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즐기는 내가 강을 찾았다. 낙동강에 도착하여 유유히 흐르는 강물을 애정 담은 눈으로 마주보았다.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초록빛 강물은 온갖 불가사의한 무늬를 만들어내며 수정처럼 빛나고 있었다. 햇살을 받은 강은 무수히도 많은 보석을 품고 거울같이 날 받아들인다. 거기엔 둥근 내 얼굴 뒤로 하늘의 푸른빛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강물은 형형색색의 눈으로 그윽하게 바라다볼 뿐인데 참으로 나를 황홀하게 만든다. 강물의 가르침을 배우기 위해 귀 기울여 보려 하였다. 강물이 지닌 질곡의 삶을 이해할 수 있다면 삶에서의 갈증도 해소되리란 생각이 들었다. 저 강물의 깊이만큼 마음자리를 펼치며 사유하여본다. 

오늘도 태양은 어김없이 떠올라 강을 어루만지고 들녘을 깨우고 바다를 일으켰으리라. 매일 반복되는 자연의 조화이며 변함없는 진리이다. 어제까지 아니 이 순간까지 난 하나라도 더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성난 모습을 하고서 걸어 왔다. 이러함은 나만의 모습은 아닐 것이다. 이 자본주의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대다수의 사람이 소유욕을 앞세우며 살아가고 있기에. 이러함이 하루하루 해가 뜨고 지고 강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처럼 지극히 당연하다는 인식을 하고 순응하며 거친 호흡으로 내 것 만들기를 지향하며 소유욕으로 무장한 채 살아왔다. 세상 대부분의 사람은 당연한 건 그냥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지금껏 당연하다고 해 왔으니 자연의 순리인 양 왜 그런지 별다른 사유 없이 묵인한 채 살아가는 것이다.

물론 사람은 생존을 위해 사물을 소유할 수밖에 없는 존재지만 요즘처럼 물욕만을 채우려 한다면 아무것도 갖지 못한 사람은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되어 상실감을 갖게 되고 결국 사회에서 소외된 삶을 살게 되는 상황이 된다. 이렇듯 소유적 실존 양식이 인간을 지배하게 되면 무엇이든 자기 것으로 만들려 하기 때문에 종국에는 인간마저도 사물화시키는 병폐를 가져온다. 이로 말미암아 사회는 인간 소외, 물질 만능, 빈부격차라는 이름으로 갈등을 겪게 되는 것이리라.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정당하지 못한 방법을 동원하기에 이른다. 이는 생동적 삶을 살지 못하고 타자와의 실체적 관계를 맺지 못하는 데 있다. 그리하여 사회 전체가 자신만을 위해 물질을 추구하는 사회로 전환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지식을 추구하는 모습에서도 이러한 현상을 확인할 수 있다. 앎을 추구함에 더 깊이 알아 가는 것보다는 많이 아는 것을 중요시하는 사회이지 않은가. 앎 자체를 목적으로 하여 ‘절대적 진리’를 확인하기 위한 생산적 사고 과정이 아니라 또 다른 소유를 위해 앎을 소유하고자 하고 있다. 그리하여 사회 권력이나 부를 얻으려는 목적으로 지식을 추구하려 하기에 진정한 앎이나 절대적 진리에 다가서지 못하고 그저 실용적 지식으로 마무리를 짓는 우를 범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 교육의 현 상황이 그러하고 교육 주체들인 교사. 학생, 학부모의 지향점이 후자에 머무르고 있음은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러함은 소유 지향적 삶으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음을 의식하지 못하고 이러한 삶 자체가 이 사회에서는 당연하다는 인식 아래서 이루어진 것이기에 그 위험성은 깊고 견고한 것이다. 석가모니, 예수, 공자, 프로이트, 카를 마르크스, 헤브루 예언자들로 대표되는 사상가들이 추구한 앎과 비교해 보면 참으로 부끄러운 현실이다. 현재 우리의 소비문화는 또한 어떠한가. ‘써 버린 것은 빼앗길 염려가 없다.’라는 이중적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소비 방법이 개선돼야 함은 우리의 소비 형태가 또 다른 형태의 소유로 인식되기 때문에 자신의 실체를 확인하는 수동적 소비로 진행되고 있다는데 있다. 여가활동도 그 괘를 같이 한다. 노동을 독려하는 차원이 아니라 노동의 소외를 지속시키고'죽은 활동'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깊이 사유해야 할 부분인 듯하다.

그렇다고 실현 여부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결론 내려진 마르크스주의를 다시 발현하여 사회주의를 활성화하자는 것은 더욱 아니다. 인간의 노력에 따라 이러한 소유적 실존 양식은 현 체제에서도 극복 가능한 것임을 깨우쳐 새로운 인간형을 정립해 보자는 것이다. 우리 시대 고통을 의식하고 그 고통의 원인을 인식하여 그 고통이 당연한 것이 아닌 극복 가능한 것임을 깨우쳐야 하리라. 그리하여 새로운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는 아픔을 치러야 할 것이다. 여기서 새로운 인간이란 존재적 실존 양식으로 탈바꿈한 인간형을 말함이다. 지극히 이론적이고 실현 불가능하다며 반박할 수 있겠지만 이는 비겁한 행위일 수도 있다. 자신의 기득권을 포기 못 하는 아집이며 이기가 내면 깊숙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라 한다면 무리한 주장일까. 쉽진 않겠지만 자신이 생존해 가는데 필요한 만큼의 소유 외에는 기꺼이 물질을 포기하는 마음을 가지려 노력한다면 과연 불가능하기만 한 것일까 반문해 보고 싶다.

동양 철학서인 ‘대학’에서 역설한 3대 강령 중 하나인 재친민(在親民)을 몸소 실천한 앤드루 카네기, 존 D 록페러, 빌 게이츠, 워렌 버핏 등이 떠오른다. 그들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여 기부 문화를 확립함으로써 박애주의가 활성화되게 하였음을 익히 알고 있다. 그리고 평생 모은 물질을 사회에 환원한 이웃 할머니의 따뜻한 사랑의 메시지와 더불어 소외된 이웃들에게 따뜻한 봉사를 행하는 이들의 아름다운 사연들이 신문 지상을 가득 채우는 세상이 될 때 무소유를 주창한 법정 스님의 설파는 이 사회를 지탱하는 사상이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러한 새로운 인간들이 살아갈 수 있도록 그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정치, 경제적 혁신이 사회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러해야만 더욱 많은 새로운 인간의 출현을 촉진하게 될 것이다. 어느 사회나 궁극적 단위는 개인이고 개인을 떠나 사회가 따로 존재할 수 없으며 개인 역시 사회의 일원으로 사회화 과정을 거치면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상호 유기적이기에 사회의 역할이 중요할 것이다. 

얼마 전 산책길에서 만나 그 아름다움을 독차지하려고 뿌리째 뽑아와 베란다 화분에 심겨져 있는 불꽃 같고 물방울 같은 들꽃을 떠올리며 이기로 가득한 소유욕에 반성의 마음을 가진다. 그 자리에 존재하고 있어야만 그의 아름다움이 더욱 빛난다는 것을 망각한 채 내 하나만의 소유를 위해 주위의 모든 관계에서 단절시켜버리는 권리는 누구에게서 부여받은 권리이던가. 그 무엇도 세상의 그 어떤 존재도 그들만의 고귀함이 존재하는데도 말이다. 깊이 반성할 일이다. 내일은 그를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살아가게 제자리에 옮겨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난 마음의 꽃으로 간직해 두고, 많은 이들이 그의 존재를 공유하게 해 줄 것이다. 언제든 그의 존재를 느끼고 싶으면 웃으며 가슴속 창고에서 끌어내면 될 것이고 그도 부족하면 그를 만나러 가면 될 것이기에. 나부터 소유욕을 버리고 존재적 실존 양식으로 성격을 변화시켜 새로운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깊숙이 하여본다. 진정으로 반성할 일이다.

나눔을 통해 선행을 베풀거나 남을 배려하는 삶이 언론에 소개되면 왠지 가슴이 뭉클해지며 마음이 따스함으로 채워지는 것을 볼 때 우리네 가슴속에는 거친 소유욕 외에 그를 제어하고 극복할 수 있는 존재양식의 불씨가 남아 있음을 느낀다. 도도하게 흐르는 강물에서 얻은 교훈을 되새기며 깊은 들숨으로 하늘을 응시하였다. 올려다본 가을 하늘이 참으로 곱고 푸르고 높다. 아름다운 세상은 우리가 만들어 가야한다는 고운 가르침을 선물하고 있는 듯하다. 소유욕을 억제하고 존재적 실존양식으로 삶을 추구하는 새로운 인간들이 많아지는 세상을 꿈꾸어 보며 성큼 다가온 겨울을 떠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