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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장도서

한겨레 옛이야기 1-5

지은이
신동흔, 정출헌 기획
출판사
한겨레신문사
페이지수
108
대상
초등 4
우리 나라에서 구전되어 내려오는 신화는 대개 무속신화이다. 이 책은 무속신화 가운데서도 서사무가들을 가려 뽑아 다시 엮었다. 각 권마다 2편의 무속신화가 실렸는데 한 인물이 성장해가면서 신이 되기까지의 내력을 나름대로 잘 그리고 있다. 아직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던 우리 신화를 아이들에게 들려줄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미디어 서평 한국 전통동화의 재발견 '기쁨' 이제 초등학교 고학년 자녀들에게 읽힐 만한 한국동화가 없다는 한탄은 잠시 접어둬도 될 것 같다. 최소한 「한겨레 옛이야기」시리즈 1차분 5종에 한해서는 이런 말을 할 만하다. 각 권마다 2편씩, 모두 10가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한겨레 옛이야기」는 놀라운 이야기의 밭을 이룬다. 그 놀라움은 한국 전통 동화 중에서 발굴되지 못한 이야기들이 아직도 이렇게 많은가 하는 깨달음에서 나온 것이고, 이어서 그 이야기들이 가지고 있는 탄탄한 서사 구조를 읽는 즐거움에서 온다. 자부심마저 느끼게 하는 발견은 경이롭다. 우선 한 편만 예를 들어보자. 제주도에서 전해 내려오는 세경풀이를 기초로 한 「자청비와 문도령」은 인간 세상의 처녀 자청비와 하늘나라 문도령의 고난에 찬 사랑을 다룬다. 씩씩한 처녀 자청비가 적극적인 노력으로 문도령과의 사랑을 성취하는 과정을 싣고 있다. 전체 골간은 고난과 극복의 모티브라는 동화의 전형적인 방식으로 짜여 있지만 그 사이에 등장하는 보조 인물 정수남, 부엉이, 환생꽃, 주천강 등의 환상적인 공간이 서로 어우러져 한 편의 신화문학 장강(長江)을 이룬다. 서울·경기도 지방의 `바리데기`, 경상도의 `칠성풀이`, 제주도의 `강림도령`, 경기도의 `성주풀이` 등 각 지방의 구전설화와 무속신화를 1차 텍스트로 한 책은 등장 인물의 이름, 지명 등의 각 고유명사를 그대로 사용함을 물론 이야기 구조 또한 원자료의 바탕을 훼손하지 않고 있다. 책의 제작 경로부터가 대단히 창의적이다. 기획은 93년부터 시작됐다. 서울대 국문학과에서 구비설화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신동흔(건국대 국문학과)교수와 고려대에서 문헌설화를 전공한 정출현 연구교수가 기획과 구성을 맡았으며, 이를 토대로 각 권마다 전문 동화작가와 일러스트레이터들이 붙어서 각각의 동화를 완성했다. 동화들은 한국의 각 지방에 흩어져 있는 구전 설화와 무속신화를 텍스트로 했다는 점에서 새로운 소재를 발굴해낼 수 있었다. 이야기 자체가 원자료의 본래 의미와 인물 성격 등의 원형을 바탕으로 삼았기 때문에 구전설화의 현대화란 덕목을 가지며, 기획 과정에서부터 각 전문학자들이 연구자의 관점에서 자료를 해석하고 인물을 부활시키고 상상력을 덧붙였기 때문에 전통 이야기의 재창조라고 할 만하다. 특히 신동흔 교수는 각 이야기가 완성될 때마다 초등학교 4학년인 딸에게 읽혀 아이들의 반응이 어떤지를 떠봤다고 한다. `기존 동화에 등장하는 틀에 박힌 인물들이 허상이란 것은 아이들이 더 잘 압니다. 한 편으로 한 시간 정도 이야기 해줄 수 있는데 아이는 놀라울 정도로 재미있어하더군요. `세일러 문`보다 더 재미있다고….` 각 이야기의 인물들은 살아 있는 인간의 감정을 가진 구체적인 캐릭터를 가지고 등장한다. 책의 인물들이 전통동화가 가진 정형화한 틀에서 벗어나 생생한 생명력을 가지고 등장하는 데는, 원자료가 가진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오며 이야기를 만들어온 구전설화`의 힘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전통문화를 바탕으로 오랜 기간 입으로 전해진 이야기, 그 위에 세월이 중첩되고, 이야기가 쌓여서, 지금에 이르러 놀라운 서사구조로 완성된 것이다. 구전설화를 전공하고 있는 기획자들이 그들의 학문적 작업을 현실화하는 방법으로 동화 형식을 선택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이야기 형식을 극대화한 것이 구전설화라면, 그 구전의 현대적인 방식은 동화에서 구현된다. 구전설화의 현대화라는 또다른 목적을 기획자들은 동화라는 방식으로 실현하고 있는 셈이다. 책은 우리 것다운 캐릭터, 정서와 세계관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무게 있는 대답을 동화라는 형식을 빌려서 하고 있다. 각 권마다 실려 있는 삽화도 전통 해학과 현대회화의 조형성을 잘 버무린 수준 높은 화면을 구성하고 있다. <문화일보 99/05/06 배문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