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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은 얼마전 제 17세 생일날 밤에 있었던 일입니다. 그날 아침 일찍 할아버지께서 절 부르시더니 제 손에 무언가를 꼬옥 ~쥐어주시더군요. 그것은 붉은바탕에 [米]라는 글자가 적혀 있는 작은 주머니였습니다.
"오늘밤  이것을 꼭 머리맡에 두고 자거라 ...결코 잊어선 안된다."
웬일인지 할아버지의 얼굴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내려앉아 있었습니다. 두려움과 걱정스러움,미안함이 한데 얽힌 묘한 표정이셨지요.
"절대 잊어서는 안된다 ..이것이 널 지켜줄꺼야 ..."
"그리고 꼭 머리맡에 두어야 한다 ...꼭 머리맡이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할아버지께서 귀찮을 정도로 몇번씩이나 당부하셨기에 저는 그러겠다고 했습니다 .언제나 인자하시던 할아버지께서 그날 아침은 마치 딴 사람이라도 된양 넋이 빠지신 모습이었습니다. 그러고도 못미더우셨는지 몇번을 더 강조하신 뒤에 절에 다녀오시겠다며 밖으로 나가시더군요. 저는 제손에 쥐어있는 붉은 주머니를 잠시 바라보다가 어쩐지 기분이 나빠져 버려버릴까하는 생각도  했었습니다만 할아버지의 간곡한 부탁이 생각나 차마 그러지는 못하고 ,그냥 책상서랍에 던져넣었습니다.그리고 그날 하루 즐겁게 친구들과 노느냐고 어느새 주머니에 대한 생각은 까맣게 잊어버리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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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하루가 지나가고 드디어 밤이 찾아왔습니다. 절에 다녀오시겠다며 나가셨던  할아버지께서는 어쩐일인지 돌아 오지 않으셨습니다.
“아마도 오늘밤을 절에서 보내시고 내일이나 오실라나보다 ~”
가끔 이런일이 있었기에 우리 가족은 별다른 걱정은 하지 않고 각자의 방으로 돌아갔습니다 .저는 그날  친구들에게 온 카드와 선물을 챙기느라고 평소보다 조금 늦은 시간에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그런데 웬일인지 그날따라 가슴이 두근두근 뛰며 쉽게 잠이오지 않더군요. 양도 세어보고 ,눈도 감아보았지만 그럴수록 정신은 반대로 또렸해만 졌습니다. 베게에 머리만 대면 잠이드는통에 베게귀신이라 불리던 제 별명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습니다.그렇게 뒤척거리며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갑자기 온방안이 순식간에 어두워지며,싸늘한 냉기로 뒤덮였습니다.여름인데도 ...마치 한겨울처럼.. 턱이 덜덜 거리며,입김이라도 나올것 같은 그런 ..'냉기'...말입니다. 온몸에 소름이 돋더니 마침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습니다.
참을수 없는오싹함 ..
비명을 지르려해도 비명조차 막아버릴듯한 숨막히는 공포가 순식간에 저를 얼려버렸습니다. 일어나 불을 켜야겠다고 생각했지만..어쩐일인지 몸이 움직여주질 않더군요. 기를 쓰다보니 어찌어찌해 고개만 조금 돌릴수있는 정도였지요 ..그리고 다음 순간 문득 까맣게 잊고 있었던 서랍속의 '붉은주머니'에 생각이 미쳤습니다. 아침에 할아버지께 받은 이상한 한자 (아참 그게 쌀 미:米였던가요?)가 써있던 그주머니요..

'혹시 할아버지가 그런 당부를 하셨던게 이런이유 때문이었을까 ..? 그렇게나 어기지 말라고 하셨는데 ....이런 멍청한 ....'

후회가 물밀듯이 밀려왔습니다 그러나 때늦은 후회였지요. 주머니는 제손이 닿을수 없는 서랍속에 고이 모셔져 있는 상태였으니까요 ..

그리고 아마도...........

'그 여자!!!!!'와 처음 눈이 마추친것도 바로 그때 쯤 이였을겁니다.방안에 저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였던 겁니다. 제가 누워있는 곳에서 가장 멀리떨어진 방안 한 구석에 그... 여자....가 있었습니다.(여자! 그냥 이렇게 부르도록 하지요.) 여자는 자주색의 한복을 입고, 가지런히 두손을 무릎위에 포갠 단정한 모습으로 앉아있었습니다. 머리는.. 풀어헤진채였구요(산발이라고도 하죠 왜..) 얼마나 길었는지 바닥에 닿아 질질 끌릴 정도 였습니다.여자는 그때까지 한치의 미동도 없이 ..그렇게 앉아있었습니다(만!) 저와눈이 마주치자 씨익 ~익 웃어보였습니다. 그 미소는 마치 '지금부터 시작이야~' 라는 의미 같더군요. 그리고 그런 제 예감은 적중했습니다. 처음으로 여자가 조금 몸을 움직였으니까요 .

흔~들~흔~들 ~흔~들 ~

그것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여자는 아주 약하고~ 느리~~~게 상체를 흔들더군요. 상체만요 !! 손은 변함없이 가지런히 무릎에 포개진 그대로였습니다. 여자의 긴머리가 상체의 움직임과 함께 흔들거렸습니다 .그것은 마치 ..뭐랄까요 ....? 흔히 티비에서 본 테크노댄스의 첫동작 같았다고나 할까요? 천천히 ...여자의 상체가 움직이고 ..따라서 ..여자의 긴  머리채도 따라 움직이고.. 그럴때마다  언듯언듯  여자의 시체같은 창백한 얼굴이 드러났다~가려지고 또 드러났다~가려지고 ..그러기를 수십번 ..검푸른 여자의 입술이 희미하게 다시 한번 저를 향해서 웃었습니다. 그 소름끼치는 미소와 함께 ..어떤 불길한 예감이 제 머릿속을 강타했습니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여자의 움직임이 조금..-아주조금- 빨라진것 같았거든요..

흔~들~ 흔~들 ~ 흔들흔들흔들 ~
흔~들 흔~들 ~흔~들 ~흔들흔들흔들~

그리고 불길한 예감은 그렇게 ....사실이 되어 버렸습니다.
아주 조금씩이지만 분명 몸을 흔드는 속도가 점차 빨라지고 있었던겁니다. 저는 공포에 온몸이 쪼그라드는것 만  같았습니다. 이불속에 누운채..오줌을 지려버렸습니다. 마지막 수단으로 고개들 돌려 다른곳을 보려고 했지요 (눈을 감을수가 없었습니다) 여자가 없는 다른방향을 말입니다. 그런데 어쨌을꺼 같습니까 ..? 아아 ~믿을수없게도 (믿고싶지 않았습니다) 거기에도 ..'여자'가 있었습니다..
또 다른여자 ..똑같은 옷...똑같이 긴 머리...똑같은 동작...흔들흔들흔들 ~흔들흔들흔들 ~ 미치지 않는게 원통하고 이상할 따름이었습니다.
상상해 보세요 ...
사방에 ...
구석마다 ...
여자와 똑같은 모습의 여자와 똑같이 상체-고개-를 흔들고 앉아 있는 또 다른 여자 (아니 같은여자 .?) 그러니까 여자가 아니라 여자들!...이라고 해야겠네요...저를 둘러싸고 사방에서 상체를 흔들거리며 다가오고 있는 여자들...여자들 여자들 여자들 !!!!!!!!
'어 ..? 지금 제가 뭐라고 한거죠 ..? 뭐 ...뭐라고 ? 다 ..가 .. 온 ..다 ..고 .? 헉 !!'
아아 ~ 아아 ~그렇습니다. 많고 적음이 문제가 아니였던 겁니다.
여자는(여자들은 .)아주 조금씩 상체를 흔들면서 ...제가 눈치채질 못할정도로 조금씩 ..조금씩 스피드를 올리며 ..저를 조여오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아까는 분명 벽에 등을 기대고 있었던 것 처럼 보였던 여자(들이..)가 어느새 한뼘 넘게  앞으로 나와있었습니다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조여오고 있었습니다
바로 저를 향해서 ,,,

흔~들~ 흔~들 ~ 흔들흔들흔들 ~
흔~들 흔~들 ~흔~들 ~흔들흔들흔들~
흔~들~ 흔~들 ~ 흔들흔들흔들~
흔~들 흔~들 ~흔~들 ~흔들흔들흔들~

평생한번 생각조차 해보지않았던 공포가 ..온몸을 쥐어짜고있었습니다. 기도 ....따윈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얼른 미쳐버려서 두려움도 모르는 그런 상태가되어버리기를 바라고 바라고 또 바랄뿐이었습니다. 한편으로는 할아버지의 간곡한 말씀을 그냥 흘려버렸던 제 자신이 그렇게 원망스러울수가 없었습니다.
당신 말씀대로그 주머니를 머리맡에 두고 잤다면 ..일이 이렇게 까지 되지는 않을거란생각이 문득 들었기 때문이었지요. 주머니 생각을 하자 집을 나서기 전 마지막으로 절 바라보시던 할아버지의 근심어린 눈빛이 떠오르면서 참고있었던 눈물이 쉴새없이 흘러나와 얼굴을 온통 적셨습니다.

'할아버지 !!!!!!!!!!!!!!!!!!!!!!!!!!!!!!!!!!!!!
할어버지이 !!!!!!!!!!!!!!!!!'

툭 ~

그때였습니다.
무언가가.....제  머리맡으로 작은소리를 내며 .. 떨어져내린 것은 놀랍게도  그것은 분명 오늘 아침 제가 책상서랍에 던져넣고 잊고 있었던 그 붉은 주머니임에 틀림없었습니다.

'저게 어 ..어떻게 ..여기에 있지? 서랍속에 넣어두고 한번도 꺼내지 않았었는데 ..'

어떻게 된 영문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기적같이 서랍속에 넣어져있어야 할 주머니가 제 머리맡에 놓여져 있었던것입니다. 절망과 두려움만 가득하던 가슴한쪽에 슬그머니 희망이 피어오르기 시작했습니다.'어쩌면 이걸로 저것들이 사라질수도 있어 눈을 감았다 뜨면 이게 다 악몽에 불과할지도 모른다고 ...!!' 일단 그런 생각이 들자 제 희망은 더더욱 켜졌습니다. '귀신아 ~ 사라져라!!사라져라 여기 주머니가 있다아~ !! '아마 입을 뗄수있었다면 벌떡 몸을 일으켜, 그렇게 외쳤을겁니다. 주머니만 있으면 ..이것만 있으면 ...금방이라도 눈앞에서 여자들이 연기처럼 휘익 ~사라져버릴것만 같았거든요.

그러나 ..

그런 제 기대와는 달리.여자(들은)는 사라지지도.. 멈추지도 않았습니다 아니. 사라지기는 커녕 ...더욱 더 -몸을흔드는 속도가 -빨라지기만 했을 뿐이었습니다. 물론 저를 향해 다가오는 속도도 빨라졌지요.

흔들흔들흔들흔들~ 휙휙휙~흔들흔들흔들 ~휙휙휙!!!!!
흔들흔들흔들흔들~ 휙휙휙~흔들흔들흔들 ~휙휙휙!!!

휙휙휙..!!?
상체의 흔들거림이 빨라지고 강!해질수록 ,,,여자들의 긴 머리채는 휙휙소리를 내며 앞뒤로 출렁거렸습니다. 휙 ~ 앞으로 쏠렸다 휙 ~뒤로 쏠렸다 .다시 앞으로 쏠렸다 뒤로 쏠렸다. 다시앞으로 ... 저를 둘러싸고 있는 온 사방의 허공으로 긴 머리카락들이 주욱 ~~~ 솟구쳐올랐다가 다음순간 바닥으로 쏟아져 내려오는 장면이 수십번 수백번..수천번 ...되풀이 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무엇보다 소름이 끼쳤던것은 그렇게 상체가  요동을 쳐대는데도 여자(들)의 하체만은처음 그때와 달라진것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손을 가지런히 자줏빚 치마폭에 살며시 얹은 그대로 (마치 별개의 존재인것처럼) 그렇게 움직이지도 않고 ...그냥 처음 ..그대로 말이죠.. 그리고 마침내 더욱 속도가 붙은 그것은 휙휙~휙휙~거리는  소리를 내며 내 눈앞에서 팽이처럼 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빙글빙글~휙휙휙 빙글빙글~휙휙휙 빙글빙글~휙휙휙!!
빙글빙글~휙휙휙 빙글빙글~휙휙휙 빙글빙글~휙휙휙!!!
빙글빙글~휙휙휙 빙글빙글~휙휙휙 빙글빙글~휙휙휙

어린아이가 목이 망가진  장난감 인형을 잡고 돌리듯이 ...

빙글빙글~휙휙휙 빙글빙글~휙휙휙 빙글빙글~휙휙휙

그리고 갑자기 뚝 !!!하고 멈춰섰습니다.
고요 ...... 소리도 움직임도 없는 ..그저 정막한 고요만이 한동안 방을 메웠습니다.
그냥 딱 미칠것 같더군요 '뭐야 ? 뭐야 뭐냐고다 ,당신들 ...  왜 멈추는거야 ..? 왜 멈추는건데 .. 차라리 그냥 흔들어 !! 흔들라구 ... 그냥 돌려!! 흑흑 그냥 하던대로 하라고 ... 왜 멈춰 대체 왜 멈추냐고 ..? 이게 더..더 더 ........무..무 ...섭단....말야'
저는 어느새 흐느끼고 있었습니다. 죽을수만있다면 ,,,그냥 이렇게 죽을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살아있다는게 장님이 아닌게 그렇게 원망스러울줄이야 ... 그리고 고개를 돌리던 채로 비딱하게 ... 멈춰진 여자들의 허옇게 치켜뜬 시선(들)은 같은곳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바로 그건 ....다름없는 저였습니다.
그리고 다음순간 !!!

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

비명을 지를새도 없이 마치 약속이나 된것처럼 사방에서 여자들이 일제히 제 머리맡을 향해 달려들었습니다 .그때까지 ...무릎위에 얌전히 포개져 있던 손을 -드디어 -천천히 들어,짐승의 그것처럼 하얗고 긴 ~손톱을 있는대로 노옵게~치켜든채로....

아마도 할아버지의 붉은주머니는..생각보다 .. 효염이 없었던가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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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

그렇게 정신을 잃었던 저는 -깨어나지 않았으면 좋았을것을 -어느순간 서서히
정신이 돌아오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귓전에서 들려오는 기괴한 소리...
그것은...
무언가를 씹어먹고있는듯한? ...괴상한 소리였습니다.

오도독~ 오도독~오도독~오도독~
아도독~ 아도독~ 아도독오도독~

이게 ..어떻게된 일이냐구요 ...?

주머니를 .. 제 머리맡에 놓여있던 그 붉은 주머니를 기억하시나요? 그래요 ... 그날 아침 할아버지께서 제 손에 꼬옥 쥐어주셨던 ... 그리고 거짓말처럼 어느새 제 머리맡에 떨어져있던 붉은 주머니.. 비밀은 그 '주머니'에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그때 -여자들이 일제히 저를 향해 달려들고 제가 정신을 잃어버린 그때 -여자(들은)는 제가 아닌 제 머리맡에 떨어져 있던 그 붉은주머니를 움켜쥐었던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붉은 주머니에서 쏟아져나온것은 ..
주머니에 써져있던 대로 ...[米]...
쌀 ..!!!!!
바로... 쌀알.....이었던것입니다.
여자들은 옹기종기 제 머리맡에 웅크리고 앉아. 주머니에서 흘러나온 생쌀을 저 대신!!!!... 씹어먹고있었던것입니다

이렇게 말입니다.

오도독~ 오도독~오도독~오도독~
아도독~ 아도독~ 아도독~아도독~ 

  
                                    *그 뒷이야기*

절에 가셨던 할아버지는 다음날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으셨습니다.
다음날 만이 아니라..영영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셨습니다 .
나중에 스님이 들려주신 이야기로는 그날밤 -여자들의 원한이 제게 나타난 제생일날밤이지요- 할아버지께서는 동이 터오를때까지 한쉬도 쉬지않고 부처상 앞에서 절을 올리셨다고 합니다. 스님이 쓰러져있는 할아버지를 발견했을때는 이미 숨이 끊어져 있었다고 하시더군요. 그 여자가  왜 제 17살 생일날밤  제게 나타났는지..저는 알수가 없습니다 그 사무친 한이 무언지도 알수가 없습니다. 다만 제가 짐작하는것은 제 머리맡에 놓여있던 그 '붉은주머니'는 저를 향한 제할아버지의 '사랑!
                                           ...사랑...
                                    
                                    그것.... 아니였을까요?  

자료제공: '장은호 공포연구소'에서 제공해 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