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쌩쌩 부는 어느 겨울 날,

깊은 계속에 떡 버티고 있는 왕바위 곁으로 솔씨 하나가 툭 떨어졌어요.



"아이, 추워. 겨울바람은 너무 무서워. 좀 도와줘."

"걱정 마. 내가 따뜻하게 해 줄 테니까."

왕바위는 매서운 바람을 큰 몸으로 막고 따스한 햇볕을 모아 주었어요.

솔씨는 왕바위 덕분에 추운 겨울을 나고 튼튼한 솔 싹으로 살아났지요.



"정말 고마워. 네 은혜는 절대 잊지 않을게."

"솔아, 너하고 나는 제일 가까운 친구인데 뭘... 됐어."

소나무는 왕바위의 보살핌으로 매끈한 가지를 뻗으며 아름답게 자랐어요.



"야! 정말 아름답다. 너무 멋져."

사람들은 소나무와 왕바위를 보며 무더운 여름도 보내고 가을도 지냈지요.



그러던 어느 날, 소나무가 느닷없이 말했어요.

"얘! 왕바위야! 사람들이 여길 좋아하는 건 다 나 때문이야. 알아?"

"뭐야?"

"왕바위 네가 없으면 내가 훨씬 더 아름답게 보일 텐데, 메주같이 못생긴 너 때문에 내가 손해 보고 있단 말이야."

"그런 말 마. 우린 오랫동안 의지하며 살아온 친구잖아."

"친구? 흥! 지금까지 나 때문에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은 거야. 그걸로 은혜는 다 갚았어. 이젠 너의 도움은 필요 없으니까 어서 내 곁에서 떠나 줬으면 좋겠어."

왕바위는 하늘을 향해 쭉쭉 가지를 뻗은 소나무를 쳐다보다가 말했지요.



"소나무야! 난 내 힘으론 한 발짝도 움직일 수가 없어."

"흥! 그런 식으로 버텨 보려는 모양인데 나에게도 방법이 있지."

소나무는 먹구름을 불렀어요.

"먹구름아. 이 왕바위에게 비를 몽땅 쏟아 줘."

"뭐야? 넌 왕바위와 둘도 없는 친구면서 무슨 소리야?"

"저 못생긴 왕바위 때문에 내가 얼마나 피해를 보는데. 친구는 무슨 친구? 왕바위에게 물어봐."

왕바위는 한참을 머뭇거리다 결심한 듯 말했어요.

"소나무야, 내가 못생겨서 정말 미안해. 그래! 내가 없으면 넌 훨씬 더 아름다운 소나무로 보일 거야. 떠날게. 못생겼지만 날 필요로 하는 곳으로 떠나겠어."



"우르르릉 꽝"

먹구름은 할 수 없이 천둥 번개와 함께 굵은 빗방울을 쫙쫙 쏟아 냈어요.

황토 흙이 빗물에 휩쓸려 떠내려왔지요. 그러자, 왕바위 밑동이 기우뚱 기울기 시작했어요.



"소나무야! 잘 있어"

"이제야 아름다운 내 모습이 제대로 보이겠군. 하하하하."

춤추며 좋아하는 소나무를 뒤로 하며 왕바위는 계곡 아래로 아래로 떨어져 내려갔어요. 먹구름이 물러가고 하늘이 맑게 빛났어요. 소나무는 전보다 더 멋을 부리며 사람들 앞에 서 있었어요.



"아니, 저게 뭐야? 소나무가 한쪽으로 기울었잖아."

"왕바위는 어디로 가 버린 거예요? 소나무는 왕바위가 있을 때 정말 아름다웠는데."

소나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라어요. 정신을 차려 자신을 보니 너무나 초라하지 뭐예요. 자기도 모르게 왕바위를 불렀어요.



"왕바위야! 왕바위야!"

왕바위가 떠나간 자리에는 커다랗게 패인 구덩이만 남고 소나무는 뿌리를 드러낸 채 외롭게 서 있었어요.

출처: 다음카페<동화마을> 에서 제공해 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