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정

황금빛으로 물든 조그만 산마을에 아기도깨비네 집이 있었어요.
오늘따라 아기도깨비는 낮잠이 오질 않았어요.
굴밖으로 나온 아기도깨비는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너무나 부러웠어요.
"엄마, 나도 사람들처럼 낮에 놀러나가면 안돼요?"
"뭐. 그건 안돼!. 도깨비는 낮에 다니지 않는 거야."
하품을 하던 엄마도깨비는 깜짝 놀랐어요.
"그럼, 사람으로 변신시켜줘. 저기 과수원 할아버지처럼 논에있는 뜸부기알을 만져보고 싶단 말야."
"아, 뜸부기알이야 이 방망이로 만들면 되지." 엄마가 방망이로 땅을 치려고 했어요.
"싫어, 진짜 논에 있는 뜸부기알 말야." 아기도깨비는 울면서 굴밖으로 나왔어요.
그 때 과수원 할아버지가 논밭으로 들어가는 게 보였어요.
"헛헛헛, 이 녀석들 이제 곧 날개를 달겠구먼." 뜸부기알을 만져보던 할아버지가 논둑위로 올라설때였어요.
햇빛에 할아버지 안경이 반짝반짝 빛났어요.
"우아! 저렇게 반짝거리는게 있다니. 나도 한번 만들어 볼까."
굴속으로 돌아온 아기도깨비는 도깨비방망이로 땅을 두드렸어요.
"반짝 반짝 빛나는 동그라미야 나와라 얍!."
알색깔이 까만 안경이 나왔어요. .
아기도깨비는 까만 안경을 쓰고 냇가로 나갔어요.
"아유 깜깜해. 앞이 잘 안 보이네. 그래도 좋아."
비틀비틀 걷던 아기도깨비는 그만 밤나무에 쾅하고 부딪히고 말았어요.
"아야~, 바보같은 나무, 왜 안비켜, 눈도 없니? 과자나무가 되어버려라 얍!."
눈깜짝할 사이에 밤나무는 과자나무로 변했어요.
냇가에서 놀던 아이들이 올라오다가 과자나무를 보았어요
"얘들아, 여기봐. 나무에 과자가 열렸어."
"어디 어디. 정말, 여긴 밤나무가 있던 자리잖아?"
신나게 과자를 따먹는 아이들을 아기도깨비가 몰래 지켜보고 있을 때였어요.
"아가야, 어떻게 된거니.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엄마도깨비가 아기도깨비를 찾으러 왔어요.
"나도 이제 가려고 했어. 엄마. 저 나무 봐. 내가 바꿔놨어."
"뭐라구. 이걸 어째. 아가야, 낮에는 도깨비 요술을 부리면 안돼." 엄마도깨비는 돌아서서 방망이로 땅을 힘껏 쳤어요.
"퉤퉤, 아이 떫어." 아이들의 입속에 들어갔던 과자도 모두 나뭇잎으로 변하고 말았어요.
"얘들아, 이건 도깨비 장난이 분명하다." 과수원 할아버지가 아이들 가까이 다가오셨어요.
"할아버지, 정말 이상해요. 아까까지는 과자가 주렁주렁 달려 있었거든요."
"나도 저쪽에서 다 봤다. 자고로 제손으로 땀흘려서 얻는게 귀한 것이다. 도깨비들처럼 쉽게 얻는 건 믿을게 못돼요. 자 우리 맛있는 감이나 먹으러 가자꾸나."
할아버지네 과수원은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했어요.
과수원을 내려다보던 아기도깨비는 슬그머니 도깨비 방망이를 내던졌어요.
" 땀흘려 얻는게 더 귀한거구나. 그래, 나도 이제부터 요술 안부리고 사람들처럼 열심히 일해서 얻을꺼야."
가을 햇살이 아기도깨비를 따스하게 비쳐 주었어요.

출처: 다음카페<동화구연 만세>에서 제공해 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