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또 바뀌었으니 3년이란 세월이 흘렀나보다. 시원스레 내리는 빗소리와 함께하며 한때 잠깐이나마 마음을 나누었던 이들의 근황이 궁금해지며 잊지는 말아야지 하는 마음이 된다. 다시 가슴에 각인해 두려는 노력으로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그때 나누었던 정이 새록새록 살아나며 그리움이 밀려온다. 내 앞에 찾아든 시련과 아픔을 극복하고 재도약을 위한 배움의 길로 들어서게 되면서 얻어 가진 오랜만의 나들이었기에 두려움과 설렘이 함께 했다. 그들은 나에게 준 사랑을 잊었을까......
그 날을 떠올리니 금새 얼굴 가득 미소가 떠오르며 보고픔과 함께 다시 어울려 보고싶어 그들을 불러본다. 당시의 느낌을 적어 놓은 글을 펼쳤다.

결국은 내 자리로 돌아 올 여행인데 길 떠날 때는 마음이 울렁인다. 오랜만의 길 떠남이라 그런가. 지난밤엔 깊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배움터에서의 work-shop을 위해 안성에 있는 너리굴 문화 마을로 간다. 가는 발걸음은 기대감으로 활기차다. 오래 전 업무 차 몇 차례 방문의 흔적이 있는 안성, 도착하여 바라본 그 곳은 많이도 변해 있었다. 십 년이 훌쩍 지나 버린 세월이라 추억을 찾기란 어려울 것 같다. 더듬거리는 순간 버스는 어느새 연초록의 산길을 접어들어 연신 기우뚱거린다. 옆자리의 벗은, 스치는 초록과 피어오르는 향기에 연신 탄성이다. 그렇게 달리기를 십 여리, 한 무더기의 건물들이 군락을 이룬 곳에 이른다. 깊은 산골 이런 곳에는 난쟁이들이 살고 있을까? 그 생각도 잠시 가까이에 인간의 냄새가 묻어 난다. 길가에는 이름이 생소한 꽃들이 즐비하고 곳곳에 서 있는 비슷한 모양의 건물들은 소조공방을 끝으로 여러 가지 문화 활동을 체험할 수 있게 꾸며져 있다. 특이나 고마운 것은 자연과의 어울림이 특별나다는 것이다. 흙을 밟을 수 있게도 하여 놓아 좋고 아름드리 나무들도 주위의 풍광과 어울림을 더한다. 다람쥐 두어 마리쯤과 너구리 한 마리 정도는 어울려 놈직한데 끝내 보이지 않는다. 차량 통제를 멀 찌기 해 놓아 걷는 즐거움을 주는 것 또한 주인장의 배려인 듯 느껴져 고마웠다. 이런 상념들로 느긋해진 마음을 하고서 도착하니 강당에는 특강에 열중인 벗들이 한 눈에 들어 왔다. 늦은 도착이었나 보다. '가슴이 따뜻한 아이로 키우자'는 특강에서는 생각하는 방법을 기르는 최선의 방법은 독서이다 라는 결론을 제시하며 끝내신다. 곧이어 대형 스크린에 태극전사들의 모습과 온통 붉은 빛을 한 붉은 악마 응원단이 화면 가득 나타난다. 점점 고조되어 가는 국민적 열광의 월드컵 경기 8강 전이 시작 된 것이다. 교육 일정이 변경되었을 것이다. 아무도 이 뜨거운 열망을 거스를 수는 없기에......
승리로 끝난 경기는 한마디로 각본 없는 드라마였고 애국심이 불타오르는 순간이다. 축구 사랑보다는 애국심의 표현이다. 흥분이 채 가시기도 전에 우리는 본연의 임무를 위해 마음을 추슬러야 했다. 이어 실시된 s/t 훈련이라고 이름지어진 감성 훈련은 언젠가 어떤 단체에서 체험한 심성 수련과 많이 닮아 있었다. 당시에도 많은 수양과 마음의 벽을 허무는 것에 도움이 되었었다. 마음을 열고 내 속에 머물고 있는 모난 생각과 어지러움들을 모든 이들에게 이야기함으로서 정화되어 가는 과정을 체험하기 위한 훈련이라 생각한다. 벗들의 솔직함과 정열에 사뭇 놀라움까지 느꼈다.

나란 누구인가?
교육과정에서 던져진 화두이다. 마흔 해를 넘기고 있는 부끄러운 삶은 뒤로하고 앞으로의 삶의 계획이라......
난 어떤 형태로든 책들과 많은 시간 함께 할 것이고 글 쓰기를 통해 사고하며 살 것이다. 늙어서 생을 다할 때까지 이 계획은 지켜 질 것이다. 미약한 글 솜씨가 점점 나아져 스스로 조금의 만족감이 느껴질 때 쉰이 될지 예순이 될 지는 모르지만 한 권의 책을 내고 싶다. 수필집이 될지 시집이 될지 많이도 막막하지만 쉽게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은 숨기고 싶은 글 쓰기의 모양들이지만 쉬임 없이 노력하여 내 땀을 삶을 담을 것이다. 훗날 많은 이가 찾지 않아도 좋다. 다만 내 삶에 고개 끄덕거리면 족하다. 그가 차 한잔과 함께 내 책을 펼치는 것을 기쁘게 기다릴 것이다. 많이 힘들고 어려운 일인 줄 안다. 오늘도 내일도 습작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다. 또 하나 늙어서는 백발을 숨기지 않고 동네 아이들 몇 둘러 앉혀서 책 읽기를 글 쓰기를 함께 하며 봉사의 시간으로 삶을 마감하리라 지금 시작한 이 여행이 쉬이 끝나지를 바라지 않는다. 나름의 행선지에 다다르기 전에는. 그러기에 이 모습을 하고서 꽤 먼길을 가야 할 것이다.

이러한 각오와 다짐으로 짧았던 이틀간의 여정은 끝나고 돌아오는 차안에서는 많이도 지쳐 있었다. 그러나 벗들이 손에 쥐어준 사랑의 조각들을 펼치며 감사의 속쓰림은 시작된다.

*웃으시는 모습이 정말 아름답습니다. 불편하신 모습이 마음이 아픕니다. 하지만 굳건한 희망이 행복해 보입니다. 열심히 하는 모습... 부인이 행복하실 것 같아요. 자신감(?)이 더욱 생기신다면. 훗날 책을 내실 때, 제가 많이많이 읽어볼 것 같네요. 행복하세요. 참, 모든 사람들이 장애를 가지신 분들을 이상하게 보진 않습니다. 사랑합니다.
*울보 님을 알게 되어서 저는 또 '새로운 삶'을 거저 얻어 갑니다. 감사 드려요.
*행복해 보이시는 거 아세요! 그리고 꼭 꿈을 이룰 수 있어 보이시는 것도요. 울보 님께 박수를 보내는 여러분들이 있을 거예요. 좋은 글 쓰세요.
*얼굴만 봐도. 울 것 같은 표정이지만 선한 웃음이 보기 좋았고 훌륭한 글 솜씨 제가 도움을 받고 싶습니다. 언제 시 낭송 대회에 출전하시죠?
*제 별명도 울보였어요. 지금도 가슴 아파 울고, 기도하며 울고 그래요. 힘내세요. 위로 받기보다는 위로를 하시며 사세요. 본인의 어려움을 이겨내시고. 좋은 책 기다립니다.
*정확한 나이는 모르겠지만, 울보 님의 얼굴은 마치 순박한 소년 같아요. 장애란, 겪어보지 않았어도 얼마나 힘드셨을까요. 그렇지만 외모가 온전한 사람도 성격의 장애가 무척 많음을 느낍니다. 그만큼 성숙된 사람을 만들어준 시간이 소중한 시간이 아니었냐고 물으면 실례일까요? 좋은 글 쓰십시오.
*아직도 감성이 메마르지 않은 이 시대의 드문 로맨티스트님!
건강하시고 바라시는 일 꼭 이루세요.
*님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네요. 많이 반성하고 돌아갑니다. 많이 우시고 많이 사랑하시며 사세요.
*자꾸만 작아지신다는 말씀에 저도 속이 너무너무 많이 상했답니다. 착하고, 순수하신, 그리고 정말 웃는 모습이 짱!! 인 울보님. 이젠 그 웃음을 보여주는 일이 선생님 생활에 가득하시길... 많은 걸 배우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영혼의 맑은 좋은 글 기대할게요.
*울보님! 얼굴에서 선하고, 인자하심이 느껴집니다. 울보님의 감성이라면 충분히 좋은 글이 나오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건강하세요. 정말로 진심으로 건강하세요. 그리고 행복하세요. 울보 님과의 만남에서 제 가슴이 따뜻해지는걸 느꼈습니다.
*용기와 의지에 박수를 보냅니다. 여기에 계신 어느 분보다도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끝까지 파이팅!!!
*울보님 사랑해요. 그러나 어느 날 당신의 닉네임이 '웃음보' 로 바뀌이길 기대해 봅니다.
파이팅!
*남자 분이 있을까 궁금했었어요. 열심히 하시길... 또 시를 쓰고 싶으시면 연락주세요.
남편이 '우이동 시인들' 동인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혹시 도움이 될지도...
*마음 약한 남자. 정에 약한 남자. 눈물이 많은 남자. 그래서 아름다운 당신입니다.
*어려운 일을 겪으신지 의심이 됩니다. 무척 밝고 건강해 보입니다. 파이팅.
*인상이 슬퍼 보여요. 자주 웃으세요. 행복하세요!
*건강의 회복이 있었으면.
*희망하시는 꿈 꼭 이루시길 기원합니다.
*아픈 만큼 성숙해 진다는 것은 진리입니다. 우리는 모두 성숙을 원해요. 그러나 영원히 슬 픈 것은 아니고, 영원히 기쁜 것도 아니에요. 당신은 새로운 인생을 창조하고 계신거에요.
사랑해요.
*지난주에 '아주 특별한 우리 형' 이란 책으로 수업을 했어요. 요즘은 잘 못하는 애들을 '애자'라고 놀리죠. 장애자의 준말인데 참 가슴아픈 일입니다. 울보 님 머리 위 수술자국 눈에 익어요. 우리 아빠도 두군데 같은 수술 자국이 있고 울보 님과는 반대로 오른쪽이 불편하답니다. 또 동생은 어린 나이부터 관절염을 앓아서 음료수 병 뚜껑도 못 열어요. 물론 둘 다 처음엔 정상인이었어요. 살면서 주위가 아니라 나에게 닥칠 수 있는 일이라는 걸 전 알아요. 직접 겪었으니까요. 수업시간에 애들에게 말합니다.
"편견을 버리라! 나도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갖자!"
서울 강북 어느 구석에서 장애인에 대한 시각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쌍둥이 엄마가 있다는 사실이 힘이 되시길 바래요 울보님!...

아! 벗들은 어떤 심성을 지녔기에 이토록 한 인간을 따뜻함으로 충만 되게 만드는가?  결국 울보의 본성을 터트리게 만드는 벗들을 평생 잊을 수 없으리라.

혼자라는 느낌
느리다는 고뇌
부끄러운 결심
이 모든 것을 나의 삶임을 일깨워 주는 벗들을 감사히 눈물겹도록 감사히 받아들인다.
글 쓰기를 계속하여 언젠가 한 권의 책을 내고 싶다는 약속, 그 다짐 약해 질 때마다 이 글을 꺼내 마주하리라. 지금 힘들고 괴롭더라도 내일을 기대 할 것이라고 다짐하며 고단함을 달랜다. 내 삶의 값어치를 다시금 생각하게 해 준 이번 여행은 오래도록 기억될 것 같다. 하루가 지났다. 아련한 그리움이 시작된다. 그리움을 노래하여본다.

많이 아프려나 봅니다
느리게 사는 사람에게는
멀고 힘든 여정이었나 봅니다

오랜만의 여행
벗들은 즐겁습니다

시간이 가는 줄 몰랐습니다
동트는 새벽은 비까지 내렸습니다

지쳐 가는 몸은 생각지도 않고
너무 힘을 가하였나 봅니다

두려움은 진작에 없습니다
고맙게 아파 할 것입니다

이 아픔은 사랑이 담겨 있습니다
정겨움이 묻어 있습니다
달콤하기까지 한 고통입니다

몇 날 동안
이 달콤함을 즐겨야 합니까

조금은 두렵기도 하기에
일어나
일상 속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벗들이여
얼마나 그리울까
사무침이 깊어지면 무엇으로 달랠까

흐느낌이 오기 전에
달려가야지

문득 생각이 납니다

벗들이 남겨 주신
쪽지 함으로 마음이 갑니다

하나
하나
님들의 모습과 일치시키며
감사의 울먹거림은 시작됩니다

헤어짐의 순간엔
울보의 본성이 터질까봐

많이도
어금니를 깨물어야만 했습니다

아!
아픔이 가실려나 봅니다

기쁨이
현실이 되었습니다

짧은 만남 긴 여운
벗들을 진정 사랑합니다


추억속에서 늘 함께하는 벗들을 다시 만나고 그들의 사랑을 다시금 떠올리니 이내 코끝이 찡해 온다. 우리네 삶에서 어려움이 닥치면 순간 방향을 잃고 상실감에 빠져들기도 한다. 삶이란 견딜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럽더라도 이겨내어야 하는데도 말이다. 내가 걷는 길에는 많은 이들의 흔적이 함께 하고 있으며 또한 배경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였던 나날이었다. 그들의 훈정과 사랑을 다시 대하며 나약해진 마음을 다잡아 본다. 다시 일어나 길을 걸어가야 할 것이다. 이 비가 그치면 나의 내일은 맑고 쾌청 할 것이다. 아름다운 세상 아름다운 이야기는 먼 곳에 있지 않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