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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아빠가쓰는글

제목 손이 커지는 이유
글쓴이 이정화
저는 초등학교1학년 딸과 3학년 아들을 둔 엄마입니다. 7년째 갈비집을 운영해 거의 남의 손에 크다시피 한 아이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픕니다. 그런 아이들 보면서 힘들어도 힘든 줄 모르고 일 하고 있답니다.
남들은 제가 손이 크다고들 합니다.
장사하면서 마음 아프게 하는 손님들 덕(?)에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

하루는 9시쯤 됐을까? 마무리를 한참하고 있는데 5살, 8살쯤 되어 보이는 손자, 손녀를 데리고 초라한 행색을 한 할머니가 양손엔 아이들 손을 붙들고 망설이듯 저희 가게 문 앞에서 한참을 서 계셨습니다.
'누굴 기다리시나?' 드디어 할머니가 들어오시더니
"저기..... 저기 말여 공기밥하구 된장찌게만은 안팔어?"
꽁무니에 나란히 붙어있는 손주녀석들이 꼭 3년 전 우리 아이들을 보는 듯 했습니다.
돈이 없어서 메뉴판에 [공기밥1000원] 이렇게 써 있으니까 들어오신거구나?
마음이 아파 "그럼요, 얼른 들어오세요."
그렇게 공기밥2개와 된장찌게 반찬 몇가지를 드리고 2천원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한달쯤 뒤인가? 그전보단 씩씩하게 들어오는 할머니에게 "할머니 된장찌게 드려요?" 하니까 배시시 웃으시며 "오늘은 손주녀석이 괴기가 먹고 싶댜. 그거 1인분만 줘봐" 원래 고기상은 1인분이 안되는데 주문지에는 2인분이라고 쓰고 주방에 "돼지2인분이요"하고는 상을 차려 드렸습니다. 어차피 계산은 내가 하니까....
"아니, 1인분이 왜 이렇게 많은겨?"
"저희 집 원래 많이 드려요"
손주녀석들은 배가 고팠는지 허겁지겁 먹어치워 댔습니다. 근데 할머니는 옆에서 애들 챙기시느라 드시지도 못했습니다.
자장면 비벼주시고(참고로 저희 집 밑반찬엔 자장국수가 나오는데 아이들이 참 좋아합니다.) 꽁치 발라주시고 하시느라 바쁘기만 하십니다.
그날은 손님도 별로 없고 해서 주책없이 자리에 앉아 이얘기 저얘기 하다가
"할머니, 애들 엄마,아빠는요?"
했더니 꽁치를 바르시다 말고는 "이~ 그 쓱을년, 새끼들 버리고 집나갔어. 애비는 오딜 갔는지 연락도 안돼구... 작은눔 젖 먹을때 였응게 발써 5년이나 되았네 그랴."
변변한 벌이가 없어 읍에서 나오는 기초생활비로 연명한다는 말씀과 함께 그날은 애들 안먹는 선지국에 호박죽 한그릇만 드시고 8천원을 내시며 집으로 향하셨습니다.
그리고 또 며칠 후 웬일로 낮에 할머니가 오셨습니다.
"저기, 말여.... " 또 말끝을 흐리십니다.
"우리 애덜이 말여, 그때 자장면을 맛나게 묵었는지 고게 고렇게 묵고 싶다는디 어떻게 안될까?"
그래 대접에 국수 면발 잔뜩 넣고 배불리 먹여 보냈습니다. 애들이 먹어야 얼마나 먹겠습니까만 요즘도 가끔 오시면 자장국수만 먹고 갑니다.
물론 할머니는 그 이쁜 손주녀석들 먹는 모습만 바라보다 가시지만요.
이런 마음 아픈 손님들 때문에 자꾸 손이 커지나 봅니다.
애들도 외로움이 많이 서렸는지 이젠 제법 우리아이들과도 잘 어울려 놉니다.
할머니가 연로 하셔서 건강이 걱정이 많이 됩니다.
이렇게 가끔이라도 계속 건강한 모습을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애들도 바르게 커가는 걸 계속 보았으면 좋겠구요. 무엇보다도 부모님이 빨리 돌아오셨으면 좋겠습니다.

요즘은 부부 세쌍중 한쌍이 이혼을 하다고 합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아이들에게 돌아오겠지요.
결손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은 안정적인 가정생활을 하며 자란 아이들 보단 아무래도 심리상태가 불안할 거라 생각됩니다.
현재 그로인해 일어나는 사회적인 문제점들도 많이 있구요.
책임감이 뒤따르는 가정생활을 요즘은 너무 우습게들 보는것 같습니다.
나라가 바로 서려면 가정이 먼저 바로 서야 합니다.
개인의 욕심보단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 부모님들의 책임감있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