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현재 사이에서 방황하며 미래를 보장받기 어려운 이들, 아버지.
아버지란 존재가 점점 위축되는 세태이다. 아버지들은 점차 가족 밖 타인으로 전락하고 있다. 시대의 변화에 가장 먼저 노출되어 치이고 당하는 피해자이다. 이들은 사회 주류이면서도 스스로 잘 알지도 그 모습이나 속내를 살피거나 느끼지 못할 뿐 아니라 아내에게 또 아이들에게 낯선 존재가 되어간다.

사망률 세계 1위, 실업 공포, 고용 불안, 사교육비 부담, 자녀와의 대화단절, 높은 이혼율, 가족해체, 외로움, 부모에 대한 죄책감, 이 모든 것이 이 시대 아버지의 자화상이다. 아이들이 그리는 그림 속에 아버지는 존재하지 않거나 술과 담배에 찌든 모습으로 표현한다고 한다. 이는 아버지들이 열심히 살기는 하지만, 행복하게 사는 것에 서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기에 오늘을 살아가는 아버지들이 가정에서 소외되는 현상을 해결할 지혜가 필요하다. 가정의 구심점인 아버지들이 존재감을 확립하여 아이들과 아내와 원만한 관계를 이루어 가정을 보다 행복하게 이끄는 방법을 체득하게 할 필요성이 크다. 하여 가족으로부터 사랑받는 아버지, 가족 구성원에게 존경받는 아버지로 거듭 태어날 필요성이 있음을 깊이 인식해야 할 시점이라 여겨진다.

아버지는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오래전 ‘아버지 신드롬’이란 사회 현상까지 불러일으켜 온 언론을 떠들썩하게 했던 화제의 장편소설인 김정현 작가의 ‘아버지’란 소설을 읽으며 부권이 상실된 시대에서 아버지들의 고독과 가족의 화해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 통해 진한 감동을 했던 기억이 있다. 얼마 전 간행된 ‘아버지의 눈물’을 통해서도 이 시대 아버지 자화상을 만나고 생각이 많아졌다. 아버지는 가족들에게 어떤 의미로 남고 싶어 한다. 하지만 21세기를 살아가는 아버지는 부모로서 그리고 남편으로서 또한 아들로서, 가장으로서 무거움을 느낀다. 막중한 책임과 의무로 힘들지만 가치관의 변화로 가정에서 존경받기란 쉽지 않은 현실이 되지 않았는가.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자리, 아버지!
아버지라는 이름의 직업에도 자격은 있다. 가족 모두의 사랑과 존경을 받는 행복한 아버지 되기 위한 아버지 변화 프로젝트”
이러한 문구로 시선을 빼앗는 인터넷광고가 눈에 들어왔다. 마침 관련 프로그램에 관심이 있던 터라 차근히 접근하였다. 아버지의 존재의미와 역할에 대해 뒤돌아보고 가장, 남편, 부모로서의 아버지 역할을 더 잘 수행하기 위한 실제적인 방법을 세우고 실천하는 프로그램이라는 소개에 망설임 없이 신청하였다. 추후에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은 마음도 있었기에 ‘행복한 아버지 학교’에 서둘러 입학신청을 하였다. 4주간의 학습과 실천 통해 가정을 보다 화목하게 이끌고 가족들에게 사랑과 존경받는 아버지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으로 한껏 부풀었다.

기대한대로 다양한 커리큘럼과 주제에 맞는 도서선정 그리고 감성 다큐멘터리를 통해, 가족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원만한 대화를 하고 싶은 아버지 그리고 자녀에게 꿈을 심어주고 자녀 교육에 대해 관심이 많은 아버지는 물론 가정을 좀 더 행복하게 이끄는 방법에 대해 궁금한 아버지, 가족들에게 사랑과 존경을 받는 진정한 아버지가 되고 싶은 이들에게 용기와 방법을 일러 주었다. 그리하여 4주간의 일정은 언제인지 모르게 흘러갔다.

 “단지, 돈 벌어 주니까 필요한 존재만으로 살아간다면 스트레스로 죽어가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우리는 세상을 파괴하고 있다.”
라며 ‘아이에게 행복을 주는 비결’의 저자 스티브 비덜프가 언급한 말이 생각났다. 이 커다란 불행을 막는 방안으로 자신의 존재감과 자아를 바라보는 것으로 시작하여 가족 구성원과 친밀한 관계유지 위한 기본적인 역량을 기른 다음 자녀에게 관심이 깊음을 표현하는 방법론과 아내와 깊은 사랑을 교감하는 요령을 제시함으로써 가정에서 생길 수 있는 모든 위기 상황을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는 지혜임을 강조한 것이리라.

나는 변하고 있었다.
행복한 아버지는 막연히 친절하거나 친구 같은 아버지가 아님을 알게 되었다. 가족의 마음과 관계를 생각하고 실수를 하더라도 품어주고 결과에 호응해 주는 아버지가 행복한 아버지임을 깨우쳤다. 시들해져가는 부부애를 확인하고 몰랐던 서로의 진실한 마음을 찾아가면서 다시금 건강한 부부관계로 회복하기 위해 무언가 시도해야함을 느꼈다. 가정 안에서 나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부부간의 차이를 발견하고 인정해주며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로 하나 되는 일에 먼저 손 내밀기로 했다. 또한 자녀양육을 포함하여 부부 안에서 일어나는 실제적인 현안 문제들을 어떻게 다뤄가야 할지 지혜를 모으기로 다짐하였다.

책을 매개로 하여, 대한민국의 많은 아버지들이 자존감을 되찾고 한 가정의 리더로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일지를 생각하여본다. 독서전문가로서, 이 땅에 살아가는 이에게 독서란 시간을 낭비하는 일이 아니라 살아 숨 쉬는 생명의 밥임을 두루 인식하는 계기가 됨을 느끼게 할 방안은 없을까?
독서의 그 깊은 곳에서 솟구쳐 오르는 지혜의 힘으로 말이다. 깊이 사유하여 볼 일이다. 크나큰 세계를 품안에 안을 수 있다는 것은 부푼 꿈이다. 그 시작은 가정이다. 한 가정이 아버지의 위대한 지혜로 행복해지는 것이 그 꿈의 시작이 될 것은 자명하기에. 

오늘도 이 땅의 아버지들은 행복을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