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독서, 축제, 사색….
잘 어울린다. 가을을 맞아 독서축제가 열렸다. 2013 가을독서문화축제를 ‘책’과 ‘축제’, 그리고 ‘선물’의 3가지 의미가 녹아들게 준비하였다. 유난히도 무더웠던 여름날은 그리하여 땀으로 얼룩졌다. 특히 이번 축제에서는 사전 행사로 지원한 100명의 멘토와 100팀의 멘티가 1인 1팀으로 책을 통해 만나는 프로그램인 ‘100인 100색의 선물’을 진행하여 독서문화축제에 의미를 부여하고 주제를 부각하였다. 이상은 시도하여야 현실이 된다는 금언은 만고의 진리다. 처음 시도하는 프로그램이라 모두가 우려하는 바가 컸다. 그러나 실패하더라도 독서문화 증진에 기여하는 바가 클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일회성 행사가 아닌, 지속적 독서 인구의 저변 확대 위한 장치로 자리매김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많은 시민이 멘토와 멘티로 자발적으로 참여하였다. 100팀을 넘어서 126팀이 부산 곳곳에서 만남을 가졌다. 이 행사는 1인의 멘토가 감명 받거나 자신을 변화시킨 한 권의 책을 소개하고 더불어 내가 살아온 길, 내 기억 안의 것을 이야기하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공유하게 되어 있다. 색다른 독서, 특별한 여행이다. 서가에 꽂혀 있는 책이 아니라 그 책을 읽고 실천에 옮긴 삶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마지막에 책을 선물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멘토는 재능기부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멘티에게 줄 선물은 행사 주관 처에서 마련하였다. 이런 만남이 부산 전 지역에서 산발적으로 이루어졌다.

9월 첫 주 목요일, 가을이 찾아들어 하늘은 몹시도 시린 파랑을 자랑하고 있었다. 멘티 리더로 100인100색 행사에 참여했다. K대 교수님을 멘토로 모셨다. 멘티는 지인 중심으로 아홉 명으로 꾸렸다. 소담스런 멘토-멘티 모임이 결성된 셈이다. 단아한 모습으로 왼손에 독일의 촉망받는 저널리스트이자 심리학자이며 베스트셀러 작가인 바스 카스트의 ‘선택의 조건’이라는 책을 들고 환하게 웃으며 들어선다. 미소가 곱다. 일일이 눈을 마주하며 간단하게 자신을 소개한 후, 손에든 책과 저자를 소개한다. 이 책을 접하게 된 계기와 이 책을 왜 소개하려는 지를 이야기 한다. 더불어 마음에 담을 만한 구절 읽어주고 부연 설명하며 이 책 통해 어떤 점을 얻으면 좋겠다는 바람까지 자연스레 이어간다. 귀 기울여 음미하였다.

삶을 살면서 매 순간 선택을 해야 하고 선택의 갈림길에서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한 행복 지혜서라며 ‘어떻게 살면 행복할까’라는 화두를 던진다. 현대인들이 실제로 현실 속에서 겪고 있는 삶의 역설에 대해 공감대 있는 문제를 제시하고 있다며 너무나 많은 선택지로 인해 딜레마에 빠지는, 남들보다 더 많이 갖기 위해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불안한 세대’인 우리들에게 이미 와 있는 특권인 행복을 어떻게 하면 잘 선택할 수 있는지에 대한 놀라운 통찰을 전한다. 인생 코칭의 연장선상에서 논리적이고 역설적인 방법으로 보다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현명한 방법을 소개한다. 수많은 선택 가능성 기회 속에 숨겨진 결정의 딜레마에 대해 논하고, 물질적 부가 가져온 외로움의 그늘, 바쁜 일상이 불러오는 불안 심리와 스트레스 등 현대인이 살면서 고스란히 느끼고 있는 삶, 그 이면에 깔린 문제점들을 자신 삶과 관계하며 생생하게 풀어낸다. 그는 말한다.
“완벽한 삶의 모델은 없습니다. 인간은 아무래도 한계가 있기에 ‘절제’라는 삶의 철학을 지니고 살아야 합니다. 이것이 선택을 도울 것이며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방법입니다.”

그는 자연과 교감하는 ‘열린 유치원’을 만들자고 주장하는 유아교육과 교수다. 그의 교육관과 철학을 이 책과 관계하며 풀어낸다. 생각이 깊어졌다. 작은 것에 만족하는 마음을 지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강연 도중, 가슴으로 둘째를 낳아 가정을 이루고 있다고 하였다. 입양을 선택할 당시의 상황과 선택할 당시의 지녔던 고민이 분명 있었을 거란 생각에 만남 말미에 질문을 하였다.

고교시절 보육원 봉사활동을 할 때, 많은 선물을 안고도 행복해 하지 않는 아이를 보고 저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사랑을 나눌 가족이라는 생각을 하였었고 결혼 후, 첫째가 늘 동생을 보내 달라는 기도를 할 때마다 마음은 있었지만 남편의 반대로 마음을 접었던 터였다 한다. 어느 날 아이가 우리 집의 이 행복함을 나 혼자 누리는 것은 아깝다고 말하는 것을 남편이 우연히 듣고 마음을 열게 되었다고. 지금은 너무도 행복하다며 이 선택이 무엇보다 소중하고 행복한 일이였다며 우리에게도 권하였다. 책을 펼치면 만날 수 있는 희망을 나눈 좋은 시간이었다. 이어서 그는 좋은 책이란 어떤 책인지 함께 정의 내려 보기도하고 자신이 서점에서 책 고르는 기준을 이야기하는가하면 올바른 책읽기의 방향을 제시하고 어찌하면 책을 가까이하는 삶을 살 수 있을지 이야기 나누는 것으로 만남을 갈무리 하였다.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언제든 독서 멘토와 멘티 행사에 참여하겠다는 다짐을 전하며 행사 당일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였다.

세상을 품 안에 안을 수 있다는 것은 부푼 꿈이다. 이 둥근 세계를 움직여 갈 수 있는 동그란 지혜는 독서의 깊은 곳에서 솟구쳐 오른다. 책을 읽을 여유를 찾지 못하는 삶, 안타까운 핑계를 일삼는 이들에게 까치발을 하며 기다리는 책을 안겨주는 기회를 멘티에게 주었다는 생각을 한다. 누군가에게 선물을 준다는 것은 참으로 기쁜 일이다. 돈 자랑하고, 권력 자랑하고, 인물 자랑하는 것보다 좋은 책 한 권 자랑함은 얼마나 정겹고 사랑스러운가. 책과 가까이하는 이의 가슴에는 반딧불이가 살고 채송화가 피어남을 경험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