런데 그 제비꽃이 이름을 무척 많이 가지고 있단다. 시에서 많이 등장하는 오랑캐꽃도 이 제비꽃이고, 씨름꽃, 병아리꽃, 장수꽃, 앉은뱅이 꽃..... 난 이렇게 이름이 많은 꽃을 한번도 보지 못했어. 종류도 많아. 그냥 제비꽃, 잔털제비꽃, 흰젖제비꽃, 노랑제비꽃... 들풀  하나에 이렇게 많은 신비가 숨겨져 있다니, 웬지 앞으로는 들풀을 더욱 의미있게 볼 수 있을 것같아. 이렇게 알아가다 보니까, 흰젖제비꽃이라는 식물이 무척 마음에 들었어. 꽃말이 '티없는 소박함'이래. 정말 예쁘지 않니?
친구야. 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름 중 하나가 들풀인 것같아. 세상에 세련되고 멋지고 화려한 이름들도 많지만 난 소박하고 자연을 닮은 이름이 더 좋거든. 앞으로 들풀은 많이 찾아보고 싶어. 우리가 잡초라고 여기던 풀을 더 자세히 관찰하고 작은 것을 살펴보려 허리를 구부리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
친구야. 오늘 내 이야기는 여기까지야. 너도 아름다운 들풀을 많이 찾아보렴. 안녕.

                                                      예지.


범계초 6년 유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