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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어머니를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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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풍과 함께 하며 억척스럽게 살아 온 나의 어머니. 그 어머니가 허리가 많이 좋지 않아 얼마 전 수술을 하였다. 농군의 아내로 살기를 50여년. 여태껏 참으시다 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 모양으로 병원에 오게 되었고 수술까지 하게 되었다. 워낙 고령이신지라 수술을 많이 걱정했으나 자신 있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을 신뢰하여 수술을 결정하였다.
내 어머니는 많이도 고집스럽고 억척스럽다. 넉넉한 집안의 딸로 자라 곱디 고왔던 스물두살 처녀는, 가진 것 없는 농군의 아들이지만 올곧은 성품 하나만 보고 좋다 하시는, 부모의 성화에 못 이겨 옆 동네로 시집 와서 배 주리고 땀 흘리며 한 집안을 꾸려온 우리들의 어머니, 그런 어머니와 다를 바 없다. 아들 여섯 둠을 업보로 여겨 삶의 무게로 받아들이고 키워 내셨다. 언제인지도 모르게 아파 왔던 허리를 감추고 계시다가 아픔을 토로하셨을 때 내 아버지와 자식들은 수술을 청하였으나 끝내 거절하였고 고통의 시간들을 고스란히 안고 살다 인내의 한계를 당신이 느낀 것이다. 어느 날 내가 사는 근처의 병원을 물음 하였고
"거기가 용하단다. 아범 옆에서 수술하고 싶구나."
하면서 전화를 주셨다. 의사와 상담을 하였고, 칠순을 넘기셨으니 완치는 어려울 것 같지만 통증은 많이 완화되실 거라는 선생님 말에 결행하게 된 것이다.
막내 쓰러져 병원 신세를 지고 있을 때 며느리를 밀어내고 자식 병간호 자청하셨던 노모이다. 다시는 병원에 오지 말자고 나를 퇴원시키며 하던 말이 기억나 고개가 숙여진다. 그나마 많이 호전되어 지금의 생활을 누릴 수 있음이 당신의 밤잠을 잊으신 간병 때문임을 안다. 의식을 잃었다가 첫 눈뜸을 했을 때 마비된 팔 다리를 주무르고 있었다. 언제 깨어날지 모르는 자식을......
어렴풋이 비쳐진 어머니의 눈물어린 모습. 평생 잊을 수 없음이다. 용기 주며 위로하던 어머니, 몸에 좋다는 건 무엇이든 구해서 병원 직원 눈치보며 달이고 구워서 먹여주었다. 당신보다 무거운 몸을 한 아들자식 뒤처리며, 또 다른 걸음마를 시작 할 때는 첫 돌 지나 연습하던 걸음마 때 보다 더욱 기뻐하며 꼬옥 안아주던 그 따뜻한 품이 생각난다.
그런 어머니께서 이제 병원 침대에 누워 계신다. 수술을 마치고 성공적인 수술이라는 의사 선생님의 말과 함께 마취에서 깨어나며 고통 지으시던 어머니의 곁에서 고통을 함께 할 수 없음을, 아무것도 해 드릴 수 없음을 느끼며 손만 꼭 잡아드렸다. 긴 고통의 세월을 모두 잊고 고통 없는 삶을 살길 바라며 눈시울을 적셨다.
4주 정도의 병원 생활이 시작되었고 형제들은 간병인을 두기를 청하였으나 당신께서는 끝내 거절하고 막내의 간병을 요구하였다.
"아범 아플 때 내가 수발 들었으니 이제 막내 간병을 받고 싶다."
시며......
해드리고 싶었다. 서투르고 힘은 들겠지만 할 수 있겠다 싶었다. 형들의 권고를 뿌리치고 간호는 시작되었다. 남들보다 두 배의 정성을 기울이면 다른 이들이 하는 것만큼은 되겠다 싶은 마음이었다. 그 동안 엄마 품이 그리웠던 나이든 막내에게는 너무도 고맙고 엄청난 행복의 시간이었다. 내가 어머니를 위해 뭔가를 해 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즐거움인지......
이런 와중에도 어머니의 배려는 계속된다. 허리 수술을 하였으니 일주일간은 대소변 수발을 해 주어야 하는데도 자식에게 추한 모습 보이기 싫다시며, 당신 스스로 음식 조절하시고 겨우 소변 통만 채워 내었다. 많이 드셔야 회복이 빠르다는 의사 선생님의 충고도 아랑곳 않으고 거동을 할 수 있게 된 날 스스로 화장실에 갔다. 어머니는 그런 분이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어머니를 떠올리면 다른 상념들도 있지만 '절약'과 '인내'라는 단어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오로지 일밖에 모르는 아버지를 도와 힘든 일 하며, 항상 하는 말이 아껴야 된다며 절약정신이 모자란 자식들에게 자주 하던 말을 떠올리면 당신의 노고와 정신에 숙연해지기까지 한다. 성냥개비 하나 아끼기 위해, 큰 채 아궁이에서 작은 채 아궁이까지 솔잎에 붙여 사용하는 것이 생활화되어, 비 오고 바람 부는 날에는 몇 번이고 반복해서 마당을 지나 다녔다며 그래서 이 정도라도 살수 있게 되었노라고. 인고의 세월을 더듬어 보곤 하였다. 여섯 며느리들 모두 절약, 저축에 대해서는 존경의 뜻을 표함을 서슴지 않는다.
아버지의 칠순 잔치 때 불효로 눈물지을 때 조용히 손잡으시고 강해야 한다며 잡은 손에 힘주던 거친 손길이 지금도 따스하게 남아있다. 그 손길을 떠올릴 때면 논두렁의 쑥이며 냉이의 향기를 느끼곤 한다.
어머니! 사랑합니다. 미안합니다. 열심히 살게요.
이 막내 걱정하지 마소서. 어머니의 가르침 받들어 억척스럽게 땀흘리며 살겠습니다,
어머니. 부디 만수 무강 하옵소서.
날마다 어머니를 생각합니다.[2002.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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