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었습니다.

돼지들이 우리 속에서 비를 바라보며 뒹굴고 있었습니다.

한 돼지가 갑자기 나지막하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난 비만 오면 기분이 이상해져.   아름답고 멋진 옛 추억이 눈앞에 마치 꿈처럼

떠 오르거든."

그러자 다른 돼지가 눈물을 글썽이며,

"나도 그래.   내게도 아름답고 멋진 옛 추억이 있어.   아아,  달콤하고 환상적이었던

그 시절이여!   그 시절은 정녕 다시 돌아올 수 없단 말인가?"

또 다른 돼지가

"너희들도 비 오는 날 옛 추억을 떠올리는 줄은 몰랐어.   난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   그러고 보면 우리 돼지들은 정말 낭만적인 동물이야.   그런데 다른 동물들은

우리 돼지들이 먹는 것밖에 모른다고 생각하겠지?"

돼지들이 모두 아름다운 옛 추억을 생각하느라 잠시 입을 다물었습니다.

그래서 돼지우리는 한동안 조용했습니다.

"누가 멋진 추억에 대해 얘기해 보겠어?"

한 돼지가 말하자 모두 눈을 감고 꿈꾸는 듯한 표정으로 한 마디씩 했습니다.

"난 불고기를 먹은 적이 있어.   정말 맛있었어.   난 그 맛을 잊을 수 없어."

"난 갈비를 먹었었지.   뼈에 살이 약간 붙어 있었는데 난 그걸 핥고 또 핥았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더군."

"진짜 맛있는 건 낙지 볶음이야.   그걸 먹어 보지 않은 돼지는 맛에 대해서 얘기

하면 안 돼.   난 2년 전에 그걸 먹었는데,  정말이지 입 안에서 살살 녹더라."

어느 새 낭만적인 돼지들 입에서는 거품같은 침이 질질 흘러내리고 있었습니다.

출처: 다음 카페<동화마을>에서 제공해 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