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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랑의 참뜻을 아시나요...?
작성자 이현수(4학년) 작성일 2004-03-29
작성일 2004-03-29
(동화)
사랑의 참뜻을 아시나요...?
-나는 미소를 잃지않아, 내 이름은 한미소!-
"솨솨- 솨솨- 지이직, 쾅쾅! 솨아아-"
좀 쌀쌀한 날이었다. 태풍때문에, 사방은 어둠으로 뒤덮였고 저번 크리스마스때, 가족과 함꼐 천장에 붙힌, 별 반짝이 스티커만 초롱초롱하게 조금씩 빚날 뿐이었다. 먹다가 바닥에 그냥 둔, 바나나 껍질에 하마터면 미끄러질 뻔 하였다. 막 잠에서 깨서, 정신이 벙벙했지만, 뒤뚱거리며 결국은 불켜는 '전원버튼'을 눌렀다. 싸인펜을 종이에 세게 긁는 소리가 나면서 불이 번쩍 켜졌다. 잠들기 전과 모든게 그대로였다. 엄마, 아빠보고 회사좀 다니지 말라고... 심심하다고, 화가나서 쿠션을 던져 놓은 것도 그대로였다.
"엄마, 아빠...!"
"... ..."
대답은 역시 생각했던대로 없었다. 오늘따라, 침이 더 씁었다. 그 때, 갑자기 머리가 지끈거렸다. 분명 엄마, 아빠는 나를 뿌리치고... 딸이 울면서, 자는데도 무시하고, 나간것이다. 부엌의 정수기로 향했다. 물을 한사발 쑤욱 들이키니깐, 좀 나아졌다. 눈에는 아직 울었던 얼룩이 남아있어서, 얼굴이 따갑고, 꺼질했다. 바닥만 보고 아무 생각없이 걸었다. 뒤뚱거리며 겨우 서 있는 오뚝이도 보였고, 책 속에 그려진 외로운 양치기 소년도 보였다. 혼자서 마을과 뒤떨어진 산중턱에 있는 소년... 웬지 나와 비슷한 처지인 것 같기도 했다. 또, 눈물이 핑~돌았다. 학교가방이 그대로 바닥에 나뒹굴어져 있었다. 이름표도 보였는데, '한미소'라는 글이 쓰여있었다. 그렇다, 나는 상큼별 초등학교의, 4학년 한미소다. 항상 미소를 잃지 말고, 살라고... 아빠의 외할아버지가, 즉 나의 증조 할아버지가 남긴 이름이었다. 덩치는 4학년 치고 좀 작은편이라서, '꼬마생쥐'라고,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누구보다 마음은 넓은 편이다. 부모님은, 맞벌이를 하시는데 오늘 울고 잔 이유도 그것때문이다. 부모님은 아무 죄가 없다. 단지, 나를 심심하게 만든 그 회사가 미웠다. 흰 종이에다가, 유성펜으로 '회사'라고 적고, 구겨버렸다. 나중에는, 찢어버리고, 밟았다. 쓰레기통에 던졌는데 찢어진 종이들 중, 겨우 두 종이만 쓰레기통으로 들어갔고, 그외의 종이들은 다 가엽게도 쓰레기통 주변으로 흩어지고 말았다. 달력을 봤는데, 8월 25일에 빨간동그라미가 그려져 있었다. 아빠 생신인 것이다. 전화기 쪽으로 갔다. 아빠께 전해주고 싶었다. 당장 버튼을 눌렀다.
"네, 팀장 한재철입니다."
"아빠! 나야, 미소... 곧 8월 25일이야. 알지?"
"너 깼구나. 다음부턴 울지마. 그리고, 미안해. 아빠, 지금 너무 바빠... 곧 올 전화도 있구."
"으.. 응..."
"아참, 엄마가 너 준다고 식탁에 고구마 올려놨을거야. 껍질 까서 먹어라, 우리 공주님 빠이."
힘이 쭉 빠졌다. 아빠가 아빠, 자신이 태어난 날도 잊고 있다니... 아빠가 미웠다. 올해는 정말 말없이 아빠의 생신을 보내는 걸까?  빨간 돼지저금통으로 갔다. 겨우 오백원 뿐이다. 하지만, 편지는 쓸 수 있을만한 돈이었다. 선물은 마음이 어쨋든지 가장 중요하니깐 말이다. 바로 분홍빛 외투를 입고, 밖으로 나갔다. 열쇠로 문을  꼭꼭 잠궜다. 편지를 사기 위해서, 빨간 궁서체로 '샛별문구'로 쓰여진 간판쪽으로 갔는데, 문은 닫혀 있었다.
'아직 아홉시인데, 벌써 문닫네...'
다행히, '룰루문구점'에는, 문을 열어 있었다. 빨간 리본이 달린 향기나는 편선지를 집었는데 천원이었다. 주머니에 돈이 오백원 뿐이어서, 그냥 평범한 초록색 빚금 편선지를 샀다. 빨간 리본의 향기편선지를 못 사서, 서운했지만, 글씨 만큼은 이쁘게 쓰리라 생각했다. 집에, 열쇠를 따 보니, 엄마와 아빠가 초조한 모습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너무 늦은것이다. 분명 벌을 내릴거다. 하지만,다행히도 아무 벌도 없었다                                                                       -생신편지로 인한 가출대작전.-
분홍, 노랑, 초록, 파랑... 알록달록 싸인펜으로, 예쁘게 적은 아빠의 생신편지를 들고, 부모님을 기다렸다. 밖을 내다보니, 어제 분 태풍 뒤에, 하늘은 무척 맑았다. 특히 오늘은 아빠의 생신이기 때문에, 두분 다 빨리 오시리라 믿었다. 아니, 일요일이라서 분명 적어도 다섯 시에는 들어오신다.
"뻐꾹! 뻐꾹! 뻐꾹! 뻐꾹! 뻐꾹!"
벌써 다섯시다. 소파에서, 편지를 들고 떨리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헛기침도 해보고. 손가락을 꿈지락 거리기도 했다. 오분이 가고, 십분이 가고... 한 시간이 지났다. 혹시 착각을 하는가 싶어서, 달력을 보고, 또봤다. 분명 8월 25일이다.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아 편지지를  찢어버렸다.그리고 화장실 변기통에다 버렸다. 쥐구멍이라도 들어가서, 숨어버리고 싶었다. 세상에서 영영 없어진 것처럼. 울고싶었다. 내 생일이 아닌데도... 그래도 너무나 슬펐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불쌍한 가출소녀가 되고 싶기도 했다. 엄마, 아빠가 걱정하게 만들고 싶었다. 그리고, 내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꺠닫게 해 주고 싶었고, 그 일로 가족간의 사랑도 만들고 싶었다.
"딩동~딩동~"
편지를 찢은 후, 바로 벨이 울렸다. 엄마, 아빠가 회사에서 오신것이다. '5초라도 더 기다릴걸...'하는 후회가 들었고, 내 머리를 꽁! 쥐어박았다. 문을 열고 싶지 않았다.  계속 기다리게 하고 싶었다. 엄마는, 열쇠를 따고 들어오셨다. 손에는, 짐을 한 꾸러미 들고 있었는데 간식인 것 같았다. 아빠는, 빨리 문을 열지 않은 나에게 뽀뽀를 날리시곤 곧바로  화장실로 가셨다. 분명 내 편지조각을 보셨을 거다. 지금쯤 무슨 생각을 하실까?
"아니, 여보! 웬 종이조각이 화장실에 있담? 어서 와봐. 어... 편지지 같기도 하고."
엄마는 아무 대답이 없었다. 보통때도 엄마는, 가족에게 무관심이였다. 그 떄, 엄마가 갑자기 소리쳤다.
"아! 오늘이 당신 생일이네요. 미역국도 안했는데 어쩌나... 다음에, 실컷 놀죠, 뭐."
  실망했다. 가정의 수호여신님이 미웠다. 나는 당장 내방으로 들어갔다. 문을 꽉! 잠궜다. 지난 어린이날때, 학교에서 받은 곰돌이 공책을 꺼내서, 맨 앞장을 펼쳤다. 그리고, '미소의 가출 대작전'이라고 썼다. 먼저 돈이 조금 필요하다. 한 삼만원 정도는 필요하다. 그 돈을 모으기 위해선, 1달정도가 걸리는데, 가출을 8월 31일로 딱 맞췄다. 엄마, 아빠한테 불효하는 것인걸 다 알고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가족에게 관심받지 못하는 것은 괴로운 일이니깐. 옷가지들을 거의 다 쌌다. 먹을 양식은, 내일 냉장고에서 구하면 된다. 그리고 가출을 하는 이유도 적었다. 이때까지, 슬펐던 일들을 모두 다 말이다. 9월 마지막주를 꼭! 넘기고 돌아올것이다. 실증내면 안된다.
"한미소! 나와서 과일 먹어라."
'먹어보죠~! 곧 떠날텐데...'
아빠는, 텔레비전에서 축구를 열심히 응원하고 계셨고, 엄마는 밀린 빨래를 열심히 하시고 계셨다. 나는 더 이상 가출을 늦추고 싶지 않았다. 바로 가방을 쌌다.
'내일 아침 일찍 떠야야 겠다.'
근데, 조금 걱정이 되기도 했다. 작은 내가... 어떻게 이 험한 세상에서... 하지만, 겨우 한달이다. 나도 이제 초등학교 4학년이고, 독립심도 기를 수 있을것이다. 가방을 침대밑으로 쓰윽! 집어넣었다. 아무도 모르게, 비밀스럽게 처리하고 싶었다. 바람같이 사라지고 싶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비비배배! 비비배배! 일어나세요!"
"아함~"
새벽 6시에 종이 울렸다. 엄마, 아빠는 7시에 일어나시니깐, 적어도 1시간은 넉넉히 있다. 모든 일을 조심스럽게 해결하였다. 씻는 것은 포기했다. 옷을 깨끗하게 갈아입었다. '쪽지라도 남겨야 하나...?'하고, 생각했지만 그냥 나왔다. 백설공주가 웃고있는 커튼이 바람에 휘날렸다. 자명종 시계는 째깍 째깍 가고 있었고, 더 이상 시간이 없었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왔다.
'엄마, 아빠는 지금 자고 있겠지.'
그 때, 아파트를 돌고있는 경비 아저씨를 만났다. 이른 아침부터 어디론가 짐을 꾸려서 가는 나를 보고 이상하게 생각했을 것이다.
"얘, 너 503호 살지? 이른 아침부터 어디를 가니?"
아... 이렇게 막나가면 안된다. 하지만 어짜피, 이렇게 된 거, 빨리 도망쳐야 한다. 잔 돈 500원으로, 버스를 탔다. 창원역으로 가는 버스였는데, 그냥 타버렸다. 버스는 출발했고, 드디어 나의 여행이 시작되었다. 내 옆에는, 한 스물다섯살쯤 되 보이는 어떤 오빠가 탔다. 음악을 듣고 있었는데, 나를 보더니 음악을 껐다.
"얘, 너 이름이 뭐니? 그리고, 너 혼자 여기 탔니? 그것도 짐을 가지고..."
"전 한미소에요. 그리고 별로 말하고 싶지 않아요. 분명 우리 부모님께 고할거잖아요."
" 미안하구나. 근데, 너! 가출하려거등 단념해라."
"가출 아니라고요, 아저씨! 아니, 총각."
'오빠."라는 말이 잘 안나와서, 할머니들이 대부분 쓰는 '총각.'이라는 말을 쓰고 말았다. 으악! 나의 실수였다. 그 스물다섯살 오빠는 나를 힐끔 쳐다보더니 다시 음악을 듣기 시작했다. 드디어, 창원역에 도착했다. '대전'으로 가는 기차를 탔다. 사람들이 너무 많았는데, 계속 내가 어리다고 새치기를 했다. 그리고, 결국 나는 어떤 아줌마의 도움으로 표를 사게 되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할 동안, 대전으로 가는 무궁화호 기차가 왔다. 나는 기차의 열 번째 좌석에 탔는데, 다행히도 내가 아는 사람을 없었다. 되돌아 가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가늘고 뽀얀 손등의 별모양 손목 시계를 보니, 벌써 8시였다. 엄마, 아빠가 일어나서 나를 찾고 있는 시간이다. 아침을 안 먹어서 배가 고팠다. 때마침, 키는 작지만 예쁘게 생긴 언니가 도시락을 가지고 오락가락 하고 있었다. 나는 도시락을 하나 샀다. 허겁지겁 먹고 나니 벌써 도시락이 깨끗해졌다. 나는, 스스로 김치나 나물, 된장찌게 정도는 할 줄 안다. 이제부터, 내가 직접 만들어 먹을것이다. 미니 가스레인지도 들고왔으니까 말이다. 창문너머 바깥세상이 눈에 들어왔다. 뚱뚱한 아줌마가 양산을 쓰고,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는 장면, 꼬부랑 할머니가 다쓴 상자들을 모아, 팔고있는 장면. 저런 할머니는 정말 가엽다. 원래라면, 집에 않아서 아들, 딸들의 안마효도는 못 받을 망정, 힘든 일을 하다니! 아니, 아무도 자신이 죽더라도 슬퍼하는 사람이 없을 것 같았다. 산촌에 들어서니, 귀가 멍멍해졌다. 머리에 수건을 두르고, 나물을 캐는 아줌마들, 버섯을 다치지 않게 빼느라고 낑낑대는 아저씨들... 그리고, 개똥참외를 찾는다고 신나게 뛰어노는 아이들, 주렁주렁 열린 아카시아 꽃잎을 한장씩 뜯으며 가위바위보를 해서 누가 빨리 뜯는지 내기 하는 아이들. 저런 사람들은 비록, 가난하지만 행복한 사람들이다. 가족들과 함께 어울려서 사랑을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들을 모두 하다가, 나는 창문에서 코코 잠이 들어버렸다.
"대전, 대전역 입니다. 대전 역으로 왔습니다. 다들 즐거운 시간 되십시요. Dae-Jyeon, this is Dae-Jyeon station. Have a  nice time."
나는 이 소리를 듣고 깨었다. 그리고 터벅터벅 시내로 걸어나왔다. 대전은 정말 공기가 좋았다. 코끝이 상쾌해지는 공기의 냄새를 맡았는데,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 가족들도 보고싶었고, 학교 친구들도 보고싶었다. 하지만,다시 가족들이 미워졌다. 나에게 이런 험한 일을 하게 만들다니... 아무 생각 없이 걸었다. 생생하게 자란 초록색의 은행잎들이 조금씩 노랑색으로 물들어 가는 것 같기도 했다. 나무에는, 둥지가 있었는데 엄마새가 아기새들에게 먹이를 주고 있었다. 솔직히, 먹이 주는 장면은 처음 본 것 같았다. 하도 신기해서, 그자리에 체면술에 걸린 것처럼 멍 하니 서 있었다. 다시 체면에서 풀렸다. 아스팔트길을 따라 천천히 걷기 시작했고, 갑자기 '가시고기'이야기가 떠올랐다. '아빠 가시고기는 자식들을 위해서 그리도 희생하는데... 눈에서 나오는 물을 참느라고 애를 썼다. 저만치에서, 5살쯤 되보이는 아이와 아이의 엄마가 걸어오고 있었다. 아이는, '베스킨 라빈스31'아이스크림을 사달라고 졸라되고 있었다.
"엄마가 지금 지갑을 집에 놓고 왔어! 미안 사탕 줄께~"
"시러! 사탕 필요없어! 아이스 크림 내놔! 잉잉..."
사탕이 필요가 없다니? 그 아이는 자신이 행복한 줄도 모르고 더욱 욕심을 부리고 있었다. 그 아이는 엄마의 사랑이 너무나 넘쳐서 탈이었다. 나는 화가나서 아이에게 그러지 말라고, 눈총을 톡 쏘아붙였다. 아이는 조금 놀랐는지 울음을 그쳤다. 나는 그 아이의 울음을 멈추게 한 뒤, 벤치로 갔다. 그리고, 가방안에서 '미소의 가출 대작전'공책을 꺼냈다. 그리고, '다섯번째, 바람처럼 사라지기!'글씨 옆에다가, 동그라미를 크게 그려놨다. 물론 웃는 표시도 빼먹지 않았다.
-해맑음 고아원에서.-
눈을 찌르는 햇살에 일어났다. 벤치에서, 신문을 덮고 잤는데, 꼭 노숙자가 된 느낌이었다. 사람들은 나를 계속 바라보았고, 조금 부끄러웠다. 나도 이렇게 있어서만은 안된다. 그 때, 저쪽, 하얀 건물 2층에, '해맑음 고아원'이라고... 써 있는 것이 보였다. 그렇다, 나는 고아원에서 일하기로 했다. 아니, 일하는 게 아니라 봉사하는 것이다. 나는 부모에게 사랑받지 못하고, 버림받은 아이들이 가여웠다. 이층으로 게단을 뛰어 올라갔다.
"어? 선생님, 저 언니 누구에요?"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로 쏠렸다. 나보다 나이가 많은 아이는 없는 것 같았다. 다들 어릴 뿐이었다. 나는 원장실로 들어갔다. 나는 그동안의 모든 사정을 다 말했다. 그리고, 고아원에서 일하고 싶다는 나의 심정도 밝혔다. 원장선생님은 나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셨다. 내 찡한 사정을 아무 말 없이 들어줘서 정말 고마웠다.
"그런데, 꼭 그래야만 하겠니?! 내 생각엔...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게 좋을 것 같다. 어쨋든, 네가 원한다면 며칠만 있어보렴~ 먹고 자는 것은 걱정마... 그리고, 동생들도 다 착하니깐, 걱정하지마."
나는 고아원에서의 하루를 시작하였다. 먼저, 아이들의 이름을 외웠다. 하늘이, 철수, 은영이, 미나, 민재, 구현이... 그리고, 마지막으로 수원이. 다들 착한 아이들이었다. 노래도 불렀고, 밖에 나가서 신나게 뛰어놀았다. 부모를 잃은 어린 아이들에게 행복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또, 아이들도 나를 따라주어서 기뻤다. 재미있게 공부를 시키려고 열심히 안하는 사람은, 엉덩이로 이름쓰기같은 벌칙을 주어서, 아이들은 깔깔웃고 재미있어 했다. 그리고, 나도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게 되었고, 삶을 살아가는 지혜도 조금씩 쌓아갔다. 그러면서, 벌써 9월말이 되었다. 이 아이들이 불쌍해서 집에 갈 맘이 생기지 않았다.
그러던 중 어느날, 아동보호 단체에서 우리 고아원으로 한 아이를 보내주었다. 온 몸이 멍과 피로 물들어 있었는데, 밥은 몇 달을 굶은 아이처럼 갈비뼈가 다 들어날 정도였다. 부모님의 학대로 이 고아원에 보내진거다. 그런데, 이 아이는 주먹을 항상 쥐고 있었다.언제나 두려움에 떨었기 때문에 두렵고 무서운 마음을 주먹속에 꼬옥! 담고 있는 것 같았다. 너무나 불쌍했다. 어떻게 부모가 자기 자식을 저렇게 까지 마구 학대할수 있는지... 그 순간 갑자기 엄마, 아빠 생각이 났다. 우리 엄마, 아빠는 가족이 잘살기 위해서 열심히 돈벌러 회사에 나간거지, 이 한미소가 싫어서 그런것도 아니고 마구 때리지도 않았다. 엄마 아빠가 보고 싶어졌다. 놀이동산에 가서, 솜사탕 먹으며, 신나게 논 기억도 되살아났고, 내가 독감 걸렸을때, 내 옆에서 두손모아 기도하시던 엄마 모습도 떠올랐다. 갑자기, 홍수가 난 것 처럼 커다란 눈물방울이 두 뺨을 타고, 줄줄 흘러내렸다. 내가 왜 여기 있지?... 고아들의 부모님이 아이들을 버린 것처럼, 나도 부모님을 버린 느낌이 들었다. 그것은 불효하는 것이다. 가만 생각해보니, 정말 아무 이유도 없이 나온 것 같았다. 여기 있을 이유가 없었다. 더이상 시간을 끌기 싫었다. 다시 예전처럼 짐을 쌓다. 모든것을 예전과 같이 조용히 행동했다. 책도 다시 가지런히 넣어두었다. 모든 것을 리필하였다. 단 고마우신 원장 선생님께 집으로 돌아간다는 편지 한 장을 남겨두고.
-다시 찾은 행복!-
아주 새벽이었다. 고아원은 조용하였고, 어둠이 가시기 시작 했다. 시계를 보니, 새벽 여섯시 삼십분 이었다. 점퍼를 걸쳐입고, 밖으로 나왔다. 대전의 새벽은 정말 쌀쌀했다. 새벽인데도 아침같이 사람들이 조금씩 거리에 있었다. 물건을 팔려고 천막을 치는 상인들,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어디론가 떠나는 나 또래의 여자아이, 왕귀걸이를 귀에 걸은 대학생 언니... 볼 것이 많아서, 버스정류장까지 심심하진 않았다. 대전역으로 가는 버스를 탔는데, 자리가 없어서 서 있어야 했다. 어른들은 잡지를 보거나 신문을 봤는데, '나라일보'에서 '어린아이를 찾습니다.'페이지는 정말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내 마음속에서 콩닥콩닥 방망이질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대전역으로 다 왔다.
"창원으로 가는 새마을호를 타실 분은 지금즉시 출구로 나와 주십시요.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
나는 출구로 나왔다. 이번에 걸린 자리는 거의 뒤였다. 하지만, 뒤도 재미있었다. 이쁜 언니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한참 만에 창원에 도착했다. 배도 고프고, 돈도 겨우 천 원 밖에 없었다. 역슈퍼에 가서, '새우컁'이라는 과자를 사먹었다. 허겁지겁 먹었는데, 금세 은색 바닥이 들어났다. 두 세개 남았지만 그냥 버렸다. 집쪽을 향해서 뛰었다. 헉헉 뛰고 또 뛰었다. 아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다행이도! 3,4라인 엘레베이터의 '5층'버튼을 눌렀다.
"띵~ 오층입니다."
'503'...
503호 문 손잡이를 잡았을 때는, 후들후들 떨려 기절할뻔 했다. 이때까지 있었던 일을 다 어떻게 설명해야 하며, 엄마, 아빠의 태도가 어떨지... 다행히도, 문은 열려 있었다. 엄마는 쇼파에서, 울상을 짓고 앉아 계셨고, 아빠는 두 손을 모으고, 요리조리 왔다갔다 하고 있었다.
"앗! 미, 미... 미소야!"
"네?! 미소라구요? 어디요, 어디... 허어..."
엄마는 할 말을 잃으신 것 같았다. 우리가족은 서로 부등껴 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흐윽. 엄마, 아빠는... 엉엉... 매일 심심하아게만 만들구... 흑흑. 딸 생각은 눈꼽 만큼도 안하잖아요. 제가 가출했던 그 전날이 아빠의... 헉헉. 생신이었다구요. 흑흑. 그런데... 흑흑. 아무것도 모르고... 아빠, 엄마가 없어서 과학숙제로, '설탕, 소금 가열하기'숙제도 저 혼자 위험하게 했구... 또. 헉헉."
"됐다. 휴..."
딸국질까지 했다. 엄마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자, 한미소! 엄마 입장은 생각해 봤니?"
난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갑자기 벌어진 상황에 엄마는, 나를 꼬옥! 안아주셨다. 그리고, 앞으로 회사를 다니지 않기로 결심하셨다. 아니, 꼭꼭! 손으로 약속까지 했다. 이제 엄마는, 언제나 내 옆에서 있는 것이다.
다음날, 정말 오랫만에 엄마가 깨우는 소리에 일어났다.
"너! 학교 안가니? 아이구, 일어나세용. 으악! 벌써 삼십분이다."
"엉? 악, 안돼!!! 아니잖어,겨우 여덟신데 뭐. 잉. 거짓말이었군."
이제 엄마는 더 이상 회사에 나가시지 않으신다. 단지, 집에서 아름답게 십자수를 하시고, 그것을 팔아서 돈을 버신다. 엄마는 지금 내 열쇠고리에 달 굉장한 십자수를 만드신다. 어젯밤, 엄마가 물으셨다.
"미소야, 꽃은 이게 낳겠지?"
"아뇨, 분홍색이었음 좋겠어요. 봄이니깐, 화사한 진달래 색으로!"
이제 우리 가족은 더 이상 매마른 가족이 아니다. 참된 사랑을 나누는 진실된 가정이다. 색깔로치면, 봄이니깐, 화사한 진달래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