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가을독서문화축제 후기

이른 아침, 여름 내내 기다렸던 비가 내린다. 비를 즐거이 맞이하고 있는 배롱나무에 대고 ‘이틀만 더 참다 내리지….’라고 하늘도 무심하단 마음으로 중얼거렸다. 여름 가뭄을 해갈할 비가 이틀간 온다는 예보가 있었지만, 새벽부터는 개어 붉은 햇살이 비추어지기를 바라며 잠을 청하였던 터였다. 하지만 그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행사장으로 향했다. 비가와도 강행하기에 준비요원들이 속속 모여들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빗방울이 조금씩 굵어진다. 마음도 내려앉는다. 낮은 자세로 기도한다. 행사가 시작될 오후에는 맑은 가을 하늘을 보내주기를….

오늘은 한 달여 넘게 준비한 2013 가을독서문화축제가 열리는 날이다. 오후 세 시가 행사 시작이다. 두 시가 되자 거짓말처럼 비는 멈추고 하늘이 올라가더니 청명한 가을 하늘을 내보이기 시작하였다.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모두 환한 얼굴이 되어 더욱 분주해졌다.

광복로에서 열리는 본 축제는 북 콘서트와 공연 등의 개막식을 시작으로 다음날까지 ‘선물’이라는 주제에 맞춰 다채로운 프로그램과 행사가 진행된다. 부산시를 비롯한 자치단체, 도서관, 출판사, 시민과 독서 단체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이번 축제는 가족단위 방문객을 맞이하기 위해 어린이나 청소년, 성인 등 누구나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다. 개막식을 책 향기로 가득 채울 북 콘서트의 주인공으로는 부산 출신 김진명 작가가 나섰다. 그 외에도 많은 문인과 작가들이 축제 기간 강연과 행사를 통해 시민들과 만난다. 특히 이번 축제에서는 평소 만나기 힘든 작가를 일곱 분이나 초청하여 여러 문화 공간에서 만남과 학술행사를 진행하여 시민들의 뜨거운 호응을 유도한다. 특히 보수동 책방 골목에서 진행될 저자와의 만남은 부산 시민에게는 원도심의 한 축이자 지역과 시대의 역사를 책으로 이어가는 곳이기에 더욱 뜻 깊은 의미를 전달할 것이다. 주행사장인 광복로 일대에서는 책과 함께하는 체험, 전시, 이벤트, 북 토크 등의 프로그램이 주제에 맞게 통일성을 가지고 이어지며, 국제시장 미술의 거리에서도 축제 기간과 연동해 다양한 전시와 행사를 해 호응을 얻을 것이다. 또한, 이번 축제는 부산 전체 독서 문화 부흥을 위하여, 이틀이라는 일시적 기간에 끝내지 않고 지속성을 이어 갈 수 있도록 ‘2013 어린이 책 잔치’, ‘보수동책방골목 축제’ 등의 책 관련 행사와 연계되는 프로그램도 기획 하고 있다. 2013년 가을맞이를 ‘책’과 ‘축제’, 그리고 ‘선물’의 3가지 의미가 녹아들게 준비하고 보니 올해로 4회를 맞는 가을독서문화축제가 명실공히 자리매김하게 되리란 생각에 뿌듯함이 밀려왔다.

석양이 도심의 빌딩 숲을 물들이는 저녁나절에 개막식이 시작되었다. 18개의 부스를 펼쳐 놓고 김진명 작가를 비롯해 평소 부산발전을 위해 많은 관심과 열정을 다하는 이들을 초대하여, KBS 어린이 합창단과 퓨전 국악그룹 아비오 공연을 나지막이 펼쳤다. 광장에 운집한 시민들의 열렬한 환호 속에 초대작가의 북 토크가 순조로이 진행되었다. 김진명 작가는 스스로 파괴하고 지워버린 우리 고구려 역사 복원 위해 노력하고 싶다는 의지를 표하며 중국의 요하공정 음모를 피력하였다. 내가 다 뿌듯했다. 자신의 글 쓰는 힘은 잔인하고 치열한 독서에 있었다며 시민들에게 책 통해 시간을 여행하라 권하였다.
“이 세상에 누구도 진짜 스승이 될 수 없다. 오직 책만이 스승이 되고 책 안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이 얼마나 초라한지 얼마나 커질 수 있는지 또 외연의 힘이 얼마나 빈약한 것인지 우리 내연의 힘이야말로 진정 키워야 하는 유일한 가치라는 것을 알게 해 주는 지혜의 보고이다.”
라며 책이 지니는 의미를 강조한 후, 긴 줄로 맞이한 저자 사인회까지 정성으로 응해 주었다. 작가에게 마음 담아 고마움을 전하였다. 그렇게 축제의 하루가 저물었다.

둘째 날이 되었다. 많은 행사가 집중된 날이라 일찍부터 모두 분주하게 움직였다. 원활한 행사 진행을 위해 모든 프로그램 참가 신청은 축제 공식 블로그를 통해 사전 접수를 받아 두었다. 그동안 이러한 문화행사에 시민들이 매우 목말라 하였음을 이들의 깊은 관심 통해 느낄 수 있었다. 저자와의 만남이 여섯 곳의 문화공간에서 이루어지고, 영화공간 ‘보기드문’에서는 두 편의 영화를 무료로 감상할 수 있게 하였다. 오페라 극장에서는 ‘라 보엠’과 카르멘을 감상할 수 있는가 하면 국제시장 미술의 거리에서는 가족과 함께 책과 관련한 다양한 만들기 활동이 미술작가의 도움 받으며 이루어졌다. 준비한 모든 행사장에 가 보진 못했지만, K 여행 작가와 저자와의 만남을 진행하면서 시민들 눈을 통해 이러한 프로그램을 많이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번 축제의 주제는 선물이었다. 이 주제를 부각하기 위해 준비한 것이 사전행사로 일주일간 진행했던 ‘100인100색의 선물’이다. 축제 슬로건인 ‘내 인생의 책을 선물합니다’를 실현한 프로그램이다. ‘100인100색의 선물’은 선정된 100명의 멘토와 100팀의 멘티가 1인 1팀으로 책을 통해 각각 만나는 프로그램이다. 1인의 멘토가 1팀의 멘티에게 감명받거나 자신을 변화시킨 한 권의 책을 소개하고, 서로 공감할 수 있는 주제나 삶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이다. 참여자에게 색다른 경험을 제공할 것이란 기대를 하고 있었다. 처음 시도해 보는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우려와는 달리 100팀을 넘어 126팀이 매칭되어 부산 전역에서 산발적으로 만남이 이루어지면서 독서문화축제에 의미를 부여하고 주제를 부각할 수 있었다.

짧은 준비 기간이었지만, 치밀한 기획과 준비를 한 운영본부 요원 모두와 적극적으로 참여한 자원봉사자, 부산시 관계자, 지역 언론, 방송매체, 후원 업체 그리고 열과 성의로 조직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Q 기업에 이번 축제를 후하게 건네는 평을 함께 나누고 싶다. 이번 행사를 계기로 책 읽는 사람이 많아져 독서 인구 저변 확대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책은 시간을 선물한다. 내가 가 보지 못한 세상, 경험 못 한 과거를 경험하게 해 주니 그러하다. 이 눈이 시리도록 푸른 가을에 독서 통해, 비워진 지혜의 웅덩이를 가득 채울 수 있기를 소망하여 본다. 올려다본 가을 하늘이 그날처럼 여전히 가슴 시리게 푸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