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가 촉촉이 내리는 운치 가득한 2011년의 어느 가을날이다. 10월 6일에 황홀한 열기로 시작하여 연일 화제였던 16회 부산국제영화제의 마지막 날이다. 주요 6개 부문 시상식이 기대된다. 아시아의 아니 세계의 시선이 집중한 가운데 국내 작인 송일곤 감독의 ‘오직 그대만’을 시작으로 모두 70개국 307편이 영화의 전당, CGV 센텀시티,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시청자 미디어센터, 메가박스 해운대 등 5개 극장 36개 상영관에서 개봉되었고, 어머니 사랑과 감동으로 영화제 막을 내린다. 영화의 전당 시대를 맞은 부산영화제의 처음과 끝은 사랑이다. 헌신적인 남녀 간의 사랑으로 문을 연 부산국제영화제가 어머니의 사랑을 중심으로 한 잔잔한 가족애를 담은 일본의 하라다 마사토 감독의 ‘내 어머니의 연대기’를 폐막작으로 9일간의 일정을 마무리하는 것이다. 사랑은 인류의 영원한 화두임에 틀림없는 듯하다. 
 
영화(映畵)는 순간을 기록한 장면을 연속하여 촬영하여 기록한 동영상을 같이 기록한 음성과 함께 편집하여 어떤 내용을 전달하게끔 꾸며서 만든 영상물이다. 영화 작가가 체험한 '실재(實在)'를 시각(視覺)과 청각 이미지의 창작적 구성을 통해 재현(再現)하는 예술 행위이다. 최초의 영화는 단지 신기한 볼거리에 지나지 않았으나, 20세기 후반에 들어서면서 영화 산업은 단순한 예술의 한 장르가 아닌, 거대한 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 변화하였다. 근대 과학 기술의 급진적 발달이 가져다준 기계공학적(機械工學的) 표현 도구를 이용하여, 영화작가가 그의 메시지를 대중에게 진술하는 종합적 예술 장르로 발전하였다. 전 세계의 극장매출은 기하학적이며 해마다 10% 정도의 성장을 보이는 거대 시장이 되었다. 영화 한 편이 경쟁력을 갖추면 자동차 몇 천 대의 수출보다 나은 경쟁력을 지니게 된 것이다. 이는 영상 문명시대(映像文明時代)인 오늘날 대표적인 새로운 예술의 장르로서 영화의 가치와 의미가 탐구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의미한다.

 부산국제영화제는 벌써 16번째 매년 가을 부산에서 개최되어, 이젠 아시아를 대표하는 국제 영화제로 발돋움하였다. 부산국제영화제는 한국 영화 산업이 침체기에 빠져 있던 시기에 그 부흥을 위해 태동했다. 1996년에 창립되어 한국은 물론 아시아 영화 산업을 한 단계 발전시키는 데 공헌하였으며 세계 각국의 감독, 배우, 제작자, 영화·영상 관계자들과 일반 관객들이 격의 없이 소통할 수 있는 장(場)을 마련했다. 또 세계 영화계에서 한국 영화를 비롯한 아시아 영화의 신선함을 인식하게 했다. 2011년 9월 29일 본 영화제 전용관인 영화의 전당을 개관함으로써 제2의 도약을 꿈꾸고 있기에 이르렀다. 사회적 이슈가 되었던 스크린쿼터제가 축소, 폐지되어도 우리 영화가 경쟁력을 가지게 되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2년 전 이 영화제 기간 중, 사)한국독서문화재단에서 기획한 ‘책과 함께 부산을 걷다’라는 프로그램에 ‘부산, 영화의 바다에 빠지다’ 란 코너가 있었다. 그때 사랑을 나누었던 이들이 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던 터에 당시 기획 담당자가 영화 번개 모임을 제안하였다. 하여, 영화제 개봉관인 ‘CGV 센텀시티’점에 모여들어 함께 어울려 영화제 관심 작으로 소개된 ‘캐터키즘 캐터클리점’을 관람하였다. 미국 토드라할 감독이 제작한 저예산 블랙코미디 영화였다. 설교가 엉뚱해 근신처분을 받은 시골신부가, 안식일 카누여행에서 길을 잃어버리면서 시작되는 기괴한 이야기로 제목만으로는 종교 영화이겠거니 짐작은 했지만, 처음에는 감독의 의도를 파악하기 쉽지 않아 그저 주연 배우의 엉뚱한 행동에 까르르 웃음소리만 내며 보았던 것 같다. 캐터키즘이 자신 종교의 주요교리를 질문과 답변을 통하여 신자들에게 쉽게 교육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고, 캐터클리즘의 의미는 대변혁이니 제목이 지니는 바가 전달되는 듯하다. 영화 속 신부는 교리문답 방법론에서 권위와 근엄을 내세우지 않는다는 점이 차별화된다는 것이 느껴졌다.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월요일 아침 사무실에 양해를 구하고 출근을 미룬 채 진행한 모임이고 영화제 참여였으니, 문화경영의 개념이 도입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관람 후 모여 앉아 토론하며 의미도 파악하고 이에 그치지 않고 이 영화 통해 얻어 가진 문제의식을 우리 일상에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를 나누었다. 작년에는 세 편의 영화를 보면서 영화제에 참여하였지만, 올해는 한 편으로 만족해야 해서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영화가 지니는 효용성을 널리 활용한듯하여 좋았다는 생각이다. 본 영화제 전용관인 영화의 전당을 해운대에 개관함으로써 영화제 위상이 높아졌다는 평이지만, 기존의 남포동 일대가 배제됨으로써 인간미가 사라지고 전 부산 시민이 참여하기에 어려움이 크다며 볼멘소리가 높다는 주장도 많다. 이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져 지역민의 참여도를 높이는 방안이 마련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여본다. 안개가 먼 산을 감싸고 있어 신비감을 자아내면서 내리는 비는 가을날의 운치를 더한다. 영화에 빠졌던 부산이 이 촉촉한 가을비로 인해 가을날을 더욱 황홀하게 해 주리라 생각하며 창밖 빗소리에 귀 기울여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