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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생활문/수필

제목 아동문화축제를 끝마치고.
글쓴이 조은서
지난 토요일, 4월 달부터 꾸준히 준비해 왔던 아동문화축제가 드디어 성공리에 막을 내렸다. 이번에 열린 축제는 지역에서 열리는 작은 청소년 자치축제로, 기획에서 준비까지 하나하나 모두 청소년 기획단이 직접 꾸려왔다. 올해 청소년기획단의 이름은 “꿈행열차” 꿈을 향해 거침없이 내달리는 열차를 떠올리게 하는 이름은 “‘꿈’꾸라 ‘행’복하게 ‘열’정으로 박‘차’올라” 라는 숨겨진 의미도 담고 있다. 4월 달에 처음 꿈행열차 기획단 동생들을 만나던 날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케이크와, 제 친구들끼리 모여앉아 아직까지 어색한 듯 누구하나 그 가벼운 인사도 나누지 못한 채 머뭇거리던 때가 하루 이틀 전 같은데 벌써 누구보다 더 편한 친구사이가 되어 웃고 떠들고 있으니 놀라울 따름이다.



사실 처음에 우리 기획단은 시작부터 서로 마음이 맞지 않아 많은 어려움을 겪었었다. 마치 기우뚱기우뚱 힘겹게 나아가는 배 같았었다면 딱 맞겠다. 기획단 이름조차 정하기가 어려워 몇 주째 골머리를 앓았고 조잡한 분위기에 떠들썩하게 회의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면 대체 그 시간동안 뭘 했었던 걸까 머릿속이 허했다. 그러다가 결국 내린 결론은 우린 서로를 아직 잘 모른다는 것이었다. 예쁘게 단체티셔츠를 맞춰 입고 지도 선생님의 인도아래 다리 밑 강가로 수련회를 갔는데 그게 아마 서로에게 마음의 문을 여는데 단단히 한 몫을 한 것 같다. 게임도 하고, 물에서도 놀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으며 그간 있었던 서로에 대한 거리감을 좁히는 것에 성공했다. 마지막으로 있었던 런닝맨 게임에서는 한 남학생의 처음 입은 단체 티셔츠가 잔뜩 늘어나 너덜너덜해지고 마는 작은 사고가 있어 모두에게 웃음을 주기도 했다.



수련회가 있은 뒤, 우리는 좀 더 본격적으로 축제를 기획하는 것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무대팀, 부스팀, 홍보팀으로 나눠서 각자 맡은 일을 수행하기 시작했는데, 자신에게 맡겨진 일이 주어지자 기획단 학생들은 예전보다 더욱 일에 집중하며 성과를 척척 내보이기 시작했다. 두루뭉술하게 흐릿한 잔상만 보이던 축제의 모습이 점차 그 형상을 뚜렷이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었다. 나는 홍보부의 부장을 맡음으로써 축제 홍보지나 무대에 오를 팀들을 모집하는 홍보지, 안내지도 등등을 제작했다. 새벽까지 졸린 눈을 비비며 컴퓨터 앞에 앉아 마우스를 딸깍거리며 일과 책임감에 대해 새롭게 느낀바가 있다면 세상엔 결코 쉬운 일은 없으며, 단체생활에서 맡은 일은 더더욱 쉽지 않다는 것이었다. 난감했던 일 중 하나는 다른 학교들에 가서 홍보지를 붙이는 것에 대한 허락을 구하는 것이었는데, 교감선생님들께서 웃는 얼굴로 생각보다 훨씬 쉽게 허락해주셔서 큰 어려움 없이 다른 학교들에도 홍보를 할 수 있었다. 무대에 오를 팀들을 직접 섭외하고, 부스에 필요한 재료들을 조사하고, 또 홍보지로 시내에 잔뜩 붙여대는 사이 우리가 지정한 축제의 날짜는 성큼 다가왔다. 일이 거의 마무리되어가는 분위기에서 사회복지관 앞에 우리들의 축제를 알리는 현수막이 날리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미묘했다.



축제 시작 며칠 전, 잔뜩 기대감에 젖어있는 우리에게 반갑지 않은 소식이 유난히도 거세진 바람과 함께 날아왔다. 태풍 소식이었다. 우리나라와 일본사이 동해안으로 선을 그으며 다가오는 태풍의 행로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우리들에게 선생님은 비가 조금 오더라도 축제는 진행할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몇 번이고 말씀하셨지만, 비가 아닌 태풍이 오게 된다면 그 날 축제를 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 축제 당일이 되었다. 우스갯소리로, 선생님께서 전날 밤 물 떠놓고 하늘에 기도라도 하신모양인지 그 날 하늘은 구름이 끼어있었으나 비는 한 방울도 내리지 않았고 오히려 햇빛을 피해 축제를 즐길 수 있게끔 바람이 잔잔하게 부는 선선한 날씨였다. 오전 내 준비를 끝낸 후, 오후 2시. 부스가 열리고, 축제가 드디어 막을 올렸다.



내가 맡은 부스는 부채 만들기 부스다. 그 외에도 복불복, 물풍선 던지기, 미꾸라지 잡기, 탱탱볼 만들기, 헤어틴트와 그림타투 등 다양하고 재미난 부스들이 많았다. 처음에 사람들이 오기 전엔 재료들이 잔뜩 남으면 어쩌지 내심 걱정이 많이 되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작은 꼬마 친구들이 엄마들의 손을 잡고 모여드는가 싶더니 축제는 금세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북적북적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음악소리를 따라 함께 흐르고 맛있는 먹을거리를 들고 축제 내부를 누리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벅찼다. 특히나 부채 만들기 탁자에 아이들이 머리를 맞대고 앉아 저마다 사인펜과 색연필을 들고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있는 모습을 보니 정말 가슴이 뿌듯했다. 점점 모여드는 사람들에 덩달아 신나버린 나는 우리부스 봉사자들에게 자주 부스를 맡기고 이곳저곳을 쏘아 다녔는데 지금 생각하면 정말 미안한 일이다.



2시간 동안의 짧고도 긴 부스시간이 끝날 때 쯤 거의 모든 부스가 재료를 다 소비하고 정리하는 분위기가 되었고, 얼마 있지 않아 무대가 시작되었다. 우리 지역의 재능 있고 끼가 넘치는 학생들이 비트박스, 노래, 춤, 비보이, 마술공연 등등 다양한 볼거리를 준비해서 무대 위에 섰다. 저렇게 당당하게 남들 앞에서 자신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게 굉장히 멋있다고 생각했다. 그 중에서도 비트박스는 제일 인기가 많았고 여고 댄스 부는 정말 행복한 표정으로 춤을 선보여 인상 깊었다. 목이 터져라 응원을 하고, 소리를 지르고, 박수를 치며 축제는 기우는 해와 함께 절정에 올랐다. 사회자가 마치는 인사를 하는데 왠지 찡한 마음이 들었다. 마치고 무대 앞에서 꿈행열차 기획단은 함께 단체사진을 찍었고 마무리 정리를 했다. 모두들 오늘을 위해 그간 있었던 산전수고를 떠올리는지 표정이 시원섭섭한 듯 해보였다. 끝으로 우리는 우리들의 축제가 성사됐음을 기념하기 위해 오리불고기집에 가서 배부른 저녁을 함께 했다.



축제가 시작되기 전에는 항상 수십 통씩 말이 많았던 단체 메신저가 조용해지고, 더 이상 축제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게 되자 이제야 정말로 축제가 끝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축제를 기획하면서 제일 많이 느끼는 것은 어떤 행사를 함께 만들어간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란 것이다. 앞으로도 다른 축제 같은 것에 참석하게 되면 감회가 왠지 색다를 것 같다. 누군가는 이 축제를 위해 온갖 고생을 다했겠거니 생각을 하면 결코 지루하다느니 재미없다느니 하는 소리를 내뱉을 수 없을 테다. 또 하나 더 배운 것이 있다면 서로 의견이 맞지 않더라도 시간을 들여 의견을 나누고 서로를 중재한다면 틀림없이 들인 시간이 아깝지 않게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이다. 축제는 단순히 그 결과뿐만 아니라 내게 그보다 훨씬 많은 것을 배우게 해주었다. 다음번에도 이런 비슷한 자리가 생기게 된다면 전보다 더 성장한 모습으로 활동에 임할 수 있지 않을까. 지도 선생님께서 한 가지 항상 하시던 말씀이 있었는데, 축제가 어떻든지 우리가 행복하게 즐길 수 있으면 그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는 것이다. 무대 앞에 우리 기획단만 쪼롬히 앉아 구경하고 있더라도, 우리가 최선을 다했고 즐겼다면 최고의 축제라는 소리에 웃었던 기억이 있다. 바램대로, 나는 이번 축제를 뿌듯한 마음으로 마무리 지었고 다른 사람들도 그러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마지막으로, 꿈행열차 기획단의 축제에 바쁜 시간을 떼어 와주신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해드리고 싶다. 뿐만 아니라 수고한 우리 기획단 친구들, 또 그 동안 철없는 우리를 이끌어주시느라 수고하신 진영주 선생님, 방학중에 나와서 부스운영을 도와준 봉사자들, 우리보다 더 열심히 뒷정리와 준비를 도와주신 사회복지관의 모든 선생님들께 나의 진심이 담긴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그 날 축제를 성공적으로 끝마치게 도와준 하늘에게도 변변찮은 인사의 말을 전한다. 비록 축제는 끝이 났고 우리는 모두 일상의 모습으로 돌아가 있지만, 모두에게 잊을 수 없는 하나의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았길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