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상에 올려져 있는 글을 읽다가 울컥 차오르는 감정의 울림으로 눈물이 핑 돈다. 이내 폭발하여 이상한 소리와 함께 울음을 터트린다. 며칠전 인터넷 카페에서 고향 친구와 가을에 있을 모임에 대해 이야기 나누다 참석하기 어렵다고 판단되자 이내 그리움이 몰려들어 뜨거움이 머리 위로 올라와 두 줄기 눈물이 맺힌다. 왜 이렇게 눈물이 많을까…….
살아가면서 울고 싶어도 울지 못할 때가 있었다. 내 눈물로 인해 더 슬퍼지는 사람이 있을까 봐 두려움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의 눈물을 보고 그 사람이 무너질까 봐, 그가 무너지면 내가 주저앉을까 봐 목구멍 깊숙이 눈물을 삼키며 속으로 뜨겁게 운 기억이 난다.

눈물은 내 삶의 동반자이다.
지내온 내 삶이 눈물바람이 일게 하였고 천성적으로 눈물이 많아 눈물이라는 단어는 친밀감을 느끼며 살아왔던 삶이다. 궁금증이 일었다. 그래서 사전을 펼쳤다.
"사람이나 짐승의 눈을 맑은 상태로 젖어 있게 하거나 사람이 슬픔이나 감격을 느끼거나 할 때 많아져서 눈 밖으로 흘러나오는 맑은 액체 상태의 물질. 눈물샘에서 늘 조금씩 나와 먼지나 이물질을 없애는 구실도 함."
눈물에 대한 사전적 의미이다. 아! 이런 의미가 있구나 생각하니 그렇게 싫은 느낌은 아니다. 어릴 때부터 눈물이 많아 별명이 울보였었고, 불혹을 넘긴 지금도 울보임을 감추고 싶은 마음은 없다. 우리 세대의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남자답기를, 강하기를 은근히 강요당하며 살아 온 인생들임에도 말이다. 눈물이 적다고 강한 사람이며 많다고 약한 사람은 아니지 않은가?

남자의 눈물. 평생에 세 번이면 족하다는 옛말은 영원한 진리인가. 남자들이 점점 여성스러워 진다는 비난을 감수하고라도 눈물과 연결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 않을까?  눈물이 많다 하여 모든 일에 약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감정의 결과로 눈 밖으로 흘러나오는 맑은 물방울이 눈물이라면 지극히 자연스러운 표현임이 틀림없다.

지난 토요일자 신문에 '행복해지고 싶으세요? 그럼 우세요.' 라는 제하의 글이 실렸었다. 관심이 가는 분야라, 차근히 읽어보니 일본의 일간지에서 4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를  토대로 '눈물의 효능'을 소개하고 있었다. 눈물이 '일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부부관계도 좋아진다는 주장'을 하며 한 실례를 소개하고 있었다. 연대 보증을 섰다 친구가 도산 당하면서 많은 빚을 떠안게 된 한 일본인이 분노에 떨면서 감정에 치우쳐 살아가다, 암에 걸려 생이 얼마 남지 않은 주인공이 비디오에 유언을 녹음하는 장면을 보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면서 그동안 가슴속에 담아 두었던 감정이 봇물처럼 터져 나와 마음이 정화되어 그의 삶이 달라졌다는 내용이었다. 또 설문조사 결과 30% 이상이 울고 난 뒤에 몸 상태가 좋아졌거나 기분이 좋아졌다는 내용을 소개하며 전문가의 말을 빌어 "눈물은 참을수록 스트레스는 쌓여가기에 가능한 한 격렬하게 우는 편이 좋다." 며 끝을 맺고 있었다.
 
눈물은 참으면 병이 될 수도 있음이다. 자연스러운 것이 지극히 당연하다. 이유 있는 눈물은 아름답기까지 하며 눈물은 꽃이 되기도 한다. 눈물 속에 모든 의미가 포함되어 있음을 느껴 보지 못했는가. 눈물나는 사랑이야기나 어려움을 극복하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를 듣거나 보고서도 별다른 감응이 없다면 이 얼마나 건조한 삶의 모습인가. 마주보며 공감하고 느끼며 공유할 수 있다면 그 결과로 자연스럽게 안아주기라도 한다면 이 얼마나 사는 즐거움이 더 하겠는가?

눈물이 많은 이들이여!
우리 울고 싶을 때는 억눌려 참지 말고 울면 어떠한가. 찬미하자 눈물을. 그리하여 시원함을, 자유를 느낌이 행복임을 느껴보자. 멋지게 울 수 있는 사람이 더한 웃음을 맞이할 수 있음을 널리 인식시켜 나가는 것이 어떠한가. 따뜻한 가정이, 한층 밝아진 사회가 만들어지지 않겠는가? 강해야 할 때는 흐느낌이 와도 참아야 한다. 울어야 할 때 울 수 있는 이는, 진정 강해야 할 때는 참아낼 수 있음이다. 진정한 강함은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나온다. 자기 자신과 싸워 이긴 사람이 진정한 승리자이다. 진정한 강함은 닫힌 강함이 아니다. 섬세함이다. 내가 흘린 눈물로 인해 상대에게 기분 좋은 선물이 될 수 있다면 울어도 좋으리라. 설령 연기에 의한 것일지언정 사랑스러울 것이다. 여자의 눈물이 아름답다면 뜨거운 남자의 눈물은 실로 그 아름다움이 더 하지 않겠는가?

오래전, 이틀간의 심성 수련에 참가하여 꼬박 눈물과 함께 보낸 기억이 있다. 마음속에 품고 있는 불신과 증오와 미움과 시기를 벗어 던지면서 나도 모르게 긴 울음을 울었었다. 이 과정을 겪으면서 눈물의 진정한 의미를 느꼈었다. 모든 고뇌와 마음속 찌꺼기를 눈물로 씻어내니 남은 것은 정화된 맑은 심성. 울음 속에서 수련을 마친 사람들의 얼굴들은 그야말로 맑고 밝은 모습들이었다. 사랑이 넘쳐나고 누구나 뜨거운 가슴으로 안아주며 위로 해 줄 수 있는 넉넉함이 충만했었다. 난 그 힘이 눈물에 있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이럴진대 어느 누가 눈물을 약한 이의 전유물이라고 말할 수 있음인가.

오늘도 지는 노을을 바라보며 눈시울을 촉촉이 적실 수 있는 애절함이 있고, 새벽녘 웅장한 해 오름의 벅참을 희망의 메시지로 받아들이는 순간 맑음을 떨어뜨리는 감성의 풍부를 지니고 있음을 자랑한다. 이제 아픔과 괴로움에는 울지 않으리라 다짐한다. 슬픔을 이야기하는 이웃이 다가오면 눈물로 안아줄 수 있는 따뜻한 가슴이 있음을. 기쁨에 겨운 벗이 자랑하며 뛰어들면 덩달아 뜨거운 마음이 되어 안아 주리라.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

  진정한 강함은
  닫힌 강함이 아니다
  단순한 강함
  한바탕 강함이 아니다

  진정한 강함은 섬세함이다
  철저한 자기 절제력이다
  안의 깊음으로 불의에 강함이다

  부드러운 강함이고
  열린 강함이고
  복잡성을 품어낸 강함이다

  진정한 강함은 비록 작아도 여려도
  생을 두고 끝까지 정진하는 것이다
  흔들려도 끝까지 걸어가는 것이다
나의 서툰 주장을 보태어 주는 글이다. 실로 시인에게 고마움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