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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자
역사는 항상 새롭게 다시 쓰이며,
따라서 모든 역사는 현재의 역사이다.
- 칼 베커 / 역사학자 -
역사는 하나의 단막극,
연결되어 있다
시간의 강을 흘러가며 만들어지는
작은 이야기들
성공한 이야기
실패한 이야기
결국엔 망했거나 사라졌다는 진실
지나고 보면
역사적이라는 이야기
하나하나는
그렇게 중요하지도
의미가 있지도 않다
중요한 것은 그 사건 속,
그 현장에서 모두가 체험했던 일이었다
누구는 성공한 편에서
누구는 반대의 편에서
나머지는 방관자로
벌어지는 혈투들,
서로가 가장 정당하다고 믿는
소신으로 무장한 세력들
두 개의 집단은 서로를 향해
당위성으로 면죄 받은
가혹한 폭력을 행사하며
집단의 이름으로
사람의 의미마저 버린
가혹한 살육을
당연한 즐거움으로 누렸다
순간적으로
번쩍이는
짐승의 눈을 가진 사람들
만족은 배부른 자의 몫
배부른 치타는 속도를 낼 수 없다
아예 뛸 생각조차 없다
살진 돼지 역시 달리기 어렵다
역사 속
배부른 사람들은
당연한 즐거움으로 여겼다
역사의 한 장면, 한 장면을
들추어 보면
때로 분노가
때론 눈물이 쏟아진다
사람의 삶,
어느 시점에서든
시간의 단막극은 진행되고 있으며
우리는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이루어진
분노에 정신을 잃은
악랄한 이야기 속
등장인물,
공모자다
저, 총을 든 사람은 나다
저, 총을 쏜 사람은 나다
저, 총에 맞아 죽어가는 사람은 나다
바로 나 자신이다
누군가
현재 진행 중인 이것,
단막극의 결말을 볼 수 있다면
분노하거나
눈물을 흘릴 것이다
어느 시점에서든
역사의 단막극은 진행되고 있었으며
우리는 모두
그때
그 공간에서 타당한
여유로움에 젖어 있었다
후손들은 틀림없이 물을 것이다
그때
왜 그러셨나요
그때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살아남은 사람 모두가 대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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