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오페라 <헨젤과 그레텔>
예매 : 부산시민회관

훔퍼딩크의 관심사는 아이들의 세계에 최대한 가깝게 접근하는 것이었다. 오페라의 중요한 주제들을 모두 갖춘 서곡에 그는 “아이들의 삶 한 편”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이것은 굶주림에 찌든 아이들이 집에서 내쫓긴 서러움과 극도의 배고픔으로 인한 환각 상태를 체험하며 부모의 집,숲,마녀의 집을 거쳐 사투 끝에 자립심을 얻게 되는 과정을 나타낸 말이다.

이 작품은 사실주의적일 뿐만 아니라 자연주의적이기도 하며 동시에 상징적인 요소를 지니고 있다. 다양한 음악적 표현 형식들은 다채로운 인물들을 창조한다. 마녀는 욕지거리를 해대는 노파의 모습이 아니라 사탕 따위를 즐겨 먹는 매력적인 여자다. 그녀는 아이들이 마침내 그녀의 본질을 발견하기까지 여러 모습의 각기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변화를 주기위해 마녀 역을 남자 가수에게 맡기는 시도는 오늘날까지도 이어지는데, 이는 훔퍼딩크의 의도에는 어긋난다. 아이들의 아버지인 빗자루 장수 페터는 흔히 호탕한 술꾼의 모습으로 연출되곤 하지만 그것도 빗나간 시도이다. 그가 들뜬 마음으로 흥겨운 노래를 부르며 집으로 돌아오는 것은 모처럼 고된 일상을 잊어버릴 만한 일이 그에게 생겼기 때문이다. 어머니 역의 인불은 심리학적 연구 대상으로 매우 인상적이다. 절망적인 상황속에서 아이들한테 시달리고 과중한 일에 짓눌려 녹초가 되어 버린다. 훔퍼딩크는 바그너의 <파르지팔>에 나오는 모티브를 하나 빌려와 그녀의 아리오소 안에 짜 넣는다. 그는 동화적 세계에서 고난의 문제를 성배를 향한 추구의 문제만큼이나 진지하게 다루고 있다.

1막 끝부분에서 대규모 관현악곡으로 작곡된 마녀들의 음악은 신화적 체험이 되어 왜소한 인간들의 닫힌 세계속으로 파고 들어온다. 악몽이 현실로 실현되고, 숲속으로의 도피는 일종의 해방이 된다. 아이들의 순박한 자신감을 묘사하기 위해 훔퍼딩크는 완결한 가곡형식을 사용한다. 그레텔은 ‘난쟁이 하나가 숲속에 살고 있다네’라는 노래를 불러 마녀들의 소리가 끊임없이 들리는 신비스러운 숲속을 친숙한 환경으로 변화시킨다.

꿈같은 체험의 중심에는 저녁기도가 놓여 있다. 그것은 두 아이의 소박한 2중창으로 절망에서 비롯된 간청과 애원의 소리이다. 밤이 시작될 때 잠의 요정이 나타났듯이 3막이 시작되면 이슬요정이 나타나 숲의 아침을 연다. 훔퍼딩크는 서정적이고 긴 곡으로 마녀의 집을 의식적으로 늦게 나타나게 하여 아이들이 얻게 된 새로운 자신감을 묘사한다. 아이들은 이제 마녀와의 대결이라는 혹독한 시험을 받아들여 결국 그것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얻는다. 마녀와의 싸움에서 무시무시한 체험을 하고, 마녀의 식인 습성으로 목숨이 위태롭게 되는 상화에서조차 아이들은 강인항 투혼을 발휘한다. 그들의 저항은 마침내 전체 어린이 세계의 해방을 가져온다. 아이들은 그 과정에서 서로 단결하는 연습을 하게 된다.
훔퍼딩크는 무겁지 않은 주제곡 ‘오빠, 이리와서 나와 함께 춤추자’라는 노래를 유명한 <데사우 행진곡>의 변주곡과 연결시킨다.
<헨젤과 그레텔>은 아이들이 부모를 떠나 마녀에게로 가는 과정에서 자립 정신을 얻게 된다는 것을 강조하며 결말을 맺는다. 이 “아이들의 삶 한편”은 크리스마스 시즌을 위한 작품일 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모고 배울 수 있는 작품이다.

-볼프강 빌라쉐크 저, 이 재황 역<해냄, 클라시커50 오페라>中 -

[공연내용]

제1막

빗자루를 만들어 파는 가난한 집안의 두 남매 헨젤과 그레텔은 빗자루를 만들고 바느질을 하고 있다. 배가 고파진 두 아이는 외출 나간 부모님이 돌아오시기까지 춤을 춘다. 어머니가 돌아와서 일을 게을리 한 아이들을 꾸중하다가 우유가 든 단지를 깨고 만다. 화가 난 어머니는 아이들에게 딸기를 따오라고 숲 속으로 보낸다.
빗자루를 많이 팔고 술에 얼큰히 취해 돌아온 아버지는 어머니가 아이들을 숲으로 보낸 것을 알고 그곳에는 아이들을 잡아먹는 사악한 마녀가 살고 있다고 말하며 놀란 어머니와 함께 아이들을 찾으러 나선다.

제2막

딸기를 따면서 장난을 치고 있던 헨젤과 그레텔은 뻐꾸기 소리를 듣고 뻐꾸기 흉내를 내는 중 헨젤이 딸기를 다 먹어버린다. 빈 바구니를 걱정하며 집에도 못가는 남매는 그만 길을 잃고 숲에서 졸고 있다.
이 때 잠의 요정이 나타나 두 아이의 눈에 모래를 뿌려 깊은 잠에 빠지게 하고 천사들이 그들을 지켜준다.

제3막

이슬요정이 나타나 아이들을 깨우고 아이들은 과자집을 발견한다. 간밤 꿈속의 천사들이 준 선물이라고 생각하며 과자집을 먹기 시작하자 마녀가 나타나 주문을 외워 두 아이를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헨젤을 우리에 가두고 그레텔에게는 집안일을 시킨다.
마녀가 환성을 지르며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사이, 그레텔은 마녀의 주문을 기억해 마녀 몰래 주문을 외워 헨젤을 마법에서 풀리게 한다. 그레텔은 아이들을 잡아먹으려고 준비하고 있는 마녀에게 솥에 들어가는 방법을 모르겠다고 하고 마녀가 시범을 보이자 우리에서 나온 헨젤과 함께 마녀를 솥 안으로 집어넣는다. 잠시 후 마녀가 죽자 과자집이 폭발하고 마법에 걸린 아이들이 마법에서 풀려나온다. 아이들을 찾아 달려온 아버지와 어머니는 기쁨에 찬 두 아이와 함께 천사의 덕택에 모두가 행복하다고 노래하며 막이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