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치 : 상가집

1.

안개가

사박사박 얕게 깔리고

붉고 하얀 가로등에

붉은 단풍은 더 붉게

노란 단풍은 더 노랗게 빛나는

따뜻한 저녁

건너편 묘원에는

아련하고

파란,

도깨비 불, 하나 둘 셋 ...

총총 뛰어다니는

영혼의 잔치 마당

2.

잔치집에

손님은 밤늦게 도착하신다

가슴뛰는 이별을 한바탕 쏟아내는

통곡을 하고

그리운 추억,

한 밥상 받아

한 밤 내내

망자와의 그리운 그 시절을 살아본다

3.

가고 오는 시간이 다르지 않다

어디에서 오신 줄도 모르고

님은 또 어디로 가셨는지 모른다

이제 다시 함께 할수 없다는 절망감에

마음이 무너지고

찾을수록 마음만 무너지고 ....

4.

잔치는 끝났다

손님은 모두 떠나가고

님도 손님처럼 떠나가고

주인 잃은 빈 방에 들면

마음마저 빈방처럼 텅 비어

시간이 무너지고

그 오랜 사랑이 무너지고

구석에 홀로 숨었던 그리움이 자라난다.

5.

그리운 사람과

그립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망자는 유언을 하였다

“그 인간은 두 번 다시 보기 싫으니

그 곁에 묻지 마라”

이제 두분은 어디서 만나고 계실까

가슴 아프게 사랑하셨던

그 시간들은 어디로 갔을까

6.

단풍이 질때

화려한 아름다움에 눈이 멀어

그 아름다움이 떠나는 징조임을 알지 못하였듯이

텅빈 나뭇가지가

봄에 다시 잎을 피우는 징조임을 알지 못한다

그렇게

우리의 슬픔이 생겼다

- 「풍경」가을 -

<< 노트 >>

초상집은 영혼의 잔칫집

잔치가 끝나면

사라진 대상에 대한

두려움이 다시 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