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서산에 떨어지니 하늘은 점점 어두워옵니다. 날씨가 몹시 무더운 것을 보니, 이제 곧 바람이 불고 한바탕 비가 쏟아질 모양이예요. 

큰 나무 아래 한 떼의 모기가 윙윙거리며 날아다니고 있어요. 녀석들은 무슨 못된 짓을 하러 갈 꿍꿍이를 꾸미고있는 듯하군요. 시냇가에는 또 다른 한 떼의 모기가 역시 웅성웅성 떠들어 대고 있어요. 이 녀석들은 세찬 바람이 곧 불어닥칠 것을 느끼고는 이 재앙을 어떻게 피할까 방법을 궁리하고 있는 듯했어요. 큰 나무 위에는 매미 한 마리가 있었어요. 하늘은 이미 어두워졌지만, 날씨가 몹시 무더웠기 때문에, 매미는 아직 나무 위에서 맴맴 울고 있었어요. 나무 아래서 시끄럽게 떠들어 대고 있는 모기 떼를 보고 매미가 물었어요.
"모기 아주머니들! 무슨 얘기들을 하고 있는지 나한테도 좀 들려 주겠소?"
원래 이 모기들은 암모기였던 것이지요. 그 중 한 마리가 대답했어요.
"저기 방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아주 못돼먹었어요. 그 사람들의 온몸을 덮은 피부 밑에는 피가 무진장하게 있답니다. 그러나 인색하기가 이를 데 없는 사람들이라, 우리가 그들의 몸을 살짝 물어 한 방울도 안 되는 피를 빨아먹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는답니다. 사람들은 창에다 모기망을 두르고 침대에다가는 모기장을 쳐서 우리를 밖에서 못 들어오게 막는답니다. 뿐만 아니라 모기향을 피우기도 하고 모기약까지 뿌려 대면서 우리를 잡아 죽이려고 안달을 하니, 정말 못돼도 한참 못된 자들 아닙니까! 게다가 우리네 모기라고 해서 모두가 다 사람들의 피를 빨아먹는 것도 아니랍니다. 우리의 아버지, 오빠, 남동생, 아들, 그리고 아기 아빠는 아무도 사람들의 피를 빨아먹질 않거든요."
"저런!"
매미가 고개를 끄덕였어요.
"사람이란 참 못된 족속이에요!"
"그럼 이제 당신들은 어떻게 할 작정이오?"
"가서 한 방 쏘아 줘야죠!  그 자들에게 따끔하게 본때를 보여 주고 맛있게 배를 가득 채우렵니다!"

말을 마치자 암모기들은 사람 사는 방으로 기세등등하게 날아가서는 사람들의 귓가에서 쉴새없이 윙윙거리며 소란을 피우기 시작했어요. 이번에는 시냇가에 맴돌던 또 다른 모기 떼가 날아왔어요. 매미가 그들을 불러 세우고또 물었어요.
"여보시오, 모기 아저씨들! 당신들도 사람의 피를 빨아 먹으러 갑니까?"
매미가 아저씨라고 부른 까닭은 이들이 수모기이기 때문이었어요. 수모기들 중 한 마리가 대답했어요.
"무슨 당치않은 말씀을! 사람의 피를 빠는 것은 우리 할머니나 어머니, 또는 처녀들이 하는 일이지요. 우리 남자들은 피 같은 건 안 먹습니다. 그건 그렇고, 이제 곧 세찬 바람이 불어닥칠 텐데, 그리 되면 저 꽃들이랑 풀들이 바람에 쓸려 꺾여 버릴 것이니, 참으로 불쌍하지 않습니까? 우리는 그들이 바람에 꺾이지 않도록 가서 도와 부축해 주려고 할 따름이오."

말을 마친 수모기들은 역시 우쭐대며 날아갔어요. 오래지 않아 정말 세찬 바람이 윙윙 불어오기 시작했어요.   바람에 날려 꽃들과 풀들이 이리저리 흔들립니다. 수모기들은 꽃무더기,  풀무더기 속으로 황급히 뚫고 들어가 몸을 숨기기에 바쁩니다. 여섯 개의 가느다란 다리로 꽃대랑 풀줄기를 바짝 붙들어 쥐고 있는 수모기들의 꼬락서니를 보니, 가볍디가벼운 몸뚱어리가 바람에 쓸려 날려가 버리지나 않을까 두려워하고 있는 기색이 역력하요.  이 녀석들이 꽃무더기, 풀무더기 속으로 파고들어간 것도 바람을 피하자는 속셈이었던 것이예요.
"여보게!"
수모기 한 마리가 꽃과 풀에게 말했어요.
"우리가 자네들을 부축해 주지 않았다면,  자네들은 벌써 바람에 날려가 버렸을 걸세."
꽃과 풀은 수모기들을 거들떠보지도 않았어요. 마침 배가 고파진 수모기들이 뻔뻔스럽게도 꽃과 풀에게 억지를 부렸어요.
"어찌 이다지 예의를 모르는고? 우리에게 마땅히 고맙다고 해야지!"
꽃과 풀이 미처 대답하기도 전에 수모기들은 꽃가지와 풀줄기를 껴안고선 즙을 빨아먹기 시작했어요. 이 수모기들이야말로 사기꾼 집단이었던 것이에요. 새날이 밝았어요. 간밤에 사람 피를 빨아먹으러 갔던 암모기들은 어찌 되었을까요?

대부분이 사람들에게 맞아 죽거나 모기향을 쐬어 황천길로 갔고,  드문드문 몇 마리만 겨우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답니다. 살아남은 녀석들은 사람들이 주의를 게을리하고 있을 때를 이용하여 사람 몸을 몇 방 물고 피를 빨아먹지요. 그리고 나선 어두운 구석에 숨어들어 한 숨 푹 잔 다음에,  날이 어두워지기를 기다려 또다시 사람 피를 빨러 출동하는 것이에요. 그러면 저 수모기 떼는 어찌 되었을까요? 많은 놈들이 바람에 날려가 버렸고, 살충제를 먹고 죽은 놈들도 적지 않았답니다. 남은 몇 마리는 꽃과 풀의 즙을 빨아먹고는 은밀한 곳에 몸을 숨긴 채 죽은 듯이 꾸미고 휴식을 취합니다. 한낮이 지나고 해가 또 서산에 기우니, 몇 마리 모기가 다시 큰 나무 아래 무리 지어 날아다니기 시작했어요. 매미가 보고 또 물었어요.
"모기 아주머니!  모기 아저씨!  당신들은 왜 이렇게 조금밖에 남지 않았지요? 그렇게 많던 아주머니, 아저씨들은 어디로 갔나요?"
"아,  그건......  그러니까......."
모기들이 이번에도 그럴 듯한 거짓말을 지어 내려고 하는 차에, 갑자기 박쥐 몇 마리가 날아와서 이 불한당 패거리를 깡그리 잡아먹고 말았답니다.

출처: 다음카페<동화마을>에서 제공해 주셨습니다.