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가 일렁이는 거제도의 한 해변의 어판장, 쩌렁한 외침으로 선잠들은 달아나 버리고 고기 실은 통통배는 연신 드나든다. 그 무리 중에도 유달리 키 작고 왜소한 체격의 아주머니가 질퍽한 어판장을 이리저리 뛰어 다닌다. 살아있는 어심을, 바다 속 싱싱함을, 활기찬 경매 소리를 커다란 함지박에 고스란히 담고 총총히 새벽길을 걸어가는 아주머니가 있었다. 한적한 어촌의 새벽 풍경 속 주인공이다.

아주 작은 체구에 당신보다도 큰 함지박을 머리에 얹고 이 동네 저 동네를 잘도 다녔다. 언변은 부족하지만 특유의 무뚝뚝함과 따뜻함으로 시골 아낙들과 흥정하며 정을 팔러 다닌다. 젊어서 혼자되어 삼 형제를 훌륭히 키워 내신 생선 장수 아주머니, 모든 이들은 아주머니를 '개미'라고 부른다. 그 부지런함에 검소함에 딱히도 어울리는 호칭이다.

이 집에는 생일이니까 이 고기, 저 집은 오늘 제사니까 이 고기 그렇게 꼭 집어 권하면 백발백중 맞춤이다. 코 흘리게 어릴 적부터 들어 온 우렁찬 '고기 사이소' 라고 외치는 소리를 언젠가 고향에 갔을 때도 들을 수 있어 여간 반갑지가 않았다. 언제나 귓가에 남아 있을 고향의 소리다. 아주머니의 목소리엔 장인정신의 묵직함까지 깃들여 있었다. 천직이란 생각에서일까? 자식들 장성했고 반듯한 내 친구의 모습에서도 부족함은 없어 보이건만 노모의 고집을 꺾지 못함일 것이리라.

 마틴루터 킹 2세는 “어떤 사람에게 환경미화원이라는 이름이 붙여지면, 그는 미켈란젤로가 그림을 그렸던 것처럼 세익스피어가 시를 썼던 것처럼 마땅히 거리를 쓸어야 한다. 그는 거리를 잘 쓸어서 하늘과 땅에 있는 모든 천사들이 멈춰서서 ‘여기에 자신의 일을 정말 잘 했던 환경미화원이 살았다’ 라고 말할 정도가 되어야 한다.” 라고 하였다. 깨우침을 주는 말이다.

조금의 지친 내색 없으신 아주머니의 목소리에서 진정한 장인을 떠올림은 지나치지 않으리라. 지긋하지 못하고 느긋함이 부족한 작금의 젊은이들에게 전하는 바가 크다 할 것이다. 더욱 작아진 체구로 언제까지 이어 갈지 자못 궁금해진다. 이제는 인생의 황혼을 즐기며 쉬었으면 하는 것이 나의 바람이지만 그 또한 아주머니의 인생이리라. 당신의 모습이 보이지 않으면 동네 어르신들이 섭섭해 하시려나?
 

현란한 음악보다는 구성진 아주머니의 외침이 더욱 간절해지는 것은 나도 나이를 먹어감이리라. 옛것들이 더욱 그리워짐은 나만의 투정은 아닐 진데......  다음 번 고향 들르는 길에는 '고기 사이소' 하는 외침이 들리지 않을 수 있겠다 싶어 울컥하지만, 이제 아주머니도 쉬셔야지 생각하며 친구의 어머니인 그 분을 찾아뵈어야겠다는 생각을 하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