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생각하는 힘을 갖게 해 주어 고마운 마음으로 받고 있는 글이 있다. 매일 아침 인터넷의 메일로 보내져 오는 아침 편지가 그것이다. 오늘은 틱낫한의 '마음에는 평화 얼굴엔 미소'라는 책을 소개하는 글이 왔다.

한 여인이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시장의 한 가게가 새롭게 문을 열었다. 그 가게의 주인은 바로 신(神)이었다. 무엇을 파느냐고 묻자 신은
"당신의 가슴이 원하는 것은 모두 팝니다"
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여인은
"내 마음의 평화와 사랑과 행복과 지혜, 그리고 두려움으로부터의 자유를 주세요."
신은 웃으며
"손님은 가게를 잘못 찾아 오셨군요. 부인, 이곳은 열매를 팔지 않습니다. 오직 씨앗만을 팔지요."
짧은 글이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우리네 인간들은 어떠한가?
항상 열매만을 얻으려 한다. 이것은 어리석은 고정관념이리라.

얼마 전 접하였던 '지각대장 존(존 버닝햄 글, 그림 비룡소 펴냄)'에서도 어른들의 무서운 고정 관념을 느낄 수 있어 두 생각을 관계적 사고를 통해 합쳐본다. 인생을 살면서 이것은 이러해야하고 저것은 저러해야만 한다는 정해 놓은 관념들이 나무의 옹이처럼 깊이 박혀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어리석게도, 어른들은 이런 고정관념을 아이들에게 주입하려 한다.
이 얼마나 무섭고도 어리석은 생각인가?

이 책에서 주인공 존은 예상치 않은 사건 때문에 날마다 학교에 지각을 한다. 갑자기 하수구에서 악어가 불쑥 나와서 가방을 물어서 그러하고, 다음날은 덤불 속에서 사자가 나와 바지를 물어뜯어 지각을 한다.다음날에도 어김없이 사건은 벌어져, 다리를 건너는데 갑자기 커다란 파도가 밀려와 존을 덮쳐 또 지각을 한다. 지각한 존은 선생님께 사실을 말하지만 변명이라며 받아들여지지 않고 벌을 받는다. 선생님의 관념으로는 하수구에선 악어가 나올 수 없으며, 더구나 도심의 덤불에서 사자가 나타날 수 없다. 또 강에서 파도가 밀려 올 수는 더더욱 없다고 생각한다. 여기에서 작가는 어른들의 무서운 고정 관념을 꼬집는다. 존에게 아무 일도 없던 날, 털복숭이 고릴라를 등장시켜 선생님을 천장에 매달리게 함으로써 어른들의 대변인격인 선생님에게 분노를 표하며 아이들에게 통쾌함과 시원함을 준다.

이 책은 '마쯔이 다다시"가 제시한 좋은 그림책의 조건인 '아이의 입장에서 그린 책, 생명의 움직임, 탁월한 세부 묘사 그리고 그림이 이야기를 풍부하게 가지고 있는 것'을 두루 갖추고 있어 초등학교에 입학할 유치원생들이나 저학년 어린이들에게 읽히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아직은 동화 읽기가 서툰 아이들에게 책 읽는 재미와 그림 동화를 읽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흥미를 마음껏 누릴 수 있으리란 생각이다. 그리고 동심을 생각하는 어른들에게도 꼭 권하고 싶다.

'존 패트릭노먼 맥헤너시'군을 통해서 덩치 큰 어른으로만 군림하려 했던 우리의 모습들을 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되기를 작게 소망한다. 아직은 보살핌이 필요한 씨앗 같은 아이들이기에 그들의 상상과 마음들을 이해하여 하늘같은 아이들로 자라게 도와 주어야 함이 우리 어른들의 몫이라 생각한다. 그리하여 탐스러운 열매를 기다려야 하리라.

이러한 생각으로 좁은 공간을  이리저리 오가는 어항 속 물고기를 바라본다. 그들은 오로지 인간의 보살핌만을 바란다. 먹이를 주면 퍼덕거리며 반기고 어항주위를 서성일 때마다 주둥이를 내밀며 관심을 유도한다. 문득 그들이 처량해 보인다. 자연 속에서 자생력을 지닌 먹이 사슬의 한 축으로 살아가지 못하는 아쉬움이 마음을 무겁게 한다. 그들에게 자유를 주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서둘러 뜰 채와 그릇을 가져왔다.......

과연 저네들이 인간의 손길을 벗어나 혼자 힘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머뭇거림이 왔다. 어릴 적부터 여기에 갇혀 여러 해를 인간의 보살핌으로 살아온 저들은 자력으로 그 존재를 유지할 수 없으리라. 생각이 여기에 이르러 방생을 포기하였다. 아직도 어리석다.

무한한 가능성의 존재인 아이들의 삶은 어떠해야 하는가?
나에게 던져본다, 이 화두를. 명쾌한 답을 얻기 위해 아이들에게 묻고 배우려고 노력하는 요즘이다. 여러 겹 때묻은 삶으로 덮여있는 모습들을 내 아이들에게 강요하며 살아온 듯하여 그동안의 생활을 반성하려한다.

네 살짜리 아이에게도 나름의 세계와 사회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다스림과 군림의 자세를 하고서 어른의 관습과 생각들을 주입하려 하였다. 이 어리석음을 자제하는 것이 앞으로의 그들의 삶에 자생력을 불어 넣어주는 것이라는 자각을 해본다. 갓 피어나는 밝음과 신선한 생각들을 공유하려 하지 못하고 내 기준으로 누르고 평가한듯하다. 그동안의 우울한 몸짓과 그림자 드리운 언행들, 이러한 것들이 그릇된 것임을 깨우치게 되었다.

이 시간 신선하고 푸릇푸릇한 동심을 얻어 가짐으로써 나를 돌아보게 하는 힘까지도 얻어 감을 느낀다. 그러니 내 아이들이 나의 스승이요 은혜의 의미이다. 생각 바꾸기가 일궈낸 행복이다. 내려다보는 자세에서 벗어나 길벗으로서 아이들을 대하니 아래위가 아닌 수평적 관계가 되어있다. 쓸모없는 권위의식을 버리고 나니 내가 작아져 그들과 눈높이가 맞추어졌다. 그들은 나에게 있어 햇빛이다. 생명이 있는 모든 것들이 햇살의 도움으로 자람이 있듯이 모자란 아버지의 생각을 자라게 하였다. 햇빛이 나무와 꽃들의 거름이 되듯이 지혜롭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을 나에게 주었다.

휘파람새가 울면 다른 새들은 조용히 그 소리를 들어준다고 한다. 하여, 옛 선인들의 지혜를 빌어 회초리를 보자기에 싸서 장롱 깊숙이 넣어둠을 실천한다. 그리하여 매로 다스릴 일이 있어도 세 번 생각하는 너그러움을 가지려 한다. 아이들을 야단하기 전에 먼저 자신을 다스려야 함을 배운다. 시야를 넓혀 내 아이의 말에 귀 기울이려 조용히 기다린다. 이 기다림은 행복이며 즐거움이 된다.

반영적 경청자가 되려는 나의 기다림은 자기중심적이고 권위적이었던 옛 버릇을 점점 사라지게 한다. 그리하여 그 기쁨은 커져 가는 상현달 같다. 자연과 벗하려 노력하고 사랑을 깨우치려 하니 내가 바뀐다. 내가 바뀌니 아이들은 활기차고 밝아졌다. 그들의 삶에 자신감이 생겨난듯 하다. 의지들이 새롭다.

나 또한 삶을 모나지 않고 둥글게 살아갈 힘을 얻었다. 이제는 덩치 큰 어른으로 살아가기보다 조그만 몸짓으로 그들 속에 존재함을 기뻐할 것이다. 풍성한 가슴을 지닌 어른이 되어 즐거운 삶을 공유하는 활기찬 인생을 살아가려 한다. 그리하여 아이들에게 존경이 포함되어있는 사랑을 받고 싶다는 생각까지도 하여 본다. 아이들을 키우며 살아가는 이 시대의 한 아버지의 생각 바꾸기는 이렇게 완성되어간다. 삶이 주는 고마움이다.

어깨 넓은 버팀목이 되어주는 아버지도 좋겠지만 자생력을 지닌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가지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아빠가 되려 한다. 이 변화된 생각을 스스로 뿌듯해 하며 자부심까지 느낀다. 그리하여 한층 맑고 푸른 하늘을 받아들이며 긴 숨고르기에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