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의 기봉이

엄마를 위해 달리는 ‘맨발의 기봉이’

남해의 아름다운 바다가 보이는 한적한 시골 ‘다랭이’ 마을에는 어려서 열병을 앓아 나이는 40살이지만 지능은 8살에 머문 때묻지 않은 노총각 기봉이 산다. 기봉이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것은 엄마, 제일 잘하는 것은 달리기이다. 동네 허드렛일을 하면서 얻어오는 음식거리를 엄마에게 빨리 가져다 주고 싶은 마음에 신발도 신지 않은 채 집으로 뛰어가 따뜻한 밥상을 차리는 그를 보고 동네 사람들은 ‘맨발의 기봉이’라고 부른다.

못난 나무가 산을 지킨다

기봉이는 팔순의 노모를 극진하게 모시는 효자로 온 동네에 소문이 자자하다. 기봉이의 아침은 엄마를 위해 매일 아침 따뜻한 세숫물을 가져다 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엄마를 위해 군불을 뗄 나무도 해오고, 빨래도 도맡아 한다. 노환으로 거동이 불편하고 귀가 어두운 엄마 옆에는 항상 기봉이가 따라다닌다. 시장에 가서 물건을 사거나 심지어 화장실을 가더라도 엄마 곁에는 항상 기봉이가 지키고 있다. 그런 그도 엄마 앞에서만은 어린아이가 되어 투정을 부리기도 하지만, 엄마가 화가 날때면 나무로 직접 깎아만든 마이크로 노래도 부르고, 장난도 치면서 엄마를 달래기도 한다. 엄마에게도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고 의지가 되는 아들이 바로 기봉이다. 어려운 생활 형편이지만 그들의 얼굴에는 그늘이라곤 한 점 없다. 하루 하루를 늘 감사하면서 사는 그들은 항상 밝고 환한 웃음을 지을 뿐이다.

엄마의 틀니를 위해 달리다 !

엄마를 위해 달리는 것이 일상이다 보니 어릴 때부터 달리기 하나만은 자신 있었던 기봉은 우연히 그 지역에서 열린 달리기 대회에 엉겁결에 참여하게 되고 당당히 입상까지 한다.
그로 인해 평생 고생만 해온 엄마에게 뜻하지 않은 기쁨을 줄 수 있었던 기봉은 그 후로 달리기를 통해 엄마에게 즐거움을 주기로 결심을 한다. 한편, 기봉이의 재능을 기특하게 여긴 다랭이 마을 백 이장은 기봉이를 ‘전국 아마추어 하프 마라톤 대회’에 내보내기로 하고, 기봉이의 트레이너를 자처하며 본격적으로 훈련에 들어간다. 기봉이는 일등을 하면 이가 없어 마음대로 음식을 먹을 수 없는 엄마에게 틀니를 해드리라 결심하며 매일 동네를 달리며 연습에 매진하게 되는데…

한국영화제작의 트렌드, 실화
2006년 기대작은 [맨발의 기봉이]다 !

<살인의 추억>으로 시작된 실화의 영화화는 이제 한국영화 제작의 하나의 트렌드가 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들은 관객들과의 소통에서도 성공을 거둬 <실미도><말아톤><너는 내운명>등 다양한 흥행작들을 만들어냈다.

이들 흥행작들이 가지는 공통점이라면 실화의 진정성과 사실성에 드라마적인 요소를 가미해 영화로써의 감동과 재미를 이끌어냈다는 점이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현실이 존재하는 한 모든 일상의 얘깃거리가 영화의 소재가 될 수 있겠지만, 실화가 영화화가 되기 위해선 실화 그 자체로도 드라마적인 요소를 가져야 할 뿐 아니라 실화의 진정성을 더 돋보이게 하면서 영화적인 재미도 아우를 수 있는 별도의 영화적인 장치들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영화 <맨발의 기봉이>는 그런 의미에서 실화를 소재로 한 흥행작들의 계보를 이을 2006년 기대작으로 손색이 없다. <맨발의 기봉이>는 2003년 KBS 인간극장에서 방영된 ‘맨발의 기봉씨’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가공되지 않는 진실이 갖는 깊은 울림을 여과 없이 보여준 기봉씨의 아름다운 이야기는 많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그 해 화제작으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생생한 삶 그 자체 만으로도 그처럼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기봉씨의 순수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는 영화 <맨발의 기봉이>로 탄생하면서 더욱 탄탄한 허구의 드라마로 덧칠되어 실화못지 않은 깊은 감동과 재미를 선사할 것이다.

세상을 움직이는 힘은 사람, 사람을 움직이는 힘은 어머니
진실한 마음이 세상을 감동시킨다

‘맨발의 기봉씨’가 다큐멘터리로써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던 힘은 기봉이란 인물의 때묻지 않은 순수하고 따뜻한 심성과 어머니에 대한 깊은 효심이었다.
기봉은 어릴 적 앓았던 열병의 후유증으로 여덟살 지능을 가지게 된 마흔살 노총각 신세지만 어머니를 생각하는 마음은 몸이 건강한 사람들이 감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깊고 진실하다.

디지털시대에 ‘효’라는 지극히 아날로그적인 정서가 여전히 사람들의 맘을 감동시키는 보편적인 정서로써 유효함을 기봉씨가 증명하고 있었던 것이다. 거기엔 조금의 가식이나 과장도 없고, 사회적인 요구나 강요도 없는 내면 깊은 곳에서부터 솟아난 진실된 마음이라는 동력이 있었다.

영화화를 통해 기봉씨의 이야기를 다시 세상으로 끄집어 낸 이유도 바로 이러한 기봉씨의 이야기가 각박한 현실속에 놓여 섬처럼 살고 있는 지금의 현대인들에게 ‘아직 세상은 살만한 곳’이라는 메시지로 조금이나마 마음의 위안이 되고, 한때 나에게 커다란 세상의 그늘이었으나 지금은 잊고 지내는 ‘어머니’의 존재에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던져 주기 때문이다.

최고의 선택 김수미, 신현준
진짜 보다 더 진짜 같은 연기, 공력이 다르다 !

<맨발의 기봉이>는 실제이야기를 소재로 한 만큼 캐스팅이 중요했다.
실존인물인 ‘엄기봉과 그의 어머니’를 연기해야 하기 때문에 실화의 진정성을 연기 속에 녹여내야 하는 공력을 가진 배우여야만 했고 고심 끝에 배우 신현준과 김수미가 캐스팅됐다.

액션, 드라마, 공포, 코미디까지 여러 장르를 섭렵하며 최근 들어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신현준은 2년 전부터 감독과 함께 이 영화를 준비해 왔을 정도로 영화에 대해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으며 자신의 연기인생을 건 도전작으로 <맨발이 기봉이>를 선택했다. 신현준은 외모에서 오는 선입견 때문에 주어지는 무게잡고 카리스마 있는 역할 보다는 사람 좋아하는 그의 평소 성품이 그대로 드러나는 무게를 덜어내고, 좀더 인간적이고 따뜻한 인물을 연기할 때 오히려 더 인정을 받아왔던 만큼 <맨발의 기봉이>에서도 그의 인간미가 담긴 선하고 따뜻한 성품의 캐릭터로 ‘배우 신현준’의 진가를 보여줄 것이다.

그리고, 현재 충무로 캐스팅 0순위 중견배우로 자리잡은 배우 김수미는 세상의 무게를 고스란히 감내 해 낸 우리들의 늙은 어머니, 기봉의 엄마 역에 더할 나위 없는 최적의 캐스팅임을 보여준다. 외모에서 부터 구부정한 허리의 팔순 노인으로 완벽하게 변신한 김수미는 세상 사람들에게 동정의 대상이 되는 부족한 아들을 누구보다 믿고 의지하며 자신의 아들을 세상 어떤 아들도 부럽지 않은 최고의 아들이라고 생각하는 보통의 할머니이자, 어머니의 모습 그 자체다. 김수미가 연기하는 기봉의 엄마는 그 동안 영화나 드라마에서 흔히 보던 몸이 성치 못한 아들을 위해 끊임없이 헌신하고 희생하는 슈퍼우먼 같은 억척스런 엄마의 모습이 아니다. 기봉의 엄마는 ‘고슴도치도 내자식이 예쁘다’라는 경구 그대로를 보여주는 우리주변에서 흔히 보는 엄마의 모습이다. 늙고 힘들어진 몸을 아들에게 의지해야 하고, 정보 보조금과 아들이 벌어오는 몇 푼 안되는 돈으로 생활해야 하는 어려운 형편에도 아들의 건강이 염려스러워 한약을 지어다 먹이는 생활 속의 보통 엄마를 배우 김수미가 연기하는 기봉의 엄마에게서 찾을 수 있다.

특히, ‘기봉’역의 신현준과는 이미 전작인 <가문의 위기> 에서 어머니와 아들로 호흡을 맞춘바 있어 친모자지간을 의심케 할 정도로 호흡이 잘 맞아 만만치 않은 내공을 지닌 두 배우가 만들어 낼 시너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남다른 순발력과 안정된 연기력을 갖춘 저력 있는 배우들
- 임하룡, 탁재훈, 김효진
현실감 있는 캐릭터로 감동과 재미를 책임진다 !

신현준, 김수미 두 배우가 영화의 드라마를 이끌어 가는 축을 형성 하고 있다면 두 배우 못지 않은 쟁쟁한 배우들이 영화의 드라마를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영화 속에서 세상 밖으로 나선 기봉이의 든든한 버팀목이자 달리기 트레이너인 동네 이장 역을 맡은 임하룡과 기봉의 어릴 적 친구면서도 자신에게 없는 순수함으로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기봉을 질투하고 시기하는 인물인 여창 역의 탁재훈이 그 대표적인 인물.

<웰컴 투 동막골>로 스타급 배우로 떠오른 임하룡은 그 특유의 순박하고 정감 있는 말투와 안정된 연기력으로 영화 속에서나 촬영현장에서 ‘큰형님’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영화를 안정감 있게 끌어가고 있다. 특히, 영화 속 백이장은 주인공 ‘엄기봉’이 의지하고 믿는 아버지와 같은 역할. 실제로 친아들역인 탁재훈 뿐 아니라 기봉역의 신현준에게도 아들처럼 대해 유난히 팀웍이 좋은 촬영현장의 분위기를 한층 더 고조시키는데 일조를 하고 있다. 그리고, <가문의 위기;가문의 영광2>를 통해 놀라운 연기실력을 보여준 탁재훈은 <맨발의 기봉이>를 통해 다양한 장르를 소화해 낼 수 있는 재능 있는 배우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영락없는 시골동네 건달 모습 그 자체인 탁재훈은 말투에서부터 건들거리는 몸짓 하나하나 완벽한 여창으로 변신하여 선하기만 한 기봉의 갈등요소로 작용하며 영화에 재미를 더한다. 실제로는 신현준과 막역한 친구 사이기도 해 현장에선 신현준과 함께 연기에 대해 진지하게 서로 의견을 주고 받기도 하고, 그 특유의 유머와 익살로 스탭들에게 웃음을 던져줘 현장에서 인기를 한 몸에 모으고 있는 주요인사이기도 하다.

이 밖에도 신세대 스타 김효진이 기봉이 일회용 카메라로 사진을 찍을 때 마다 인화하기 위해 찾는 사진관집 주인 정원역을 맡아 차분하고 이지적인 연기를 펼친다. 정원은 세상과 소통에 어눌한 기봉이 맘놓고 대화를 나누는 좋은 친구 같은 존재. 기봉의 얘기를 들어주고 기봉이 찍은 사진을 아름답다고 말해주며 기봉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힘이 되어준다.
이처럼 순발력과 안정된 연기력을 갖춘 이들 배우들은 짜임새 있는 한편의 웰메이드 영화를 예감케하며 기대감을 부추기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