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서 고난이 밀어닥칠 때 그 어둠이 영원히 이어질 것 같은 생각으로 고통스럽다. 그러나 어두운 밤이 변하여 밝은 아침이 태동하듯 영원한 밤은 없다. 자신에게 지지 않는 한, 또다시 열린다.

지난 몇 날은 고통과 고뇌의 나날이었다. 돌이켜보니 삶의 모든 것이 감사함으로 다가온다. 몸에 병이 있으면 겸손을 배운다고 하였던가. 수많은 별의 잔해에서 인간이 탄생한 것을 생각하며 참으로 작은 나를 보았다. 인간의 생로병사가 개인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음을 느낄 수 있었다. 삶과 죽음의 갈림길이 기계와 그를 조정하는 인간에 의해 좌지우지됨을 느끼며 개인의 행복이란 것이 무엇일지를 깊이 들여다볼 수 있었다. 온 육체와 정신을 송두리째 포박해가던 그 크나큰 고통이 약물 하나에 조금씩 다스려지고 죽음 또한 단순한 생의 결여가 아니라 응시할 대상이고 삶을 올바르게 자리매김하는 과정임을 알게 한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리도 온몸을 휘감던 고통이, 병원 일정대로 순조로운 절차를 거치면서 빠르게 진행되어 두려운 고통에서 서서히 벗어나게 되었다. 긴 날숨으로 또다시 살게 되었음을 확인한 순간 눈가에는 눈물이 맺혔다. 누군가는 말했다. 몸에 병이 있음을 즐거워하고 겸허히 받아들이라고. 몸에 병이 있으면 오만해지지 않고 승부에 집착하지 않는 삶을 살라는 의미이겠지만 범인으로서는 수용키 어렵다. 인간의 몸을 엄습하는 병마의 지독함 앞에서 의연할 인간은 과연 누구란 말인가. 건강을 위한 현명한 지혜가 요구될 뿐이다.

발병이후 이렇게도 빨리 회복되어 오히려 꾀병을 부린 양 돌아와 앉아 내 삶에 감사의 글을 쓰니 감개무량할 뿐이다. 병원 문을 나서며 올려다본 파리한 하늘과 꽃을 떨구어 내고 연초록의 잎으로 새로 단장한 나무들이 어제의 것이 아닌 새로움으로 다가왔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행복은 좇는 것이 아니라 따라오는 것임을 거두어 담는다.

사람은 몸에 병이 들어오면 나약해진다. 괜스레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다. 이 나약한 인간에게 주어진 고통과 괴로움을 이겨내는 데는 무엇보다 격려가 필요함을 느낀다. 이는 낙담을 용기로 바꾸는 힘이다. 인간은 인간의 바닷속에서 서로 격려함으로써 참된 인간이 될 수 있다. 그로 인해 용기를 쏟게 하고 다시 살아갈 힘을 전해 받는다. 모든 일 제쳐놓고 달려와 손잡고서 격려해 주던 형제들의 온정과 살면서 겪어야 할 일을 조금은 순조롭게 넘겼다고 생각하라는 지인의 격려는 그리하여 존귀하다. 살아가며 어려운 이에게 다가가 용기와 힘을 안기는 행위를 마다해선 안 될 것이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니 당시의 고통을 잊고 또다시 원인 제공을 하며 병을 키우면서 제 잘난 맛에 살아갈 것이다. 아니다. 매사에 더욱 겸손하게 삶을 살 것이다. 행복은 저 산 너머가 아닌 내 안에 있기에….
오늘도 건강하게 아침에 눈 뜰 수 있고 밝고 맑은 세상을 볼 수 있음을 감사하게 되었으니 이 또한 삶의 행복이려니.

그대는 행복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