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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아빠가쓰는글

제목 나의 어머니께
글쓴이 차윤영
나의 어머니께!
비가 오는 밤입니다.
어머니가 살아계셨으면 단비가 온다고 좋아 하셨을 것입니다.
긴 가뭄 끝에 배추, 무밭을 촉촉이 적셔주는 비라고 참으로 좋아 하셨을 텐데..
이제 곧 당신이 좋아하는 수확의 계절이 옵니다.
벌써 이른 벼를 벤 논도 있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논과 밭으로 종종걸음 치던 당신의 모습이 그립습니다. 벼농사 틈틈이 고추, 깨, 콩을 걷어 드리느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셨던 당신. 풍요로운 수확만큼 깊게 패인 당신의 손이 등이 가려운 것도 아닌데, 오늘밤 유난히도 그리운 것은 저 비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육남매 자식을 키워내느냐 자신의 몸은 돌볼 틈 없었던 당신!
마지막 딸내미 치우고 내 책임은 다했다며 그리도 빨리 가시더니, 그곳은 지내실 만한가요. 그곳에선 아프지 않으시겠죠.
그 지긋지긋한 일도 없고요. 늘 당신보다 자식을 먼저 생각했기에 가시는 순간까지도 아프다고 소리 한번 지르지 못하고, 육십 평생 단 하루도 자신을 위해 살아보지 못하고, 자식과 늙은 시어머니 수발에 자신이 아픈 것조차 모르셨지요.
어머니 당신의 막내딸이 두 아이의 어미가 되었답니다. 내 아이들은 외할머니가 어떤 분인지 모르지요. 내 아이들은.... 아이를 낳을 때마다 배가 아파올 때마다 어머니 당신이 못내 그리웠습니다. 옆 침대의 산모들은 친정 엄마가 오셔서 간호하는데 저만 남편과 언니들이 자리를 지켰지요. 당신이 보고 싶어 하던 손녀딸이 둘이나 되는데, “막내가 애 낳는 것만 보고 죽어도 소원이 없는데..” 그렇게 기다리시더니, 뭐가 그리 바쁘셨어요. 좀 더 있다 가시지요.
어머니!
나의 어머니!
제 걱정일랑 자식 걱정일랑 하지 마시고 그 곳에서, 이곳에서 누리지 못했던 건강과 행복 누리세요.
이제 어머니가 좋아하던 노란 국화가 필거에요. 국화꽃 사서아이들 데리고 듬직해 하던 막내사위랑 산소로 찾아갈게요.
그때 만나면 아이들 얘기, 신랑 얘기 해 드릴게요.
안녕히 계세요
2008년 9월 23일 0시 8분

막내딸 현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