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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영화감상문

제목 새천년에 다가온 양반
글쓴이 최수빈
'양반전'을 읽고

서여중3학년 최수빈

양반이란,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의 지배계층을 말한다. 또 정신적인 예 만큼이나 형식적인 예도 매우 중요시 여기며, 돈으로는 살 수 없는 예와 정신으로 우리의 역사를 지탱해 왔다는 것이 내가 알고있는 양반의 전부였다.
양반이란 계층에 대해 너무나도 무지한 나였기에 국사공부에 도움도 받을 겸, 또 우리나라의 고전이랍시고 지금까지 알아왔던 배경지식으로 더욱 쉽게 책을 접할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조심스레 책장을 열었다.
때는 조선시대, 강원도 정선에 몰락한 양반이 살고 있었다. 그는 비록 가난했지만, 청렴하고 어질며, 책을 가까이 하여 양반으로서의 자질을 갖춘 선비였다. 하지만 살기가 어려워, 관청에서 쌀을 탄지도 여러 해, 빌린 쌀이 무려 1000석이나 되었다. 마침 그때 관찰사가 문서를 검열하다가 이 사실을 알고 역정을 내며 그 양반을 하옥시키라고 명령하였다. 군수는 그 양반의 됨됨이를 잘 아는지라 차마 가둘 수도 없어 난처해 했다. 양반은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게 되고..., 한편 미천한 부자는 양반이 곤경에 빠진 것을 알고는 빚진 쌀을 대신 갚고 양반이 되어 보려고 집을 찾아 나섰다. 양반은 기꺼이 승락하엿고, 부자는 그날로 쌀을 고을로 들여 보냈다. 양반이란 신분을 돈으로 매매하기로 약속을 하였다. 나는 신분을 돈으로 사고 파는 이 부분에서 모순을 느꼈다.
  다시 이야기로 돌아가서, 군수는 가난했던 양반이 쌀을 다 갚자 이상히 여겨 그를 찾아가고, 군수를 맞는 그의 모습이란! 예전과는 다르게 상민의 모습으로 그를 맞았고, 그는 놀라서 양반을 일으키려 하자, 양반은 더욱 공손히 엎드린다. 양반을 팔아 쌀을 갚았으니 저 부자가 양반이고 자기는 상민이라 하였다. 사정을 알게된 군수는 부자를 칭찬하고는 문서를 만들어 증거를 남긴다. 그리하여 고을 안의 사람들을 모여놓고 양반 매매문서를 작성하였다. 문서에는 양반이 행해야할 행동들이 명시되어 있었다. 문서의 내용을 보던 부자는 이런 것만으로 누가 양반행세를 하겠느냐고 서운 해 했고, 이에 고을 사람들은 양반들이 누리는 호화로운 생활과 권세, 백성들에 대한 공공연한 억압과 착취, 행위를 인정하라고 한다. 부자는 자기를 도적으로 몰아붙일 일이 있냐며 두 번 다시 양반소리를 입밖에 내지 않았다.
양반전은 비교적 짧고 이해하기 쉬운 내용 이였지만 생각해 볼 점은 많은 소설이었다.  정신적인 예를 중요시 여겼던 양반이란 계층은 오랜 세월동안 닦아진 예를 의식으로 표현하는 형식적인 예도 매우 중요시 여겼다. 황소걸음이라던가, 비가 오는데도 뛰지 않고 팔자걸음으로 걷는 모습 등 양반은 시대를 막론하고  이 책에서 표현된 것과 같이 풍자의 대상이 되어 왔다.  하지만 가볍게 웃음거리로만 다가오기 보다는 왠지 지금 우리 사회의 어두운 현실과 일치하는 점을 찾을 수 있었다.
  무턱대고 높은 신분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우리 사회의 어른들, 높은 지위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국민들의 세금을 착취하고, 자기의 권력을 확장시키는데만 주력하는 한심한 어른들-물론 그렇지 않은 분들이 더 많다는 건 알지만- 이 떠오름에 가슴이 아파온다.
또 내가 느낀 것이 있다면 이 소설이 양반에게 괴롭힘을 당해온 피지배층 사람들의 마음이 담겨있다는 것이다. 일부 양반들의 나쁜 점들을 풍자하는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소설에서 그러한 피지배층의 부자라는 신분을 돈으로 사고 싶을 만큼이나 양반의 지위를 동경했다는 점에서 묘한 아이러니를 느꼈다. 하지만 결말 부분의 부자의 행동을 보고 나는 그를 칭찬하고 싶었다. 그는 악랄하게 백성들을 착취하기 위한 양반이 아니고 참된 우리의 옛 양반의 모습이고 싶었던 것이 틀림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아니, 그는 자신과 같은 위치에서 궁핍한 생활을 한다는 이유로 양반들에게 착취당한 서민들의 마음을 이해했었기에 양반 매매문서의 내용을 수긍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제 막 새천년이 시작되었다. 옛말에 온고지신이란 말이 있다. 예와 법도, 전통을 지키려고 노력하며 우리의 문화와 역사를 이어온 양반. 우리도 옛 양반들의 진실된 예와 법도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면 우리의 삶이 조금 더 절도있고 진솔한 미풍양속을 지키지 않을꺄 생각한다. 책의 부분부분에 표현된 가지지 못한 사람들의 애환을 함께 하는 오늘의 양반상을 기대한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