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기마당 > 글나라우수작품 > 우수작품

우수작품

제목 아버지
작성자 김영우 작성일 2004-01-28
작성일 2004-01-28
2004년 1월 27일 화요일 날씨 : 흐린 건지 갠 건지...?

오늘의 일기 주제 : 아버지

지난 일요일에 게으름 피우느라 하지 못했던 목욕을, 오늘에야 시원하게 했다. 매번 아버지와 함께 다니다가 혼자 목욕하려니 좀 힘들었지만, 목욕탕 문을 나설 땐 날아갈 듯이 개운했다. 밖은 벌써 어두컴컴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슈퍼에 들러서, 목욕비 내고 남은 잔돈으로 아몬드 한 봉지를 샀다. 이따가 밤에 만화책을 보면서 먹을 속셈으로 말이다.
집 앞 골목에 들어서자, 우리 집 대문 쪽에서 물이 흘러 내려와 바닥이 흥건했다. 나는 왠지 불안한 마음이 들어서 얼른 열쇠를 꺼내 들었다. 그런데 대문을 여는 순간, 어디선가 "쏴~!"하는 소리와 함께 폭포수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어? 이상하다. 이게 무슨 소리지?"
나는 재빨리 대문 안으로 들어서서 주위를 살펴보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이란 말인가? 대문 옆에 있는 화장실 문틈으로 물이 콸콸 새어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화장실의 유리창에 부딪히는 물줄기도 보였고, 화장실 바닥으로 떨어지는 물소리는 마치 폭포수 같았다.

나는 갑자기 무서워졌다. 그래서 감히 화장실 문을 열어볼 엄두도 내지 못하고, 급히 방으로 들어와 아버지께 전화를 했다.
"아빠, 지금 큰일났어요. 화장실이 터졌나 봐요!"
"뭐라고? 화장실이 터져? 그게 무슨 말이야? 자세히 좀 말해 봐."
"아이, 참! 지금 화장실에서 물이 콸콸 새어나온단 말이에요~!"
"그래? 그럼 지금 당장 대문 밖에 있는 수도계량기 함의 뚜껑을 열고, 수도꼭지처럼 생긴 밸브를 오른쪽으로 돌려서 꽉 잠가! 알았지? 아빠 금방 갈게~"
난 아버지 말씀대로 수도계량기의 밸브를 잠갔다. 그랬더니 거짓말처럼 물이 새어나오는 게 딱 그쳤다. 그래서 화장실 안을 들여다볼 속셈으로 불을 켰지만, 전등 스위치가 고장이 났는지 불이 들어오지 않아서 포기해버렸다.

잠시 후, 아버지께서 헐레벌떡 달려오셨다. 아버지는 대문을 들어서자마자 화장실 문을 열어보시더니, "어? 어디가 터진 거지? 어두워서 잘 보이지가 않네."하시며 나더러 잠갔던 밸브를 다시 열라고 하셨다. 나는 아버지 말씀대로 아무 생각 없이 밸브를 열었다. 그 순간, "쏴아~!" 하는 소리와 함께, 아빠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어이쿠~! 이게 뭐야? 다시 밸브 잠가!"
나는 놀라서 얼른 밸브를 잠근 후에 대문 안으로 들어와 아버지의 모습을 살폈다. 순간, 나는 웃음이 터져 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왜냐하면 아버진 꼭 물에 빠진 생쥐처럼 온 몸이 물에 흠뻑 젖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짧은 순간에 그만큼 많이 젖을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나는 아버지한테 감기 걸릴지도 모르니, 빨리 옷을 갈아입으시라고 말씀드렸다. 그러나 아버지는 "이왕 버린 옷, 다 고친 다음에 갈아입지, 뭐!"하시며 마른 수건이나 갖다 달라고 하셨다.

그 후부터 아버지의 눈물겨운 노력은 시작되었다. 파이프의 터진 부분을 고무밴드로 감고, 그 위에 테이프를 감고, 또 두꺼운 고무줄로 감고, 그 위를 운동화 끈으로 감고, 나중엔 전선을 잘라서 칭칭 동여매기까지 하셨다. 하지만, 그 어떤 것을 감아도 물이 새는 걸 막을 수 없었다. 한 번, 두 번, 세 번... 다시 감고 또 동여매도 수도계량기의 밸브만 열면 물이 뻗쳤다.
결국 아버지는 화장실의 수도파이프 고치는 걸 포기하셨다. 그리고 2층에 올라가서, 30분 뒤에 수도밸브를 잠글 테니 오늘밤에 쓸 물을 받아 놓으라고 말씀하셨다. 물론 우리 집도 세탁기랑 큰 물통 등에 물을 잔뜩 받아 놓았다. 그리고 저녁은 밖에 나가서 삼겹살을 먹었다.
그런데 외식을 하고 집에 돌아오니, 더 큰 일이 생겼다. 집에 전기가 나간 것이다. 원인을 찾기 위한 아버지의 탐색전이 시작됐다. 깜깜한 곳을 헤매시는 아버지를 도와드리기 위해서 손전등을 켰더니, 전지가 다 됐는지 불이 흐릿하게 들어왔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촛불을 켜들고 아버지 옆을 따라다녔다.

아버지는 무슨 전기기술자처럼 보였다. 어두운 곳에서 고양이 눈을 하고 차단 스위치를 올렸다 내렸다 하시며 여기저기 돌아다니셨다. 그러더니 결국, 화장실의 전등 스위치 때문에 누전이 된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아마도 아까 화장실의 새는 물이, 스위치 있는 데까지 흘러 들어간 모양이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3개의 차단 스위치 중 1개만 누전이 되었다는 것이다. 각 차단 스위치마다 배선이 달라서 다른 2개의 차단 스위치에 연결된 전원은 사용할 수 있다고 아버지께서 설명해주셨지만, 난 그게 무슨 말인지 도무지 이해가 안됐다.
아무튼 각 전등은 켤 수 없었지만 컴퓨터, TV, 냉장고, 보일러 등은 이상이 없었다. 나는 한 집에서 어떤 곳은 전기가 들어오고, 또 어떤 곳은 전기가 안 들어오는 이상한 현상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내 눈으로 직접 목격한 터라 믿지 않을 수도 없었다(내일 고칠 때, 좀 더 자세히 알아봐야겠다)

정말 오늘은, 우리 집에 이상한 일만 생긴 것 같다. 그런데 만약 오늘 같이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아버지가 안 계셨다면 나는 어떻게 행동했을까? 아버지처럼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었을까? 아니, 자리에 그냥 철퍼덕 주저앉아서 울기만 했을지도 모른다.
나는 오늘 우리 집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통해서, 아버지가 나와 우리 가족에게 얼마나 소중한 분인지를 알게 되었다. 또한 아버지는 항상 나를 지켜주고, 또 우리 가족의 행복을 위해서 언제나 최선을 다 하신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5학년)
다음글
숙제
이전글
버스안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