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가을독서문화축제 후기>

찾다, 보다 그리고 머물다

쪽빛 가을 하늘, 독서, 그리고 축제….
잘 어울린다. 파란 가을날에 축제가 열렸다. ‘찾다, 보다 그리고 머물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향토서점 살리기라는 취지에 걸맞게 지어졌다. 축제기간 동안 하늘은 시리도록 파랑을 펼쳐 놓았다. 작년 축제기간에 비가 온 연유로 내심 조바심이 일었던 게 사실이다. 휘영청 밝은 달이 태양을 불러오리라 확신하며 잠이 들었다. 맑은 날이 아침을 연다.

책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은 외면부터 하는 경향이 있다. 사실 즐겁고 행복한 이야기가 책 이야기요, 나도 무언가 꺼내고 싶어 안달할 수 있는 이야기가 책 이야기일 터이기도 한데 말이다. 노래를 생각하면 애창곡을 떠올리듯, 책 이야기가 나올 때 꺼낼 수 있는 책이 있어야 할 터인데 말이다. 독서 저변확대와 향토서점 살리기를 염두에 두고 기획에 들어갔다. 이번 축제준비를 위해 6월 말경에 축제 전담팀이 결성되었다. 준비기간은 4개월여로 주어졌다. 어떤 일이든 결과에 앞서 과정도 중요하다. 준비 과정에서 하나하나 부분적으로 완성되어갈 때 기쁨이 있었다. 20여 차례 가졌던 기획회의에서는 시행착오와 계획조정을 통해 곧추세워 나가는 장이 되었다.
“책 읽는 남자의 가슴에서는 해가 뜨고 책 읽는 여자의 가슴에서는 달이 진다. 세상에서 가장 지적인 모습, 가슴에 책을 얹은 채 잠든 당신.”
준비기간 내내 지인이 보내준 독서 카피가 떠올랐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축제가 열리는 날 새벽부터 분주히 움직여 점심 무렵에는 모든 설치가 마무리되었고 무대 리허설이 시작되었다. 파란 가을하늘이 하얀 구름 띄우고 마냥 설렘을 표현하고 있다. 광복로에서 열렸던 본 행사는 북 콘서트와 공연 등의 개막식을 시작으로 다음날까지 ‘동네서점 살리기’라는 주제에 맞춰 다채로운 체험 행사가 진행되었다. 부산시를 비롯한 자치단체, 도서관, 출판사, 독서 단체들이 시민과 함께 만들어가는 이번 축제는 가족단위 방문객을 맞이하기 위해 어린이나 청소년, 성인 등 누구나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았다. 개막식을 책 향기로 가득 채울 북 콘서트의 주인공으로는 김영하 작가가 나섰다. 그 외에도 여러 작가가 축제 기간 강연과 행사를 통해 시민과 만났다. 특히 이번 축제에서는 젊은이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20대를 위한 청춘특강을 여는가 하면 주제에 걸맞게 지역작가들 강연도 마련하였다. 특히 보수동 책방 골목에서 진행한 좌담회는 부산 시민에게는 원도심의 한 축이자 지역과 시대의 역사를 책으로 이어가는 곳이기에 더욱 뜻 깊은 의미를 전달하였을 것이다. 더불어 둘째 날에는 동요사랑회 후원으로 부산을 비롯한 영남권 시민과 어린이의 독서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독서와 관련한 노래를 발표하는 경연장인 독서문화 음악제를 처음으로 열기도 했다. 이번 축제는 향토서점 살리기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목적이기에 동네 책방 부흥을 위하여, 한 달여간 사전행사로 10여 곳에서 자체 프로그램을 진행하도록 지원하였다. 2014년 가을맞이를 ‘동네 책방-찾다, 보다 그리고 머물다’라는 세 가지 의미가 녹아들게 진행하고 보니 올해로 5회를 맞는 가을독서문화축제가 시민들 가슴에 굳건히 자리매김하게 되리란 생각에 뿌듯함이 밀려왔다.

알찬 기획과 치밀하게 준비한 운영본부 요원 모두와 적극적으로 참여한 자원봉사자,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부산시 관계자, 지역 언론, 방송매체 그리고 열과 성의로 조직적인 지원을 해 준 Q 기업에 이번 축제를 후하게 건네는 평을 함께 나누고 싶다. 이 둥근 세계를 움직여 갈 수 있는 동그란 지혜는 독서의 깊은 곳에서 솟구쳐 오른다. 책을 읽을 여유를 찾지 못하는 삶, 안타까운 핑계를 일삼는 이들에게 까치발을 하며 기다리는 책을 안겨주는 기회를 시민에게 주었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번 행사를 계기로 책 읽는 사람이 많아져 독서 인구 저변 확대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책은 시간을 선물한다. 내가 가 보지 못한 세상, 경험 못 한 과거를 경험하게 해 주니 그러하다. 이 눈이 아리도록 푸른 가을에 독서 통해, 비워진 지혜의 웅덩이를 가득 채울 수 있기를 소망하여 본다. 책과 가까이하는 이의 가슴에는 반딧불이가 살고 채송화가 피어남을 경험하는 이가 많은 세상을 꿈꾸며 내년을 기약한다. 올려다본 가을 하늘이 그날처럼 여전히 가슴 시리게 푸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