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따뜻함을, 여유를, 겸손을 배우며 그저 바다를 바라볼 수 있으리라는 마음으로 향하였다. 저녁노을이 발그스레 곱게 물들고 있을 거제도의 최남단 홍포를 그리며 아름다운 겨울이 내려앉은 거가대교를 내달린다.

내 고향 거제도는 아름다운 바다뿐 아니라 산도 높고 골도 깊다. 여유를 가지고 찾아가는 길에 내 눈이 만난 모든 것이 전해주는 흐뭇함은 행복을 주기에 충분하다. 모든 인간이 자연을 꿈꾸는 순간 인간은 자연이 될 수 있음을 느낀다. 수평선 저 멀리부터 노랑과 빨강으로 색칠하더니 시나브로 노을이 물든다. 향기마저도 고소하다. 그리하여 새로운 인연을 맺기 위해 가는 길은 조금씩 들뜨기 시작한다. 멈추어 섰다. 차에서 내릴 수밖에 없었다. 대·소병대도 등 크고 작은 섬들로 둘러싸인 한려수도의 푸른 바다가 황홀경에 빠지기 시작한다. 푸름에 둘러싸인 다대도의 광경이나 일몰의 광경은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한다. 아! 위대한 자연이 주는 풍요로움이여. 보이지 않는 힘이여. 진정 극한 아름다움이다. 저녁노을이 아스라이 내려앉은 홍포의 비경에 일행은 흥분하였다. 노을을 등에 지고 조금은 늦게 도착하였다. 그곳 남부면 자치센터의 소담스런 도서관에서 반겨주는 이들 모두 그리하여 자연을 닮아 있다.

소속되어 있는 (사)한국독서문화재단 글나라 연구소에서 ‘찾아가는 도서기증 사업’을 준비하던 중이었다. 기증지를 생각하던 중 고향 거제가 떠올랐다. 시청에 재직하는 지인에게 지역 도서관을 관할하는 부서를 소개해 달라는 요청을 하였다. 가능하면 도서관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 곳에 지속적으로 관계하며 도움을 주고 싶다는 말에 선뜻 전 근무지였다며 거제의 최남단인 남부면의 주민자치센터 도서관을 추천하여 주었다. 자치단체장과 통화하니 흔쾌히 인연을 맺고 싶다고 하였다. 담당자들이 여러 날 논의를 하고 드디어 사랑을 담고 지금 만나러 가는 중이다.

이번에 기획한 ‘찾아가는 도서기증 사업’은 ‘지금 만나러 갑니다.’라는 이름을 달고 독서문화의 저변을 확대하고 지역을 넘어선 작은 도서관 간의 교류를 추진함과 아울러 도서관을 이용하는 이용자들 간의 만남과 교류를 통해 수평적 나눔을 실천한다는 취지를 지니고 있다. 어린이들에게는 문화 경험의 기회를 제공하면서 꿈을 키울 수 있도록 하며, 성인에게는 자녀 독서지도에 대한 지혜와 도서관 운영의 노하우를 나눈다는 목적을 가진다.

도서관 관계자 및 지역 유지들과 간단하게 기증식을 했다. 100권이 조금 넘는, 그다지 많은 도서는 아니지만 자원봉사자의 기부 물품을 경매를 통해 마련한 것이기에 의미는 자못 크다. 잠시 후 학부모들과 마주한 자리에서, 책 읽어주기 활동 및 도서관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자녀 독서지도 방법에 대한 토론 등으로 시간을 나누었다. 연말인지라 바쁜 일정 탓에 열 명 남짓 둘러앉아 있었지만, 아이의 독서지도에 관한 열의는 매우 높아 도서관 안에는 열기로 가득했다.

독서의 중요성이 널리 인식되고 있는 현실이다. 독서가 독서만으로 끝나지 않고 다른 사람과 어떻게 공감하고 소통하느냐에 따라 독서의 깊이와 효과는 더 커진다. 지식과 정보를 얻는 수단인 책은 꿈과 비전을 찾는 가장 좋은 친구이다. 독서를 통해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읽어내고 삶을 깊이 성찰하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독서는 삶 일부이길 요구하고 삶의 질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책 읽는 공간이나 기회가 도시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부족한 지역에 책을 접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는 일은 그 의미가 크다 할 수 있다.

이번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느끼는 바가 있었다. 독서 환경이 취약한 지역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 강구되어야겠고 사회단체에서는 상대적으로 취약한 지역에 대해 독서 프로그램을 공유하며 지속적인 나눔을 실천하여 도시와 지역 간 격차를 줄여나가야겠다. 또한, 개인적으로는 독서의 필요성을 깊이 인식하여 책 통해 지혜를 축적해야 한다는 가치관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러함을 위해 우리 단체도 지속적으로 독서 저변 확대를 위해 사회단체로써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여둔다.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은 칠흑 같은 어둠이, 황홀했던 홍포의 노을을 삼킨 후였다. 아쉬움에 바다 쪽으로 시선을 보내 보지만 태평양을 담은 고요한 바다만이 나를 밀어낸다. 어머니께 전화를 넣었다. 가까이에 왔으면서도 일행의 일정 탓에 손도 잡아보지 못하고 목소리로 안부만 묻고 돌아서야 하니 아쉬움이 인다. 하지만 고향의 시골 마을에 사랑이 담긴 책을 전하고보니 마음이 따뜻하다. 많은 이의 사랑이 담긴 책을 읽으며 미소 지을 아이들 얼굴을 떠올리니 어느새 눈가에 웃음이 지어졌다. 일행의 얼굴에 걸려 있는 미소가 나와 다르지 않으리라. 거가대교의 아름다운 야경이 멀어져간다. 책으로 맺은 인연을 오래도록 이어가리라는 다짐을 홍포의 붉은 노을과 함께 가슴에 담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