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수 따라 펼쳐지는 여름의 밤하늘을 휴가로 들른 고향집 옥상에 누워 바라보았다. 여러날을 내리던 비도 오후부터 멈칫 하더니 저녁 하늘에 석양이 곱게 물들었다. 잠시 후 밤하늘에는 끝없이 펼쳐진 성운, 성단, 은하들이 찬란하게 쏟아졌다. 흥얼거림이 시작되었다.
 저 별은 나의 별 저 별은 너의 별 별빛에 물들은 옥같이......
아이들이 어느새 올라와 함께 부르며 자리하였다. 남쪽 수평선부터 길게도 뻗어있는 은하수가 매우 인상적이다. 아이들에게 별 하나를 가리켜 본다.
 “저기 빛나는 저 별이 아빠 별이야. 어릴 적 할머니께서 정하여 주셨단다."
하며 북두칠성의 마지막 별을 가리켰다.
“저것은 북두칠성인데요."
하며 맏이가 아는 척을 하였다.
 “제일 밝은 별이 할아버지 별이시고 순서대로 다섯 분의 큰 아빠 별이고 꼴찌가 아빠 별"
그제야 작은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한참을 생각하더니
 “그럼 할머니 별은 어디 있어요?"
하며 물었다.
 “글쎄, 모르겠는데......"
그러고 보니 예전부터 어머니 별은 없었다. 아리는 마음이 된다.
멍한 기분으로 아이들에게 알고 있는 별자리를 기억을 더듬으며 설명해 주었다.
 “저기 국자 모양이 북두칠성이고 손잡이 부분에서 비스듬히 위로 가다보면 빛나는 저 별이 북극성이야. 옆이 큰곰, 작은 곰 자리이고 그 옆이 카시오페이아 자리란다. 그리고 그 옆이 안드로메다, 견우, 직녀, 전갈자리야."
알고 있는 별자리를 모두 들추어내어 짚어 주고는 그리스신화의 카시오페이아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성도’라도 하나 챙겨 왔으면 좋았을 걸 싶다. 큰아이는 T.V를 본다며 내려갔다. 아이에게 '어린 왕자' 이야기를 들려주며 한참을 초롱초롱한 아이 눈에 비친 별들을 바라보다 불현듯
 "우리 준이는  어느 별 할래?"
라고 물었다. 한참을 두리번거리더니 북두칠성 옆의 사냥개 자리를 가리켰다. 거기에는 두 개의 별이 빛나고 있었다.
 “하나는 형아 꺼, 하나는 내 꺼"
하며 기뻐한다. 제일 멋지고 아름답다며 북돋아 주고는 항상 바라보며 마음속에 간직하라고 일러주었다. 아이는 금세 행복한 표정을 짓는다. 그런 옆모습을 보고 있는데 마실 가셨던 어머니가 돌아왔다. 아이는 다짜고짜 할머니 별은 어디 있느냐고 묻는다. 잠시 머뭇거리던 어머니는 아이에게 되물었다.
 “우리 강아지 별은 어디 있노? "
아이는 조금 전에 정한 자기 별을 자랑스레 가리켰다. 그러자 어머니는 그 옆에 있는 별을 가리키며
“우리 강아지 옆에서 항상 지켜보고 있제." 하신다.
이제야 어렴풋이 기억이 나는 듯 하였다. 어릴 적 나에게도 비슷한 말을 하였던 것 같다. 어머니의 희생과 사랑을 느끼며 고개가 숙여졌다.

우리들 가슴 한 곳에는 꿈이 자리하고 있으며, 그 꿈을 생각하며 별을 바라보곤 하였다. 그리하여 하늘의 별처럼 빛나는 삶을 살고 싶었을 것이다. 좌절하여 허우적거리면서도 하늘을 보며 그리고 별을 보며 다시 일어서는 이도 분명 있을 것이다. 이 별이라는 존재의 의미가 생각을 키우게도 하고 꿈을 키우게도 한다. 동화 속에서 별을 즐겨 노래함은 아이들에게 주는 감흥이 각별함은 아닐까. 우리는 가끔 별들에게 말을 걸지만 그들은 듣지 못한다. 되돌려 내가 듣지만 마음의 소리가 되어 자신을 볼 수 있게 한다. 그리하여 별은 밤하늘에 떠 있다.

시골 운치와 함께 하는 이 밤하늘 별들을 너무도 소중하게 마음에 담아둔다. 도심의 환경 파괴는 별의 소멸을 가져오는 것은 아닌 듯한데 꿈을 키울 수 있는 마음의 고향을 잃어 가는 듯하여 가슴 아프다. 이러한 생각을 하고 있는데 별똥별 하나가 빛을 뿜으며 서쪽 하늘에서 동쪽 바다로 떨어진다.
 "야! 폭죽이다."
아이는 소리치며 탄성의 연발이다. 꽤 큰 유성이라 나도 모르게 마음속으로 탄성을 질렀다. 이 아이는 첫 경험이리라. 반딧불이도 함께 한다. 아! 그들이 함께 있어 이 여름밤이 아름다운 것을. 이 아이의 오늘 일기장에는 어떻게 표현되어질까 자못 궁금해진다. 우주를 직접 보고 체험할 수 있는 '한여름의 별 축제' 같은 행사에 이 여름이 다 가기 전에 가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이렇게 아이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데 북쪽 하늘부터 먹구름이 밀려오더니 순식간에 캄캄해져 온다. 그 황홀하던 별들은 어느새 자취를 감추었다. 아쉬움이 일었다. 내일은 아이를 데리고 바다에 가려던 참이었다. 밤바다를 같이 향하며 별빛이 흐르는 바다는 어떤 색인지도 보이고 싶었다. 더불어 별빛이 흐르는 바다에 앉은 아이의 눈빛은 또, 무슨 색이었을지도 보고 싶었는데 말이다. 아이는 알고 있을까?

자신이 별로부터 내려온 아기천사라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