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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동화- '꿈의 소나무'
작성자 이현수(3학년) 작성일 2004-02-08
작성일 2004-02-08
(동화)
꿈의 소나무
-도시로 이사가는 사람들-
땀이 줄줄 흐르는 어느 더운 여름, 커다란 해님의 햇살이 눈을 찔러 일어났다. 은동이네 밭에서는 커다란 수박이 길을 막고 있었고, 숙이네 어미소는 따가운 햇살에 등을 긁고 있었다. 철수네 논에서는 파릇파릇 어린 벼가 꼿꼿이 머리를 들었고, 트럭의 연기뿜는 소리도 들렸다. 빨간 기와집, 덕순이네 이사가 한창이었다. 어느새, 아이들은 덕순이를 배웅 해 주려고 나와있었다. 그토록 친했던 덕순이네가 드디어 이사를 가다니... 우리 마을사람들이 열 세 번째 맞는 이사다. 그때, 문득 뒷산에 덕순이와 같이 심은 어린 소나무가 생각났다. 이제 혼자서 그 소나무를 돌봐야 한다. 깜빡 잊고 있었던 덕순이네 이사에, 엄마를 불렀다.
"엄마! 엄마! 어딨으예?"
하지만 엄마는 이미 덕순이네를 배웅해 주려고 나가 있었다. 말도없이 나간 엄마가 못내 미웠다. 어서 책상위에 놓여진, 꾸질꾸질한 때가 묻은 옷을 입고, 나갈 준비를 했다. 트럭에는 벌써 많은 짐들이 쌓여 있었다. 마지막으로 새하얀 보자기에 싸인 자그마한 짐을 옮겼다. 숙이네 할아버지는 말 없이 꾸벅꾸벅 담배를 피우셨고, 아이들의 눈에는 눈물이 글썽거렸다. 덕순이네가 이사를 가서인지, 다른때보다 더욱 슬펐다. 아직 잘은 모르지만 대충 '이별이란 이런것이구나...'하고 생각했다.
"덕순엄마, 잘가이소. 에구... 사람이 만나면 헤어질 수도 있지..."
"남수 엄마도 잘있으소. 도착하면 편지 보낼께예."
우리 엄마도 슬픈가보다. 항상 수다를 떨던 덕순이네 엄마가 가서 말이다. 밖으로는 내색하지 않았지만 뒤돌아보면서 눈물을 닦았다. 왜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나가는 지 모르겠다. 대체 도시가 어떻길래... 냇물에서 첨벙첨벙 수영하고, 밤마다 귀뚜라미 소리 들리는 우리 마을이 왜 싫다고 다들 떠나는 걸까. 드디어 '부릉부릉!'트럭을 운전하는 아저씨가 시동을 걸었다. 매쾌한 연기를 뿜으며 언덕을 지나서 점점 작아지고 결국엔 사라져 버렸다. 철수의 동생, 철구는 가는 트럭을 뒤따라 가다가 언덕쯤 가서 지쳐버렸다. 그리고 트럭이 완전히 보이지 않자, 땅바닥에 철석 주저앉았다. 그리곤 먼 허공을 바라보았다. 나는 어른들을 따라서 집으로 들어갔다. 엄마는 부엌으로 가서 아침밥을 지으셨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아무 생각이 없었다. 방에 들어가서 뒷산을 바라보니 어린 소나무가 어느새 가지를 쭉쭉 뻗어 있었다. 덕순이에게 이 소식을 알려주고 싶었다. 도시는 정말 나쁜 것 같다. 왜냐하면 내 친구들을 다 떠나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남수야, 어여 나와서 밥 묵그래이. 덕순이가 떠난 너의 기분은 안다만, 밥까지 안묵으면 안되잖혀... 어여 나와라, 으응?"
할머니가 마루에서 부르셨다. 별로 먹고 싶지는 않았지만,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기 때문에 마루로 나갔다. 밥상에는 어제 엄마가 캐 온 산나물이 있었다. 평소 좋아하던, 생선도 있었지만, 그리 좋진 않았다. 밥을 푹푹 쑤셔서 먹었는데, 밥이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도 몰랐다. 어른들도 오늘은 기분이 썩 좋진 못했다.
"아부지, 오늘 고추밭에 안가요?"
"시방, 덕순이네가 이사를 갔는데, 너라면 가고싶겠나?"
평소 자상하지던 아버지까지도, 무뚝뚝 해 지셨다. 밥을 반쯤 퍼먹고, 뒷산으로 가기위해서, 신발을 구겨신고, 대문을 나갈때, 엄마가,
"뒷산에 가려거든, 가지마래이. 덕순이 생각만 날게다. 그러지 말구, 은동이 하구나 놀아래이. 은동이도 좋아할거다."
뒷산에 결국 못갔다. 하지만 은동이네에는 가기 싫었다. 은동이가 좋아하기는 커녕, 화만 낼 게 뻔하다. 그래서 그냥, 토끼에게 먹이만 주고, 바람만 쐬었다. 덕순이에게 화냈을 때도 생각났고, 덕순이와 싸웠을 때도 생각났다. 그 때를 생각하니, 피식 웃음이 나왔다. 햇님은 구름에 반쯤 가려 있었다.
'저기 높은 햇님은 덕순이가 보이겠네...'
그 때, 철수와 철구가 왔다. 같이 냇물에 가서 시원하게 목욕이나 하자는 것이다. 기분도 싸늘했는데, 잘됐다 생각하고, 냇물에 갔다. 시원한 물에 첨벙첨벙 목욕하다 보니, 어느새, 덕순이에 대한 우울함도 사라졌다. 은동이도 마침, 냇가로 왔다. 화낼것을 생각하고, 은동이네 집에는 가지 않았는데, 그 생각이 빗나갔다. 은동이도 냇가에서 같이 목욕하고 싶어했다. 그래서 우리는 물을 튀기면서, 매우 시원하게 잘 놀았다. 그 때, 꽃목걸이를 만들던 숙이와, 윤지는 우리를 보고, 얼굴을 붉혔다. 그리곤, 나무 뒤로 가버렸다. 이제 아이들은 모두 덕순이네를 잊어버렸고, 어른들도 우리들을 보고, 덕순이네를 잊어버리려고 애를 썼다.
"형아들, 개똥참외 먹으러 갈꺼야?"
철구의 뜻밖의 제안에 우리들은 모두 찬성했다. 나와 철수는 남쪽 보리밭 덩굴들을 샅샅이 뒤져서, 열 개나 개똥참외들을 찾았다. 배가 볼록해지게 개똥참외들을 먹고나서, 해가 질때까지, 뛰어놀았다. 참새구이도 먹자고 했지만, 밤에 참새귀신이 나온다는 소문때문에, 그냥 집으로 돌아왔다. 할머니는 이불을 깔고계셨고, 엄마는 앞마당을 청소하고 계셨다. 아버지는 윤지네 아버지와 같이 덕순이네 집을 처리하려고 가셔서, 아직 돌아오지 않으셨다. 오랫만에 할머니 품으로 가서, 누웠다. 이제 할머니도 쭈글쭈글 해서, 느낌이 그리 좋지는 않았지만, 재미난 옛날 이야기를 해 줄 것을 생각해서 누웠다. 별들이 반짝반짝 하늘에서 빛났다. 그리고, 새근새근 잠이 들어버렸다.
-보건소 아저씨-
"부으으으응~"
몇년 뒤, 고약한 소리에 그 달콤한 잠에서 깼다. 화가나서 베개로 화풀이를 하고는, 밖을 내다보았다. 덕순이네 집이 다 없어지고, 그자리에 이상한 지붕이 없는 오층짜리 집이 세워졌다.
'무슨 놈의 집이 저리 크노?'
처음에는 이렇게 생각했는데, 자세히 보니, 집이 아니라 보건소였다. '마을 어린이와 어른들의 건강을 책임지겠습니다.'라고 쓰인 보건소에는 숙이네 할아버지와 낯선 아저씨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엄마말씀이 옳았다. 곧 콘크리트건물의 보건소가 세워질 거라고 하셨다. 바로 앞에 펼쳐진 낯선 풍경에 놀란 나머지, 눈이 포도알만큼 커졌다. 당장 밖으로 나갔고, 아이들을 불러모았다. 아이들도 놀란 표정이었다. 우리는 보건소로 들어가 보았다. 숙이네 할아버지와 이야기 하던 낯선 아저씨가 있었다. 처음에는 무서웠지만, 친절하게 대해 주셔서 마음이 한결 놓였다. 아저씨는 매일 놀러 오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곤, 검정색의 네모난 과자를 주셨다. 아저씨는, '쵸콜릿'이라며, 먹어보라고 하셨다. 한 입 깨물어 보니깐, 단맛이 입을 싹 돌았다. 우리는 손을 잡고 노래를 부르면서, 골목길을 따라서, 동구밭길을 지났다. 다음날도, 보건소에 갔다. 보건소의 아저씨는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계셨다.
"응, 덕순아. 지금 보건소에 손님 왔거든. 응. 응, 알겠어. 응."
"얘들아, 또왔구나, 안녕?"
나는 놀랬다. 내가 아닌 친구들도 다 놀랬다. 우리들은 보건소 아저씨가 통화하는 내용을 들었다. 덕순이라고!
"아, 아... 저씨? 더... 덕순이라뇨? 혹... 여기 있다가 도시로 갔나예?"
내가 용기를 내어서, 대표로 말해보았다.
"응. 난 덕순이 삼촌이야. 그런데 왜...?"
우리들은 덕순이와의 이야기를 다 해 주었다. 아저씨께서는 빙긋 웃으시면서 말씀하셨다.
"안그래도 덕순이가 너희들 이야기를 하더라."
"덕순이랑 잠깐 통화 가능할까예?"
"물론이지."
"감사합니데이~"
우리들은 서로 통화하고 싶어서 싸웠다.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긴 사람이 대표로 전화를 하기로 했는데, 가위바위보의 왕, 윤지가 걸렸다. 덕순이랑 통화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약속은 약속이기 때문이다. 윤지는 자신이 이기자, 미소를 방긋 머금고, 전화기를 들었다. 우리는 조용히 통화 내용을 지켜보았다.
"응, 윤지구나. 나는 잘 지내. 그런데 도시는 너무 복잡하단다. 높은 건물들과 많은 불빛에 놀랐지. 하지만 지금은 잘 적응하고 있어. 공기가 좀 나쁜게 탈이야. 시골에 있다가 도시에 오니, 숨이 막히는 것 같더라. 다시 가고 싶어. 어쩌면, 다시 거기로 갈 지도 몰라. 그럼 연락할께~"
"으...응! 꼭 연락해라이. 니 보구싶다. 꼭 와야해. 아...안녕!"
윤지는 많이 놀란 것 같았다. 덕순이의 변한 말씨와, 커다란 목소리... 시골에 있다고, 비웃는 듯한 목소리였다. 하지만, 곧 여기로 오면, 이쁜 선물들을 사 온다는 것 같았다. 우리는 조금 풀이 죽었다. 예전만 해도 같이 뛰어놀았던 친구가... 저렇게 변해 있다니! 우리들은 오늘은 그냥 다들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말을 꺼내긴 미안했다. 하지만 다들 그러고 싶어했다. 그리고 누군가 말하기를 바랬다. 그 때, 은동이가 말했다. 은동이가 참 고마웠다. 집으로 돌아오니, 할머니는 거울을 보고 계셨다. 엄마와 아빠는 보이지 않았다. 할머니께 물어보니, 엄마와 아빠는 어쩌면, 덕순이가 다시 올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마을회의에 나갔단 것이다. 덕순이가 왜 다시 와서, 이렇게 긴장하게 만드는 지 모르겠다. 그 때, 뒷산의 어린 소나무가 생각났다. 당장 뒷산으로 가보았다. 그동안 소나무는 매우 많이 커져서, '어린소나무'라는 이름이 안어울릴 정도였다. 이 푸른 소나무가 왠지 덕순이와 나의 우정을 지켜 주는 것 같았다. 그리고, 친구들에게 이 소나무의 비밀에 대하여 말하고 싶었다. 이 소나무가 큰 만큼 나도 많이 커 있었다. 순덕이가 이사를 갈 때가 아홉 살이었는데, 벌써 이 년을 넘긴 것이다. 지금의 내 나이는 정확히 열한 살이다. 철구가 예전의 내 나이가 되어 버렸다. 나는 당장 친구들에게 달려갔고, 뒷산의 소나무의 비밀을 말해주었다. 그리고 우리는, 돌아가면서 이 소나무를 돌보아 주기로 하고, 이름을, '꿈의 소나무'라고 지었다. 소나무 한 잎마다 우리들의 꿈이 가득 담겨 있었다.
-덕순이가... 돌아온데요.~-
마을마다 이상한 소문이 돌고 있었다. 내일이면 덕순이가 마을로 다시 온다는 거다. 그런데 그 소문이 진짜였다. 오후 네시쯤, 덕순이는 햐양색 트럭 뒷자석에 타서, 마을을 향해, 손을 흔들어 보았다.
"덕순아... 엉엉. 얼마나 기다렸는지 아니? 흐윽."
"너, 도시가 그렇게 좋냐? 그럼 도시살지... 그랬냐?"
"아이고, 덕순엄마. 반가워유."
그런데, 덕순이는, 옛날의 덕순이가 아니었다. 온통 더벅머리에다가, 얼굴은 매우 창백했다. 덕순이에게 왜 그 좋은 도시에서 살지 않고, 시골에 다시 왔냐고 묻고 싶었지만, 덕순이가 피곤한 것 같아서 말았다. 하지만, 덕순이의 이상한 생김새 때문인지, 도시에서 어떻게 지냈는지... 더 궁금해 졌다. 덕순이는 도시는 좋은점도 있지만, 너무나 발달되어서 자연환경이 좋지 않아, 다시 시골로 왔다고 대답했다. 그 말은 맞다. 그 도신가 뭔가 하는 것 때문에, 자연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도 나는 덕순이의 이사 왔을때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 때, 분위기 파악을 잘 못하는, 철구가 대뜸, 덕순이에게 물었다.
"덕순누나... 왜 아까는 그리 이상한 얼굴을 해 있었노? 말해주라이."
"아... 그냥. 우리 아빠가 빚인가 뭔가하는 걸 지셨대
. 그리고, 우리집은 팔렸어. 어떤 무섭게 생긴 아저씨한테 얻어맞았어. 흐...흑."
어느새, 덕순이의 얼굴이 파란빛을 뛰면서,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덕순이가 다시 와서 좋았지만, 조금 싫은 점도 있긴 있었다. 소나무를 기억하지 못했다는 거다. 윤지, 은동이, 숙이, 철수, 철구는 그 동안 있었던 일을 다 말해줬다. 하지만 하나 빼먹은 점이 있다. 바로 '꿈의 소나무'이다. 나는 '꿈의 소나무'에 대하여 말해주었다. 그리고, 처음에는 살수 없을 만큼 아팠지만, 이제는 건강한 나무가 되어있다는 이야기도 빼지 않았다. 그리고, 뒷산에, '꿈의 소나무'에게 많은 거름을 주려고, 갔었지만, 덕순이가 흥미를 못느껴서, 그냥 집으로 되돌아 왔다. 아버지와 '고누'놀이를 했는데, 세 판 다 지고 나서, 화가난 채로 쿵쾅거리면서, 방으로 갔다.
-별님, 우리들의 나무를 보살펴 주세요!-
그날밤, 어른들은 뒷산에 있는 나무들을 베어야만 한다고 했다.
우리들은 회의를 열었다. 제목도, '꼬마들의 뒷산회의'라고 지었다.  
"뒷산에 있는 나무라면, '꿈의 소나무'도 포함되잖아?"
숙이가 걱정되는 얼굴로 말했다.
"우리들은 '꿈의 소나무'를 지켜야 돼예. 아니, '꿈의 소나무'뿐만이 아닌 모든 뒷산 나무들을 지켜야만 해예."
철구가 울컥이면서 말했다. 그리고 우리들은 같이 뒷산나무들을 지키기로 약속하고, 헤어졌다. 집에 돌아가서, 아버지께 여쭤보았다.
"아부지, 왜 어른들은 뒷산나무들을 다 베어야만 해유?"
"그게 다 자연환경을 망치는 일이란 건 너도 잘 알잖어. 사람의 이익만을 위해 지금 도시에서는 산에 댐을 짓고, 인간보다 오래 산 나무를 베어낸단다. 오직 인간의 편리함을 위해, 자연환경을 이용하려 하고 있는 게다. 아빠 어릴 때만 해도... 에휴~"
아버지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씀하셨다.
"아부지, 절때 그럴 일은 없을거에요. 별님이 도와주실 거에요."
하고, 나는 꼭 뒷산나무들을 지키기로 결심했다. 또, 밖에 나가서, 검은 도화지에 촘촘히 박힌 반짝반짝 별님에게 빌었다. 뒷산 나무들이 언제까지나 오래오래 살게 해 달라고.
다음날, 우리들은 아침 일찍 우물가로 가서, 물을 한가득 펐다. 그리고는, 산으로 올라가서, 나무들에게 물을 듬뿍 주었다. 또, 산 입구를 막았다. 어른들이 오신다면 어린이들의 순수한 마음으로 나무를 살리려는 작전이었다. 그 때, 어른들이 도끼를 실은 트럭과, 굴삭기를 몰고, 뒷산쪽으로 왔다. 그리고는, 우리들 보고,
"비켜!"
했다. 우리는 손하나 끄덕 하지 않았다. 숙이할아버지께서는, 버릇없다면서, 어서 길을 막지 말고, 집으로 가서 놀라고 했다. 우리들은 너무나 화가 나서 소리를 질렀다.
"아저씨, 우리들은 비킬 수가 없으예! 아저씨들은 자연의 소중함도 모르는 가 보군예. 이 뒷산은 우리들이 어렸을 때부터, 같이 친구로 커오던 산이란 말이에예. 우리는 이 산을 지켜야만 한다구예."
우리들의 당당한 말에 어른들은 놀란 기색을 떨치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들을 밀치고 뒷산으로 가서 나무를 베었다. 살살 벤다면서, 우리들을 안정시키고, 뒷산나무들을 한그루 씩 뽑아냈는데, 어느새, 뒷산은 벌개벗고 있었다.
-좁은 흙길의 식물나라라고...?-
집으로 편지가 한 통 날라왔다. 일 년에 많으면, 다섯 번 쯤 있을 편지가 오니, 너무나 기뻤다. 편지봉투는 먹음직스럽게 보이는 사과가 그려진 빨간색 봉투였는데, 눈이 왕방울만해졌다. 명필이 써도 못쓸 글씨였는데, 잘 보니, 연필은 아닌 듯 했다. 덕순이가 언젠가 말해 준 컴퓨터 글씨인 것 같다. 제목은, '아름다운 시골 어린이들, 보세요~'해서 보낸사람이 '마음속의 산타'라고 되어 있었다. 겨울도 아닌데 산타가 등장해서 웃겼지만, 호기심도 조금씩 생겼다. 제목대로, 친구들을 불렀다. 내가 대표로 읽었다.
'꼬마들의 아름다운 마음씨에 감동했습니다. 좁은 흙길로 나오세요. 기다릴께요.'
우리는 당장 '좁은 흙길'로 달려 갔다. 뒤에서, 은동이네 강아지가 따라오고 있었지만, 무시했다. 그날만큼은 놀아줄 수가 없었다. '좁은 흙길'에 들어서니, 보지 못했던 많은 나무들과, 꽃들, 풀들, 그리고, 곤충들이 살고 있었는데, 그 모습은 꼭 하늘에서 예쁜 선녀들이 춤추는 것 같았다. 반쯤 돌아보니, 유난히 튀는 소나무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어른들이 뽑아간 '꿈의 소나무'였다. 벌써 크디크게 자란 것이다. 너무 믿기지가 않아서, 먼 허공만 바라보았는데, 갑자기 예전에, 뒷산을 벌개벗겨 놓은 트럭의 운전사 코털아저씨가 왔다. 코털아저씨는 허허 너털웃음을 지으시면서 말씀하셨다. '너희들의 우정과, 시골의 향기는 영원히 마을의 나무로 보존 될 것이다~'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