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창극 "제비"

정기공연 <제비> 공연 연습 현장취재

역사와 인연의 굴레에 얽힌 가슴 저린 사랑
원작 / 제임스 미키    연출 / 이윤택  작창 / 안숙선

창극 <제비>는 한국의 전통 1인 소리극인 판소리를 공연양식의 원형으로 하여, 현대적인 음악극으로 재창조한 작품이다.  400여 년 전 발발한 전쟁(壬辰倭亂)을 배경으로 한국과 일본에서 벌어진 가슴 아픈 사랑을 드라마로 엮은 일본 극작가 제임스 미키 원작을 전황(전 국립창극단장)이 번역하고 극작 연출가 이윤택이 한국의 창작 창극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비유적으로 표현한다면, “오페라에 <나비부인>이 있다면, 창극에는 <제비>가 있다”고 할 수 있겠다.

한국의 소리꾼 안숙선(국립창극단 예술감독)이 작창 및 주연을 맡고 한국의 극작 연출가 이윤택(국립극단 예술감독)이 연출한 창작 창극 <제비>는 한국의 젊은 작곡가 원일이 음악감독을 맡고, 한국의 춤꾼 하용부가 특별 출연하고, 한국의 중견 무대미술가 이태섭이 무대 디자인을 맡았다. 

<제비>의 음악 구성은 판소리를 기본 소리로 하되 한국의 다양한 전통 소리(시조, 정가, 범패, 민요)를 결합시키고 한국의 전통악기(북, 장고, 해금, 가야금, 거문고, 아쟁, 태평소 등)로만 구성된 악단이 연주한다.  <제비>의 안무 구성은 한국의 전통 춤 살풀이와 덧뵈기를 기본으로 일본의 전통 축제(마츠리) 몸짓이 대비되어 표현된다.  <제비>의 무대 구성은 수묵화풍의 비어있는 무대에 한국의 선과 색조를 드러내는 의상과 일본의 선과 색조를 드러내는 의상이 대비되어 구성된다.

[공연내용]

1. 조선통신사가 온다 일본 해안가 어느 마을.  임진란이 끝나고 두 나라간 화평의 사절로 방문하는 조선통신사 일행을 맞이하기 위해 주민들이 모여 있다.  호기심과 반가움에 들뜬 주민들은 잔치 준비에 분주하다.

2. 화친의 연회장에서 옛 여인을 만나다 조선통신사 일행을 접대하는 연회석상.  조선통신사측은 이번 사절단의 방문 목적이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납치해 간 7만5천 조선인들을 귀환시키기 위해서라고 밝히고 분위기는 잠시 험악해진다.  통신사를 위한 만찬 자리에서 이경식은 고마춤(高麗踊)을 추는 무희 속에서 유난히 돋보이는 여인을 발견하고는 놀라는데, 바로 10년 전 난리통에 실종되어 익사한 줄로만 알았던 자신의 아내, 제비임을 알게 된다.

3. 제비, 새로운 선택의 갈림길에 놓이다 전 남편 이경식을 알아보고 울면서 번뇌에 잠겨 있는 제비.  그러나 이미 일본 무사 젠조의 처가 되어 아이까지 딸린 몸이다.  연은 10년 전 물에 빠졌지만 왜구에 의해 구조되어 일본으로 실려와 장군의 첩이 되었다가 다시 하사품으로 젠조의 처가 되어 있는 처지.  이경식과 제비가 조선에서 부부 사이였음을 알게 된 젠조는 깊은 실의에 빠지고, 이경식은 제비에게 함께 조선으로 돌아가자고 재촉한다.

4. 미즈시마 가(水島家)의 회의
젠조의 집안 회의.  일본이 통신사절단에게 포로 반환 증서를 주었음을 확인하고 이경식이 제비를 데려가는 것에 대해 가족들 간에 설전이 벌어진다.  젠조는 하사품(연)을 돌려보내는 것은 명을 어기는 행위임을 알면서도 제비의 귀국을 마침내 허락하게 되고, 제비의 부모가 조선에 살아 있다는 이경식의 편지 내용을 알려준다.

5. 축제 중 적의의 칼날이 번뜩이다 조선통신사 사절단의 정사(定使)인 여우길은 국교가 다시 정상화된 것과 사절단 일행에 대한 환대에 감사를 전하고 한바탕 흥겨운 잔치를 벌인다.  이때 젠조의 동생 신사부로는 이경식을 막아서지만 젠조는 이를 저지한다.  이경식이 젠조에게 모든 결정은 연에게 맡기겠다고 하자 젠조는 이경식의 대인다운 면모에 감탄한다.

6. 사랑의 3중창 -아이야 청산 가자 젠조는 이경식과 제비의 만남을 보며 제비를 더 이상 붙들 수 없음을 확인한다.  자신과의 인연이 다했음을 아쉬워하며 다시금 제비에게 귀국할 것을 종용한다.

7. 자결
제비는 시어머니에게 조선으로 돌아가겠다는 결심을 전한다. 한편 젠조는 관가에 끌려가 하사받은 여자를 돌려보낸다고 문책을 받는다.  제비는 자신이 귀국을 할 경우 젠조가 처형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고 깊은 고뇌에 빠지고, 마침내 스스로 목숨을 끊음으로써 마지막 선택을 한다.

8. 한 마리 제비, 바다를 건너다 사색에 잠긴 젠조. 제비의 자결 소식을 듣고 충격에 휩싸인다.  제비의 혼령을 위로하는 씻김굿이 이어진다.  귀국선을 뒤로하고 제비가 오기를 기다리는 이경식.  밝은 달밤에 안개는 자욱하고, 오지 않는 부인을 애타게 기다리다 연의 환상을 보며 반가워하는 이경식.   그러나 제비는 말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