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일을 하고자 할 때는 작은 일들은 버려야 한다고 하였던가?    지금의 나에게 있어서 가장 소중한 일을 하기 위해 잠시 모든 것을 접어두고 길 떠남을 계획하였다. 그러니까 6개월 여 전 우연히 찾아든 사이버상의 글 나눔터에서 아픔을 이야기하며 글벗들과 사랑을 나누어 왔었다.오로지 글로서 쌓아오던 애정을 비로소 얼굴을 마주 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동학사로의 길 떠남은 설레임이 남다르다.막연한 그리움도 해결되어 질 것이고 이 계절을 어쩌지 못해 당황하던 나에게 가을 느낌까지도 느끼게 하여줄 나들이로 받아들인다.

지난 봄 연초록이 한창이던 그 즈음 배움터의 행사로 인해 멀리 안성으로 길을 떠난적이 있었다. 장애의 아픔을 겪고서 처음으로 나서는 길이었기에 두려움과 걱정이 대단하였다. 그러나 용기를 내어 길을 떠났고 그기에서 얻었던 자신감이 이 길 떠남에도 기운을 불어 넣었음을 생각한다.그때의 낯선 사람들과의 만남이 내 삶에 많은 힘이 되었음을 느꼈었다. 그 느낌들을 다시 생각하는 마음이 된다.

황금 들녘의 향기를 마시며, 쉬고 달리기를 계속하여 동학사에 도착하니 거기에는 익어 가는 산이 있었다. 반겨주는 가을 산의 느낌은 이제 막 세수하고 곱게 몸단장한 새색시의 자태를 하고서 다가온다. 떨어지는 단풍의 아픔을 느끼기엔 아직은 이르기에 안도의 숨을 내어본다. 인간이 너무 행복하면 그것이 불행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을 강하게 부정하며 이 여행을 즐긴다.

그렇게 산이 주는 아름다움을 만끽하며 거니는데 고운 미소와 반가운 얼굴들을 하고서 하나 둘 느긋이 자리잡는다. 약간의 시간이 흘러 자리 매김이 끝났을 때, 동학사 초입의 일행이 머물 산장은 비로소 글벗들과의 정담과 훈훈함으로 한여름이 된다. 막연한 그리움을 앞세운 만남이기에 마주하는 두 눈은 그 동안의 그리움을 주워 담으려함이 역력하다.

동학사에 오는 내내 생각하였다. 내가 이 먼 길을 마다 않고 달려가는 이유가 무엇일까 하고...... .
그냥 나의 넉넉한 미소를 보여주고서 되돌아오는 그들의 순수와 사랑느낌을 가슴에 담아오면 되겠지 하는 가벼운 마음을 가져보았다.

긴 밤을 문학에 대해 논하고 일상에 대한 편린들의 의미를 나누며 하얗게 밤을 지새우고, 잠깐의 휴식 후 맞이한 아침기운은 그리하여 더욱 새롭게 다가온다. 한껏 펼쳐진 이른 아침 산사의 풍경은 말 그대로 이름 모를 화가의 한 폭의 산수화다. 서기 어린 아침 산길은 산새소리마저 신비롭다.

언제인가부터 동행하여 걷고 있는 벗은 그리하여 더욱 정겹다.잠시후 준비된 늦은 아침상은 그리하여 더욱 맛깔스럽다. 푸르디 푸른 가을아래 은사시나무는 미세한 바람에도 그 떨림을 하고 계곡의 맑은 물에서 노니는 저 물고기는 또한 얼마나 자유로운가.

짧은 시간 긴 여운을 남기며 이렇게 만남은 끝이 나고 헤어져야 했지만 나의 가슴에는 사랑이 숨겨지고 다음 만남을 약속하며 그렇게 또 긴 기다림에 들어간다. 못내 아쉬운 몇몇은 만남의 시간을 연장하려 애쓴다. 어려운 만남이기에, 글로서 나눈 사랑 가슴으로 옮겨 나누기를 더 하고서야 겨우 잡은 손을 놓아준다.

문우들과 헤어지고 난 후 또 다른 만남을 준비하는 분주한 마음이 된다.
그 동안 인터넷상으로 중도 장애의 아픔을 나누던 또 다른 벗과의 만남이다. 동학사에 나들이한 사실을 알리면서도 내심 만나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가졌었다. 이심전심인가? 다음 날 반가운 소식이 날아들었다. 춘천에 살고 있는 그 글벗은 다행스럽게도 만남을 제의한다. 이미 마음 속에 준비되어 있던 만남이라 승낙의 뜻을 밝혔고, 그리하여 수원에 살고 있는 또 다른 글벗과의 만남까지 약속하며 수원에서의 회합을 결정하였다.

대전에서 수원으로 올라가는 나의 설레임과 춘천에서 수원으로 내려오는 벗의 아련함, 그리고 수원에서 기다리는 간절함. 이 세 마음이 무엇이 다르겠는가? 모두가 참지 못할 그리움과 보고픔의 생각들이 있었을 것이다. 생각이 여기에 이르니 이 만남이 더욱 조바심이 인다. 모두 모여든 저녁나절, 근처의 문우들 몇도 같이하여 반겨 준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지만 낯설음도 어색함도 없다. 글로서 나눈 정이 깊었던 까닭이리라.
짧은 시간에 긴 이야기로 문명의 이기가 안겨 준 만남을 만끽하며 늦은 밤까지 서로를 나눈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차안에서는 진한 사랑과 벌써부터 시작된 그리움이 잔잔하게 같이한다. 이 만남은 계속 이어지리라는 생각을 하며 돌아와 앉은 이 시간은 뭔지 모를 충만함으로 가득하다. 그리하여 삶을 살아갈 힘이 됨을 감사하는 마음이 된다. 이제 새로운 중요한 일에 매진해야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