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윽..."

언제나 그 부분을 떼어낼 때면 저음의 신음소리가 나게 된다. 내가 말하는 '그 부분'은 작년 이맘때쯤 학교 후배들과 MT 갔을때, 숙박집에 있는 한 꽃을 만진 후부터 생긴 무척 가려운 파란색 피부이다. 뭐, 피부라고 하는 것도 우습지만 정확히 말하면 비늘과 비닐의 중간 쯤, 흐물흐물한 느낌의 푸르죽죽한, 가끔 초록색 점이 밖혀 있는 그런 것인데 일단은 피부라고 해 두는게 좋을 것 같아 이렇게 해 둔다.

나는 작년 말까지는 그다지 아프지 않고 면적도 새끼손가락 손톱크기 정도여서 아무 걱정 없이, 병원에 갈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올해 들어 그것이 2배, 3배의 속도로 빠르게 커지자 약간 두려워져서 난 매일 일어나 그것을 떼는게 일이 되버렸다. 하지만 그것은 생고집이라도 부리는 듯 잘 떼어지지 않았고 오히려 그것은 피부조직에 착 달라붙어 그것을 뗄 땐 무어라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안겨주었다. 그리고 요새들어 맨손으로 그 피부를 떼다보니 그 피부를 데던 맨손마저 푸르스름하게 물들어 가고 있는 듯 했다. 그것은 햇빛에 있으면 꼬물꼬물 움직이며 거품을 내뿜었고 바람을 맞으면 마지 상처에 소독약을 붇고 파스를 붙인듯한, 따갑고 시원하고 피부가 타들어가는 느낌이 간절했다. 더구나 그 상처는 오른손 손바닥을 차지하고 있어서 난 오른손으로 그 어느일도 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 결국 병원을 찾았다.

*  *  *  *  *

"요즘 이런 환자가 늘어가는 군요. 현재 과학계에선 밝혀진 바 없습니다만 어느 과학자가 그것에 걸려서 고생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어디에 그 상처가 있죠?"
무뚝뚝한 얼굴에 한숨과 근심이 푹 묻어나는 듯한 의사선생. 나는 내심 그 의사가 맘에 안 들어 미간을 좁혔지만 내병은 치료해야겠단 생각으로 무심하게 대답했다.
"손바닥입니다."
"손바닥이요?"
"네, 오른쪽 손……."
동공이 커지며 내 손을 잡아끌더니 그 상처를 보고 놀라는 눈치의 의사선생. 난 뭔가 싶어 그 의사를 빤 쳐다봤지만 그 의사는 입을 다문 채 말이 없었다.
"왜 그러죠?"
"…."
"무엇이 잘못됬나요?"
"…."
그 의사는 여전히 말이 없었다. 의사를 보니 자기 입술을 씹으며 사색에 잠긴 듯 한데, 난 그리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다른 병원에 가보려고 일어나는 순간-.

"아직 의학적인 명칭은 없지만 저희 병원에서는 만성토양증후군(Earth Poison)이라고 부릅니다. 아까 제가 과학자 얘기 했었나요?"
심각한 의사의 얼굴. 창백해 보였다.
"예."
"…."
"…."
"그 의사도 손바닥에 만성토양증후군이 생겼었습니다. 햄 리빗 솔더(Ham Ribit Solder). 그의 이름이죠. 저와도 친분이 있었습니다."
잠시 말을 끊는 의사. 그리고 자기 서랍에 있는 장갑과 메스를 꺼내더니 장갑은 끼고 메스는 책상위에 올려놓았다.
"리지(햄리빗솔더의 줄임말)는 활발한 식물분류과 학계의 과학자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전화가 오더군요…."
그리고 나는 마치 그들의 과거속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Rrrrrrr.... Rrrrrrr.... Rrrrrrr....

『누구세요?』
『... 나야.. 나야…. 리지야, 니친구 리지….』
『리지? 어디 아픈가? 왜 그래??』
『나…. 식물채집을 하다가 아주 예쁜 꽃을 봤어….』
『….』
『그 꽃…. 분홍색과 노란색이 섞인 색의 꽃잎과 연한 녹색의 줄기와 잎을 가지고 있었거든. 처음 보는 종류였어. 그런데 씨나 열매, 꽃가루가 없는거야…. 그 꽃 주위엔 다른 아무런 꽃이 없어서 내 눈에 띄기 쉬웠던거 같아. 그 꽃은 커다란 바위 위에서 피어있었어. 그리고 그 꽃 주위는 아주 거름이 잘 뿌려진 흙 같은것이 많았지. 난 너무 예뻐서…. 나도 모르게 그 꽃을 만졌는데….』

* 다음에 계속됩니다.....

자료제공: '장은호의 공포연구소'에서 제공해 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