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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아빠가쓰는글

제목 도토리가 엄마를 잡네
글쓴이 지홍이
"띠리리리 띠리리리"
여느때와 다름없이 난 혼자 계신 엄마에게 전화를 한다.
하지만 전화벨은 혼자서 신호음만 들려줄 뿐 엄마 목소리는 전해 지지 않는다.
' 어휴, 또 도토리 주워러 가셨나?'
나는 속상한 마음에 핸드폰으로 전화를 했다. 평소에는 요금이 아까워서 항상 꺼놓으시는 핸드폰이다.
다행히 수화기 너머 엄마의 목소리가 숨가쁘게 들려온다. 보지 않아도 엄마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땀으로 범벅이 되고 아침도 제대로 안 드시고 점심도 거른채 새벽부터 도토리 주워서 하루 몇천원이라도 버시려는 모습이 말이다. 괜시리 마음이 짠하다.
아주 풍족하지는 않지만 자식들이 보내드리는 용돈으로도 생활하시는데 큰 무리가 없건만 엄마는 오늘도 길을 나선다.
새벽에 화장실 청소 다녀오시고 고단한 몸을 이끌고 산으로 도토리를 주으러 가시는 것이다.
내 마음이 편치 못하다.
며칠전에는 떨어진 도토리 하나 주우려고 벼랑끝에 매달려 아래로 떨어질 뻔도 하셨는데 말이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올라가서 엄마 말벗이나 해드리면서 못가시게 하고 싶지만 그것도 예전처럼 쉽지가 않다.
하루가 다르게 외로움을 느끼시는 엄마, 딸이 멀리 있어서 오고 싶으셔도 선뜻 나서지 못하는 마음.
무료함을 달랜다고 웃으며 애써 말씀하지만 들려오는 목소리에는 세월의 지루함과 삶의 고단함이 묻어있다.
행여 자리에 눕게 되면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않게 하려고 한푼 두푼 여비로 모으신다는걸 난 안다.
그 모습을 너무나 잘 알기에 오늘도 엄마의 모습에 눈 앞이 뿌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