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하게 산다는 것은 내가 나의 삶에 주인이 되고 언제든 자신을 편안하고 평화롭게 유지하는 것이다. 내가 나를 잊지 않고 나를 찾아 길을 갈 때 이 세상 모든 빛과 바람은 나를 위해 일어설 것이다. 그리하여 아름답고 향기로워져 내가 나를 더 사랑하게 될 것이다. 내 마음의 평화를 위해, 푸릇한 하늘과 푸른 바닷길을 떠올리며 길을 나섰다. 2010년 12월 14일, 태평양을 품은 섬 거제도와 부산을 잇는 46km 꿈의 바닷길이 열리는 날이다. 그 바닷길을 항해하기 위해 길을 나섰다.

접속도로를 따라 거가 대로로 다가서려는데 몰려든 차량으로 멈칫거리게 한다. 느림마저도 평화를 느끼기 위한 준비라 여기며 즐기려 마음먹으니 견딜만하다. 출발한 지 약 2시간이 지나서야 초입에 들어설 수 있었다. 긴 날숨으로 곁에 있는 차를 보니 나와 같은 연배인 듯한 부부가 연방 싱글거리며 기대감으로 꿈을 꾸는 듯하였다. 아직도 느림의 미학을 즐기라고 차량 행렬이 천천히 움직이기에 주변 풍광을 즐기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처음으로 눈에 들어오는 이정표가 가덕터널이다. 그다지 길지 않은 터널을 지나니 좌우로 태평양을 향하는 푸른빛이 넘실대고 있다. 태양이 함께 하니 황금빛 평화 그 자체이다. 감탄을 내지르며 긴 들숨으로 맞는다. 내비게이션에 시선이 머물렀다. 업그레이드 하지 않은 그 과학의 산물은 길이 없는 바다 위를 점으로만 표시한다. 빙그레 웃음 지으며 얼마간 더 달리니 섬 위에 조화롭게 꾸며진 조형물이 보인다. 가덕도 휴게소다. 사면이 출렁이는 바다이고 보니 사뭇 경이롭기만 하다. 이제 심해로 들어가 온갖 물고기와 만나는 시간이다. 바닷속으로 들어가 해저터널 구간을 지난다. 수심 26m, 36m를 잠수하고 그도 모자라 40m, 46m까지 탐험한다. 나도 모르게 호흡이 거칠어졌다. 철골 구조물이 아니라 수족관처럼 투명 구조물이라면 어땠을까…….

차창을 열었다. 소금인형의 노래가 들려오는 듯하다. 문득 비상구 푯말이 스쳐 간다. 저 비상구는 어디로 통한다는 말인가? 동화 속 용궁이 나오겠지….

41m에서 26m로 점점 물 위로 올라간다. 하늘 위로 솟구치니 중록도 터널이 앞을 막고 있다. 흥분된 마음을 추스르며 터널을 지나니 아~

푸른 바다를 양옆으로 하고 웅장하고 아름다운 주탑이 그 위용을 드러낸다. 참으로 경탄을 금할 길 없는 풍광이다. 푸릇한 바다에 어렴풋이 보이는 아름다운 섬, 그를 위협하는 파도, 그 모두를 말없이 지켜보는 하얀 구름 품은 하늘, 이 모두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나. 진정 평화로움이다.

어느새 차 속도는 경쾌함을 회복했다. 평화는 또다시 이어진다. 또 하나의 섬을 터널로 지나기 무섭게 또 다른 주탑이 불쑥 쏟아있고 펼쳐진 비경에 마음이 울렁였다. 어느 한 곳 놓칠세라 비상등을 켜고 천천히 음미하며 달렸다. 차창을 열고 숨을 들이켜니 바다 냄새가 진하게 다가왔다. 46km 꿈의 바닷길은 이제 종착지로 들어선다. 장목터널을 빠져나오자 거제도의 산과 들녘이 펼쳐진다. 농소교가 보이는가 싶더니 이내 눈에 익은 이정표들이 나를 반기더니 이어서 대우조선소가 왼쪽에 보였다. 3시간을 내달려야 당도하던 고향길이 불과 30분밖에 소요되지 않은 것이다. 새로이 펼쳐진 꿈의 바닷길을 달리며 마음의 평안과 평화를 얻고서 고향 집 대문을 들어서니 마당에선 겨울연가가 울러 퍼지고 있었다. 마당 한가득 김장김치 준비가 한창이다. 이제 멀다는 핑계로 부모님 자주 찾아뵙지 못하였다는 말은 할 수 없게 되었다. 해운대 집에서 부모님 계시는 소동마을까지 91km이니 1시간이면 가능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마실 다녀오신 어머님의 굽은 등을 가슴에 품고서야 내 마음의 평화를 찾기 위해 떠난 길 떠남은  훈훈하게 갈무리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