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떴다. 새벽이 열리고 있었다. 여기는 주말에 들른 고향집이다. 작은 아이가 눈을 비비며 일어난다. 서둘러 아이를 데리고 움직임을 재촉했다. 새벽을 느껴야지. 지척이 바다이다. 새벽공기를 가르며 달리기를 잠깐 거제에 들리면 자주 찾곤 하는 해금강 근처의, 탁 터인 바다가 있는곳을 찾았다.

바다의 끝은 없고 하늘의 시작은 없다. 바다가 하늘이 되고 하늘은 바다에그 연결점을 둔다. 삶을 실은 고기배가 여럿 떠 있어 바다가 바다임을 하늘이 하늘임을 느끼게 한다. 그 느낌도 잠시 배 하나가 하늘로 승천(?)한다. 이 느낌은 실로 오묘하다. 고개를 언덕 아래로 떨구니 갯바위에는 고기를 낚으는 태공들이 긴 밤을 지샌 모습으로 기지개를 켠다. 그들은 무엇을 건지기 위해 저토록 극성일까? 오늘은 물때가 좋아 광주리엔 고기의 주검들이 몇이나 될까? 그들 나름의 즐거움이 있을것이다. 탓할 마음은 없다. 아이가 소리친다. 몽돌을 주워 던진다. 마냥 즐거운 표정이다. 자주 들러 내 고향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려 하지만 현실의어려움이 있다. 혼자만의 고심은 아닐 진데...... .
자주 들러야지 다짐한다.

오늘 끝간데 없는 바다를 품에 안고 생각한다. 언젠가 이 곳 거제도를 길게 노래하리라고. 이 풍광 이 느낌 시인이 되어 노래하면 좋으련만......
표현의 한계에 다다를 것이 확실하다. 남의 힘을 빌리면 또 어떠리.
바다와 산자락의 조우...
물새들의 흐느낌...
동백의 흐드러짐...
팔색조의 전설.
모든 것이 어우러져 절경을 이룬 곳. 영원토록 보존되어지기를. 개발의 기운들이 삭으러 들기를 바라는 마음이 된다. 이제 그만 돌아가려 해도 아이는 즐거움을, 갑자기 접한 행복을 끝내려 하지 않는다. 그냥 조금 더 지체해도 좋겠다 싶어 짠 기운을 흠뻑 머금은 해풍을 깊이 마시며 상념에 젖는다. 나 언젠가 고향으로 돌아오리라. 이 곳에서 삶을 마감하리라. 삶에 지치고 마음이 병들어 돌아와 앉으면 고향은 반가이 맞아주려나. 천상병 시인이 떠오른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당신의 마음을 따라 잡을 수 있겠다는 부끄러운 고백을 합니다. 안녕히.
아이와 돌아오는 차안은 충만한 에너지로 가득함을 느낀다.
내 고향
거제도를 사랑하는 마음까지 보태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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