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 선물을 받는다는 것은 무척 즐거운 일이다. 큰아들 녀석이 지난 어버이날 내 손에 건넨 책을 들고서 조그만 숲이 있는 아직까지는 혼자만의 아늑함을 즐기는 곳으로 향했다. 가끔 펼쳐 보며 고개 끄덕거림을 하여 오다가 오늘은 읽기를 다 하여야겠다는 작정을 하였다.

숲은 사람을 푸르게 만든다.

책을 받고서 다음날인가 내용을 조금 음미하다, '인간의 생각'에 대해 많은 느낌을 주는 내용이기에 아이가 고른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워 곁에서 책보는 즐거움에 빠져 있는 아이에게 이 책을 스스로 고른 것인지 슬쩍 물었다. 그렇다며, 아빠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 골랐다고 한다. 아이의 자람에 순간 놀랐다. 누군가 말하지 않았던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 보다 아이들은 빨리 자란다고. 그 말을 실감하였다.

즐겁게 음미하며 읽는다. 조금씩 뿌리는 비 소리는 마음을 그윽하게 해 주어 좋고 솔향기 가득하니 감미롭다. 군데군데 산꽃들이 피어 있는 자연과 함께 하는 책 읽기는 그리하여 즐거움이 더한다.

책은 삶을 푸르게 만든다.

성공한 사람들의 목표가 있는 삶을 이야기하고 있고 실패한 이들의 공상만 있는 삶을 이야기한다. 그래서 인내는 쓰고 그 열매는 달다는 이야기와 함께. 삶에서 곁에 두고 참고하며 살아야 할 내용들이 가득하다. 지치고 힘든 나머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는 거울을 보며 자신에게 질문하라고도 권한다. 모든 해답은 현재 안에 있음을 가르쳐 주면서. 명심보감의 주옥같은 내용들이 씨줄로 되어 있어 그 느낌의 폭은 실로 넓음을 느낀다. 조건이 바뀌지 않고 내 삶이 바뀔 수 없음을 생각한다.

“매화는 사람을 고상하게 만들고 난초는 사람을 그윽하게 만들며 국화는 사람을 소박하게 만들고 연꽃은 사람을 담백하게 만든다. 봄 해당화는 사람을 요염하게 만들고 모란은 사람을 호탕하게 만들며 파초와 대나무는 사람을 운치 있게 만든다. 가을 해당화는 사람을 아름답게 만들고 소나무는 사람을 편안하게 만들며 오동나무는 사람을 맑게 만든다. 또한 버들은 사람을 감동하게 한다.”

이러한 내용을 접하는 순간에는 내가 지닌 향기는 어떤 것이며 어떤 느낌으로 사람들에게 느껴질까 하는 생각이 된다. 누군가에게 솔향기로 편안함을 주게 된다면 좋으련만.  이러한 생각들로 읽기를 마치면서 오래도록 곁에 두어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다.

자연은 인생을 풍요롭게 만든다.

선물은 받을 사람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떠올리는 기쁨이 있기에 오히려 선물을 준비하는 사람이 기쁨이 더한다. 아빠에게 선물하기 위해 서점에서 책을 포장할 때의 잔잔한 흥분이 고스란히 들어 있는 내 아들의 이 선물이야말로 귀하고 소중하다는 느낌이다. 얼마 전 고향 친구가 보내준 아내의 선물과 함께 가슴 깊이 자리 매김 하여 둔다. 받는 즐거움도 좋지만 선물하는 즐거움도 자주 느껴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날이다. 우리네 삶의 길섶에는 행복이 놓여 있지만 발견하지 못하며 사는 것 같다. 조금씩 내리던 비가 돌아오는 길에는 운동을 멈추고 맑게 웃는다.  이 흩뿌리던 여름날의 소나기도, 이 하늘이 존재함도 행복인 것을...... .

하늘을 올려다본다. 비 온 뒤에 행하는 오래된 습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