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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교사 독서지도

제목 4. 독서 과정의 가설적 모형


독자가 한편의 글을 읽는 과정에서 문자 기호를 지각하고 그 의미를 재구성하기까지에는 다양한 정신 작용이 개입한다. 이러한 독서의 과정은 학자에 따라 다르게 연구되고 해석되고 있다. 독서 과정의 가설적 모형은 글을 처리해야 할 일종의 자료로 보는 자료 지향적 관점(상향식 모형)과 글 그 자체보다는 독자의 의미 형성에 초점을 둔 의미 구성적 관점(하향식 모형,상호작용 모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들 모형 중에서 상향식 모형이 시기적으로 가장 먼저 제안되었고, 다음이 하향식 모형, 그리고 하향식 모형의 수정안으로서의 상호작용 모형이 가장 최근에 제안되었다.



1. 자료지향적 모형(상향식 모형 Gouph, 1976)

독자가 문자기호를 지각함에 있어 '단어 →문장 →문단 →글'과 같이 순서적으로 의미를 표상 한다. 즉 세부적인 것에서 출발하여 전체적인 개념을 형성하는 것으로 보는 이론으로 읽기를 의미구성 과정이 아닌 글의 해독 과정으로 본다. 따라서 독자는 일단 주어진 글에 포함되어 있는 하위 영역의 과정을 정확하고 유창하게 이해할 수 있으면 자동적으로 독해가 이루어진다. 한마디로 상향식 접근에 의한 읽기지도는 '사다리 오르기'식 지도라 할 수 있다. 그 기본과정은 다음과 같다.


(1) 읽기는 개별 기능들의 종합이다.
(2) 각 기능들은 단순한 것에서부터 복잡한 것으로 이어지는 위계구조를 띠고 있다.
(3) 어느 한 기능의 학습은 그 전단계 기능의 학습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다.
(4) 읽기 지도란 개별적인 각 기능을 지도하는 것이다. 이 모형은 유연하고 역동적인 읽기를 설명하기에는 매우 소극적인 모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2. 의미 구성적 관점의 모형


1) 하향식 모형 (Goodman,1967)
독자가 자기 자신의 배경 지식을 이용하여 글의 내용을 예측하고, 가정, 추측, 추론하면서 의미를 표상 한다는 이론이다. 즉, 전체적인 것에서 출발하여 세부적인 것을 명확히 한다는 이론으로 읽기에서의 의미 형성이 글 자체에서 비롯되기보다는 독자의 고차원의 정신 작용에서 비롯된다고 보는 견해이다.

상향식 모형과는 달리 합리주의적이고 연역적인 성격의 모형이므로, 자료보다는 의미 지향적이라 할 수 있다. 1960-1970년대 초반의 하향식 모형은 상향식 모형과는 달리, 읽기 과정에서 독자의 능동적인 참여를 가정하고 있기 때문에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으나, 실제로 읽기 과정에서 독자가 행하는 정보 처리 과정, 즉 높은 단계의 의미가 단어와 같은 낮은 단계의 확인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인지, 높은 단계의 의미 속성들이 어떻게 서로 관련되는지에 대한 해답을 제공하지 못한다.



2) 상호작용 모형(Rumelhart , 1977)
우리가 실제로 행하는 독서 행위는 상향식 과정과 하향식 과정이 분리되지 않고 하나의 통합된 전체로서 독서 과정에 상호 작용한다고 보는 견해이다. 실제 독자가 주어진 글을 파악하는데는 독자의 스키마가 작동하여 그 글의 내용에 비추어 이를 적용하고 글의 전체적인 내용을 예측하는 것도 필요하고, 스키마의 확인을 위해 글에 담긴 내용에 대한 해독도 필요하다. 이 두 과정은 거의 동시적으로 일어나는 것으로, 독자는 글을 읽어가는 동안 끊임없이 이 과정을 반복하게 된다.



(1) 브랜스포드와 존슨(Bransford & Johnson)의 연구
브랜스포드와 존슨(Bransford & Johnson)의 연구는 상호작용 모형의 등장에 결정적인 힘이 되었다. 다음은 두 사람이 실험연구에서 사용한 글이다.


"그 과정은 실제로는 아주 단순하다. 우선, 사물들을 그들의 모양에 따라 여러 그룹으로 나누어 정돈한다. 물론, 할 일이 얼마냐에 따라 한 묶음으로 충분할지 모른다. 시설물의 부족 때문에 그밖에 다른 곳으로 가야한다면 그것은 다음 단계의 일이고, 그렇지 않으면 아주 잘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어떤 특별한 일을 과도하게 하지 않는 것이다. 즉, 너무 많은 것보다는 아주 적은 것이 더 좋다. 이것은 중요하지 않게 보일지 모르지만, 그러나 너무 많은 것을 함으로써 일이 복잡하게되는 경우가 쉽게 일어날 수가 있다. 한 번 잘못하면 비싼 대가를 치를 수 있다. 이 모든 절차는 처음에는 꽤 복잡하게 보일 지 모르나, 곧 이일이 생의 또 다른 한면임을 알게 된다. 가까운 장래에 이일을 하지 않아도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아무도 알 수 없다. 일단 이일이 끝난 다음에는 한목들을 다시 분류한다. 그리고 적당한 장소에 넣어둔다. 이 항목들은 나중에 다시 사용하게 될 것이다. 그 다음부터는 지금까지의 모든 절차가 다시 반복될 것이다. 결국 이것은 생의 한 부분이다."


이 실험 결과는 읽기과정에서 독자의 스키마(사전배경 지식)이 독해에 얼마나 강력하게 영향을 미치는가를 입증하고 있다. 읽기는 문자를 자극체로 하여 독자의 사전경험이나 지식을 동원하고, 스스로 의미를 구성하는 인지적 상호 작용 과정이다.


이 글에 대한 스키마를 우리의 지식 속에서 찾아내기란 쉽지 않다. 스키마가 작동되지 않으면 이 글의 내용은 우리 머리 속에 좀처럼 통합되지 않으며, 그것은 곧 이 글을 이해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 글이 세탁하기에 관한 것이라고 알려 주는 순간 우리 머리 속에 있는 세탁하기 스키마와 잘 통합이 되면서 이해가 일어난다. 그래서 '사물들'은 빨래감이 되고, 너무 과다하게 함은 빨래감을 한꺼번에 너무 많이 넣고 세탁기를 돌림을 뜻하며, 복잡한 문제의 야기와 비싼 대가란, 곧 세탁기가 고장나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어 비로소 글의 이해가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스키마란 글의 내용을 통합시키는 중요한 구실을 하게 된다.(박영목, 한철우, 윤희원, 1996)



(2) 피커르트와 앤더슨(Pichert & Anderson)의 연구
상호작용 모형은 읽는 상황이 독해 및 기억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기본 가정으로 하고 있다. 여기에서 이야기하는 상황(context)은 독자에게 부과되는 읽기에서의 과제, 독자의 읽기 목적, 배경 지식, 독자의 요구, 흥미, 태도 등을 말한다. 우선 이 가정을 뒷받침하는 대표적인 연구로는 피커르트와 앤더슨(Pichert & Anderson)의 '집에 대한 글읽기' 실험을 들 수 있다.


두 소년은 큰길까지 뛰어나왔다.
"봐, 내가 뭐래. 땡땡이치기 좋은 날씨지."
마크가 말했다.
"우리 엄마는 목요일에는 절대로 집에 없어."
그가 계속해서 말했다. 집은 큰길에서 멀리 떨어져 높은 나무울타리 속에 가리워져 있었다. 두 소년은 예쁘게 꾸며진 널찍한 정원을 가로질러 집으로 향했다.
"니네 집이 이렇게 좋은 줄은 몰랐는데."
하며 피터가 말했다.
"응, 아버지가 돌을 구해다 정원을·꾸미셨고, 또 벽난로도 놓아서 지금은 많이 좋아진 거야."
집에는 앞문과 뒷문이 있으며, 차고로 통할 수 있는 옆문도 하나 있었다. 두 소년은 차고로 들어갔다. 차고에는 차는 없었고, 속도를 10가지나 조절할 수 있는 자전거 3대가 있었다. 두 소년은 옆문을 통해 집 안으로 들어간다. 어머니가 귀가하시기 전에 동생이 먼저 학교에서 돌아 올 경우를 생각해서 옆문을 항상 열어 둔다고 마크가 말했다. 피터가 집 안을 구경하고 싶어 해서 마크는 우선 피터를 거실로 데리고 갔다. 새로 페인트 칠을 하여 모든 벽이 깨끗했다. 마크가 스테레오를 켰다. 소리가 너무 커서 피터가 걱정을 하므로..
"걱정 마, 바로 이웃집도 1/4마일이나 떨어져 있어."
하고 마크가 큰 소리로 말했다. 널찍한 정원 이외에는 인근에 집 한 채도 보이지 않으므로 피터는 적이 안심했다. 거실은 온갖 중국제 골동품, 은그릇, 수정 유리컵 등으로 가득 차 있어 놀 자리가 없으므로 두 소년은 부엌으로 가서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었다. 지하실은 수도 파이프를 고친 날 다음부터 습기가 차고 곰팡이 냄새도 난다면서 지하실에는 내려가지 말자고 마크가 말했다.
"이 방은 아버지가 수집한 유명한 그림들과 값진 옛날 동전들을·보관하는 방이야."
하며 마크가 피터에게 작은 방 하나를 보여 주었다. 아버지는 항상 책상 서랍 속에 많은 돈을 두고 다니므로 자기는 용돈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꺼내 쓴다고 허풍을 떨어가며 마크가 자랑했다.
이층에는 침실이 세 개 있었다. 마크는 피터에게 값비싼 털옷으로 가득 찬 자기 엄마 옷장을 보여 주고, 값진 보석이 보관되어 있는 보석함도 보여 주었다. 여동생의 방에는 컬러 텔레비전 이외에는 별로 관심을 줄 만한 것이 없었다. 마크는 컬러 텔레비전을 자기 방으로 옮겨 놓았다. 여동생의 방에는 벽 한쪽에 화장실을 따로 설치했기 때문에 복도 끝에 있는 화장실은 자기 혼자 쓴다고 마크가 자랑했다. 두 소년이 머물고 있는 마크의 방에는 지붕이 썩어 벌어진 틈 사이로 굵은 햇빛이 스며들었다.


'집'이라는 제목이 붙은 이 글에는 각각 '도둑'이 관심 가질 만한 정보와 '집을 사려는 사람'이 관심 가질 만한 정보가 함께 포함되어 있으며, 그 수는 거의 비슷하다. 예를 들면, 지붕이 샌다는 내용은 집을 사려는 사람에게는 중요할 정보가 되고 (도둑에게는 중요한 정보가 되지 못한다), 옛날 동전이나 좋은 자전거는 도둑에게 중요한 정보가 된다. (이 정보는 집을 사려는 사람에게는 중요한 정보가 되지 못한다.)

실험에서 피커르트와 앤더슨(Pichert & Anderson)은 이 글을 읽을 대학생들을 두 집단으로 나누었다. 첫째 집단에게는 도둑의 입장 에서 이 글을 읽으라고 했고, 둘째 집단에게는 집을 사려는 사람의 입장에서 이 글을 읽으라고 했다. 실험 결과 글을 읽을 때에 가졌던 독자의 입장이 글 내용의 기억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이 입증되었다. 도둑의 입장을 취한 독자들은 도둑의 관심을 끌 만한 내용들을 많이 기억하였고 (예 : 차고에 있는 좋은 자전거, 외따로 떨어진 집의 위치 등), 집을 사려는 사람의 입장을 취한 독자들은, 또한 그들의 입장에서 볼 때 중요한 내용들을 많이 기억하였다. (예 :지붕이 새어 햇빛이 스며들고, 지하실에 습기가 많다는 것 등)

앤더슨과 피커르트(Anderson & Pichert, 1978)는 위의 '집'에 대한 글을 가지고 두 번 째 실험을 하였다. 실험 절차는 앞에 소개된 연구의 절차와 같았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는 '도둑'의 입장이나 '집을 사려는 사람'의 입장에서 글을 읽고 내용을 회상했던 피험자들에게 그들의 입장을 바꾸고 (예를 들면, 도둑의 입장을 취했던 독자가 이제는 집을 사려는 사람의 입장을 취한다), 이미 읽고 회상했던 '집'의 글을 다시 한번 회상해 보도록 지시하였다. (두번째 입장에서 글을 다시 읽은 것이 아니다)

이 실험을 통해 연구자들은 독자들이 취하는 입장, 즉, 독자의 스키마가 이해 과정 뿐만 아니라, 기억의 회상 과정에서도 뚜렷한 '독립적'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밝힐 수 있었다. 즉, 도둑에서 집을 사려는 사람으로 (또는 그 만대로) 입장을 바꾼 독자들은, 입장을 바꾸기 전에는 기억할 수 없었던 정보 (그 입장에서 볼 때에는 중요한 정보가 되지 못하기 때문에), 그러나 새로운 입장에서 볼 때에는 중요한 정보가 되는 내용들을 더 기억해 낼 수 있었다. 예를 들면, 처음에 집을 사려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동생을 위해 항상 옆문을 열어 둔다'는 내용을 기억해내지 못하였던 피험자들이 도둑의 입장으로 바뀐 두 번 째 회상에서는 이 내용을 기억해 낼 수 있었다. 실험 후 피험자들의 이야기에 의하면, 처음의 입장에서는 기억할 수 없었던 내용들이 입장이 바뀐 두 번 째 회상에서는 머리에 '갑작스레 떠올랐다'고 말한다.

위의 두 연구는 연구자들이 독자들의 입장을 인위적으로 조작함으로써 읽기 상황이 글의 이해 및 기억에 미치는 효과를 입증한 것이다. 요약하면, 읽기란 글에 나와 있는 여러 정보들을 관련지어 의미를 구성하는 인지 과정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글은 청사진과 같은 역할을 하고, 독자는 그의 배경 지식이나 상황 요인에 의해 이 청사진을 해석하여 의미를 구성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3) 앤더슨(Anderson)의 실험
토니는 매트에서 천천히 일어나면서 빠져나갈 궁리를 하고 있다. 그는 잠시 망설이면서 생각을 해 보았다. 모든 것이 잘 풀리지 않는다. 그를 가장 괴롭히고 있는 것은 지금 붙잡혀 있는 것이다. 그는 자기의 현재 상태를 여러 모로 생각해 보았다. 그를 붙잡고 있는 것은 자물쇠는 너무 튼튼하지만 자기는 그것을 깰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시기가 적절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 지경이 된 것이 초기의 거칠게 행동한 것으로 받은 벌칙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너무 가혹하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지금 상황은 점차로 기진맥진되어 가는 상황인데 그는 너무 오랫동안 짓눌림을 받고 있어 녹초가 될 지경이다. 그는 무자비하게 짓눌리고 있다. 토니는 화가 나기 시작했다. 지금이 어떻게든 해야 할 시기라고 느꼈다. 그는 성공 또는 실패가 다음 몇 초간 자기가 하는 행동 여하에 달려 있음을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