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롱한 눈빛을 지닌 아이들이 푸른 하늘을 날면서 오월은 시작되었다. 순수한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여린 마음으로 어버이를 생각하고 스승을 떠올리며 행복한 추억을 더듬는 마음들이 푸르른 신록과 더불어 그 울창함이 더해간다. 이 땅의 어린 새싹들이 기를 펴고 자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오월을 함께 하고 있다. 그들이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알찬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토양이 되어 주어야 하리라. 기쁨으로...... .
아침잠을 즐기는 이가 어떤 이끌림으로 이른 눈뜸을 하였다. 벌떡 일어나 주섬주섬 세상을 향해 걸어 나갔다. 등산로에 접어드니 풀잎에 연한 햇살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눈뜨는 오월의 새벽 기운도 모른 채 곳곳의 바보스런 외등들은 아직도 밝음을 뽐내고 있다. 산뜻한 풍경 속으로 뛰어드는 이가 많다. 순식간에 새벽공기를 가르려는 사람들이 어깨 너머로 겹겹이 많아져 푸르른 도심을 연다. 그리하여 오월의 이른 아침은 실로 청순하다. 피천득님의 '오월'이란 글을 소리내어 흥얼거리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 한살 청순한 얼굴이다.
하얀 손가락에 끼여 있는 비취 가락지다.
오월은 어린 딸기의 달이요, 오월은 모란의 달이다.
......
내 나이를 세어 무엇하리. 나는 지금 오월 속에 있다.
연한 녹색은 나날이 번져 가고 있다.어느 듯 짙어지고 말 것이다.
머문 듯 가는 것이 세월인 것을.
유월이 되면 '원숙한 여인'같이 녹음이 우거지리라.
그리고 태양은 정열을 퍼붓기 시작할 것이다.
밝고 맑고 순결한 오월은 지금 가고 있다.
오월을 예찬한 이 글을 떠올릴 때마다 이 계절의 충만함이 온 몸을 일렁이게 함을 느낀다. 그리하여 살아있음이 즐겁고 기쁘다. 즐거운 마음이 되어 현관에 들어서며 집어든 잉크더미가 오월이 푸르름만으로 청순함의 이미지로만으로 채워지지 않고 있음을 전하려 하고 있었다.
돈 앞에선... 부자(父子)도 없다.
딸 카드 빚 못견뎌... 엄마 전철 뛰어들어.
장애인 손자 내다버린... 비정의 할머니.
무너지는 빗더미 사회.
공교육... 이대로는 곤란 등이 빼곡이 담긴 사회면.
세상의 못할 짓만 묶어서 담은 듯한 조간신문에 의해 마음의 상처를 받는다. 그러나 이러함을 감당할 수 있음은 순하디 순한 사람들이 수없이 많고 많기에 푸르름과 청순함으로 오월을 보낼 수 있는 것이리라. 더불어 내일의 산뜻한 오월의 한 날이 기다리고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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